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기자]길거리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한 의사가 가짜 진단서를 발급한 사실이 적발돼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정형외과에서 근무하던 A(34ㆍ의사) 씨는 지난 3월 14일 길을 걷다 B 씨로부터 벽돌로 얼굴을 맞는 폭행을 당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A 씨는 경찰에 제출할 진단서가 필요했고, 폭행에 화가 난 나머지 실제 상처보다 중한 내용의 진단서를 발급받으려 했다.
그러나 동료 의사들은 A 씨가 원하는 내용의 진단서를 끊어주지 않았고 A 씨는 진단서를 위조하기로 마음먹었다.
폭행을 당한 지 이틀 뒤 A 씨는 후배 의사가 병원전산시스템에 접속한 상태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했다. 전산시스템의 진단서 환자란에 자기 이름을 입력한 A 씨는 병명란에 코ㆍ광대뼈골절과 뇌진탕 등을 적고 치료의견란에 ‘앞으로 약 2800만원의 진료비가 필요할 것이며 14주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A 씨는 후배 의사 이름으로 진단서를 작성해 병원장의 직인을 날인받아 같은 날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에 제출했다. 담당 형사는 A 씨가 제출한 진단서를 바탕으로 B 씨를 긴급체포하고 3월18일에 구속영장까지 발부 받았다.
하지만 A 씨가 진단서를 꾸민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발각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이병삼 판사는 폭행을 당한 뒤 실제보다 큰 상해를 입은 것처럼 보이려고 진단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ㆍ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위조된 진단서 내용대로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해 영장이 발부됐고 진단서 내용이 크게 과장돼 수사기관의 직무집행이 방해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조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 피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근거로 사용되지 않았고 A 씨가 자백하고 후배의사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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