성매매 업소서 일하던 40대女 업소 관리하던 남자 만나 동거 폭행·여자문제로 잦은 말다툼 식칼 휘둘러 男 사망 징역 5년
“제 머리채를 잡은 채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옆구리를 찼습니다. 이렇게 맞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김(45ㆍ여) 씨는 울먹였다. 한때 결혼을 생각했을 정도로 끔찍히 사랑했던 남자. 하지만 줄곧 바람을 피우고 폭력을 휘둘러 증오할 수밖에 없었던 남자를 살해한 회한이 얼굴에 스쳤다.
김 씨는 지난 7월 서울 성북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내연남 양모 씨의 가슴을 식칼로 한 차례 찔렀다. 양 씨는 폐동맥이 절단돼 그 자리에서 숨졌다. 김 씨는 미아리 텍사스에서 아가씨들을 관리하던 ‘마담’이었다. 불법적인 일이었지만 이혼 후 먹고 살기 위해 구한 첫 직장이었다. 낮 시간 동안 어린 아들을 돌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2004년 그곳에서 업소를 관리하던 조직폭력배 양 씨를 처음 만났다. 사람들은 그를 ‘어깨 삼촌’이라 불렀다. 두 번의 결혼 실패 경험으로 항상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온 김 씨는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많이 위안받았고, 의지했고, 사랑했다”고 김 씨는 말했다. 둘은 이내 연인이 되었다. 아이 때문에 어그러졌지만 김 씨는 결혼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양 씨에게 김 씨는 수많은 여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양 씨는 다른 여성과 결혼해 김 씨 곁을 떠나는가 싶더니 2년여 만에 다시 김 씨를 찾아왔다. 동거가 시작됐다. 불륜이었다.
동거 이후에도 양 씨의 여성 편력은 계속됐다. 이 문제로 둘의 다툼은 잦아졌다. 양 씨는 싸울 때면 종종 김 씨를 폭행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들 앞에서 맞는 것은 참기 힘들었다.
김 씨는 사건 당일에도 4시간 동안 폭행당했다고 했다. 양 씨가 관계를 끝내기 위해 짐을 정리하러 김 씨 집에 들렀던 차였다. 헤어지기 전 거실에서 마지막으로 술을 함께 마시는데, 또다시 여자 문제로 말다툼이 시작됐다. 김 씨는 “그날 낮 4시간 동안 술 마시다, 다투다, 얻어맞기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면 김 씨는 종종 기억을 잃는다. 그날도 김 씨는 “이후 있었던 일들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양 씨가 오른쪽 가슴을 칼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양 씨에게 심하게 폭행당해 저항하려고 주방의 식칼을 꺼내 휘둘렀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양 씨 시신의 상흔 역시 아무렇게나 휘두른 칼에 찔린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점도 한둘이 아니었다. 양 씨 지인은 “어둠 속에서도 날아오는 주먹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은 양 씨가 여자에게 당한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 씨의 몸에는 손등의 멍을 제외하고는 폭행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양 씨에게 잡혔다는 머리채 역시 경찰 출동 당시 빗질 한 것처럼 정돈돼 있었다. 김 씨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각 옆집 주부와 한 통화 역시 의문투성이였다. 김 씨는 옆집 주부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하는 대신 “끊지 말고 그냥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17분여간의 통화에서 수화기 너머로 남녀의 다투는 소리, 왜 때리냐는 김 씨의 고함이 들렸지만 사람을 때릴 때 나는 타격음이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검사는 “폭행당했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전화를 건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최동렬)는 김 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씨의 정당방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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