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드라마 제작현실을 낱낱이 고발하는 자기비판으로 시청자보다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의 제왕’에 진짜 제왕이 등장했다. 자신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의 대표도, 드라마 제작자도, 작가도 발 아래 두려하는 톱스타들이다. ‘드라마의 제왕’이 이번엔 연예계 톱스타들을 향해 화살을 겨눴다.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ㆍ연출 홍성창) ’ 7, 8회 방송분에서는 성민아라는 이름으로 국내 톱스타를 연기하는 오지은이 등장해 연일 눈길을 끌고 있다.

오지은이 연기하는 톱배우 성민아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갑(甲) 중의 갑이었다. 톱배우라는 이름으로 쌓아올린 대중적 인기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연기력까지 출중하니 콧대가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톱스타들, 현장에서의 단면은 어땠을까.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이 톱배우의 등장 모습부터 도도하고 가식적인 스타들의 이면을 디스하는 것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알리더니 결국 27일 방송된 8회분에서는 톱스타와 드라마 작가의 갈등을 철저하게 그려가기 시작했다. 순간 이 드라마는 ‘투쟁의 드라마’ 반열에 오르게 됐다.

갈등의 시작은 분량이었다. 국내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여배우, 그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분량은 이 톱스타에게 반드시 싸워 이겨 쟁취해야 하는 숙제가 됐다. 그것이 배우가 원하는 바였다. 그렇다고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정려원이 연기하는 풋내기 작가 이고은에게 “까불지말라”고 철저하게 짓밟거나 동료배우 강현민(최시원)을 향해 “겉멋만 잔뜩 든 철부지”라고 깔아뭉개는 모습은 오만불손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톱스타의 단면같았지만, 자신의 일에는 철두철미한 프로였던 것. 이 톱배우는 풋내기 작가에게 “첫회부터 주제의식의 과잉 아니냐”면서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의 부속품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것이 드라마 작가의 입장에선 선뜻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지라도 ‘주제의식의 과잉’이라는 지적은 이고은이 결국 백기를 드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실수를 한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세상탓을 하고, 프로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본다”는 제작자(김명민, 앤서니 역)의 조언도 있었으나, 일방적인 양보도 항복도 아니었던 셈이다.

톱스타는 방송사의 드라마 국장까지 동원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은 셈이나, 이런 배우들의 모습은 연출자를 통해 이렇게 정의된다.

“배우란 참 이상하다. 어떨 땐 대본에만 집중해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지만 배우들이 절대 양보 안 하는 것이 있다. 자기 롤에 대한 집념과 집착”이 그것으로 “자기 롤을 확보하는 데에 양보는 없다. 타고난 집념과 습성으로 자기 것을 지친다. 배우는 연기의 본능만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 속 두 톱스타는 포스터 촬영에서도 자존심 싸움을 하고, 대본리딩 현장에서 상대여배우를 위해 대본이 수정됐다는 사실을 알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다. 풀릴 듯 하면 꼬이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첩첩산중의 연속이다. 이는 결국 주연배우들의 기싸움이였다. 드라마 제작현장은 결국 “아스팔트로 이뤄진 정글”이라는 것이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드라마의 제왕’은 이제 마침내 드라마 속 드라마인 ‘경성의 아침’의 제작에 돌입하며 또 다른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거기에는 배우들의 기싸움, 제작사 간의 경쟁, 제작사와 방송사의 갈등 등 서로 할퀴고 물고 뜯는 투쟁에서 누가 진짜 제왕으로 살아남을지를 보여주는 과정도 함께 담겨있다. 철자한 자기비판과 폭로, 무차별 디스는 말할 것도 없다.

이날 방송된 ‘드라마의 제왕’은 6.9%의 전국시청률(AGB닐슨 집계)을 기록했다.

shee@her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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