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은퇴 · 현역 연장 놓고 고민 또 고민…야구인생 최대 갈림길
국내복귀 올시즌 5승 거뒀지만 ML 亞최다승 형님 존재감 남달라
선택은 본인 몫…한화도 무한애정 구단 위해 조속히 결정 내려야
박찬호(39)의 고민이 깊다. 올 시즌을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올 것인가, 한 해 더 버텨볼 것인가. 모두가 숨죽여 그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소속팀 한화의 양해를 얻어 미국으로 떠난 게 지난 4일이다. 한 달이 가까운 시간 동안 박찬호는 확답을 내리지 못했다.
구단도 지켜보고만 있다. 한화는 앞서 NC다이노스의 특별지명을 위한 20인 보호선수에 박찬호를 넣었다. 지난 25일에는 다음 시즌을 위한 보류선수에도 포함시켰다. 선수의 은퇴 결정권이 소속 구단이 아닌 박찬호 스스로가 쥔 모양새다. 엄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결코 흔치 않은 광경이다.
▶박찬호의 자신감과 현실=박찬호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외부 상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박찬호는 지난달 3일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쳤을 때부터 은퇴를 입밖에 꺼냈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5승 10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성적만 놓고보면 평이했다. 39세란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할 때 자연히 은퇴 얘기가 나올 법했다.
반면 컨디션이 좋았던 전반기 16경기에선 4승 5패 평균자책점 3.77을 올렸다. 최근 미국에서 지인들을 만나며 조언을 얻는 동안 꾸준히 개인훈련을 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박찬호는 전성기 시절인 LA다저스 때와 같은 강도의 러닝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고 밝혔다. 현역 연장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짐작케한다. 게다가 그의 말대로라면 체력까지 따라준다. 투수에게 러닝훈련은 선수 생활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다. 투수는 어깨로 공을 던지지만 하체가 받쳐주지 않으면 밸런스가 무너진다. 하체로 던지라는 말은 그런 의미다. 전성기 강속구를 무기로 상대를 윽박지르던 피칭에서 벗어나 제구력을 바탕으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박찬호에게 안정된 하체는 든든한 무기다.
그렇지만 고질적인 허리부상은 그를 막아서고 있다. 전반기 호투에 비해 박찬호는 후반기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세월을 절감했다. 후반기 7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8.23으로 부진했다. 아예 선발 로테이션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더군다나 그의 부상은 단시간 수술이나 재활을 통해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전력투구를 해오며 켜켜이 쌓아온 훈장 같은 부상이다. 박찬호의 현역 연장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부상만 없다면”이란 단서를 다는 이유다.
▶박찬호를 바라보는 한화의 복잡한 시선=한화는 박찬호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박찬호가 일본을 거쳐 한국 복귀를 타진할 때 한화는 야구계를 설득해 ‘특별법’을 만들어 모셔왔다. 공주고 출신인 박찬호 역시 고향팀을 반겼다. 그는 연봉을 구단에 모두 위임했고 한화는 6억원에 해당하는 그의 연봉을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아름다운 거래였다. 이번 은퇴 기로에서도 한화는 박찬호를 믿고 기다리고 있다.
한화에게 박찬호는 단순한 5승 투수가 아니다. 박찬호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야구의 희망이자 선구자였다. 메이저리그에서 17시즌을 뛰며 통산 124승으로 동양인 최다승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 입후보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의 은퇴는 단순히 좋은 투수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한국 야구의 한 페이지를 접는 것을 뜻한다. 또 몇몇 간판 선수를 빼놓고는 좀처럼 구심점을 찾지 못하는 한화에게 그는 이름만으로 선수들을 긴장케 하는 존재다. 한화에게 박찬호는 선수이자 동시에 큰형이고 또 훌륭한 투수코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위상과는 별개로 은퇴 여부를 놓고 마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다. 한화는 이미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양훈의 군 입대로 선발진 재구성이 시급하다. FA시장에서도 허탕을 쳤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 사령탑에 오른 김응용 감독의 머리는 터질 지경이다. 여기에 박찬호마저 변수가 작용하면서 꼬일대로 꼬였다. 일찌감치 류현진을 내주며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간 김응용 감독이 ‘특혜’를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이유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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