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기자]정부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법적 취지는 좋으나 적용 대상과 액수가 너무 과도해 이대로 두면 내수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헌재의 위헌여부 판단과 무관하게 법제처에 이의 제기를 하기로 했다”며 “자칫 입법부에 대드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법안이기에 관계된 행정부처 장관 청장이 나설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극심한 내수 침체를 우려해 김영란법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2년 제안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이 100만 원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 할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3만원 넘는 식사대접이나 5만 원 이상의 선물, 10만 원 이상의 경조사비도 금지하고 있다.

이의제기에는 농림축산식품부(농진청 포함),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중기청 포함)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나서고, 이 장관이 대표로 국무총리 재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절차상 법제처에 이의제기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농촌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고 당장 이번 추석이 고비”라며 “지난 27일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나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구두 재가를 받았다”면서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서민이나 영세업주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이대로 두다가는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엄청난 피해가 속출할 것이 분명해 총대를 매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으로 음식업 8조4900억원, 골프업 1조1000억원, 소비재 및 유통업 1조9700억원 등 연간 총 11조56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3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찾은 중국 청두에서 “11조원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500조원의 0.7~0.8%로 1% 가까이 된다”면서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특정 산업에 영향이 집중되고 다른 산업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고한 관습을 법 하나로 일거에 고치는 게 맞는 것인가”라며 “고위공직자, 장·차관, 고위공무원단, 판사·검사 같은 특수직 정도로만 한정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은 이날 오후 헌재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합헌결정이 나면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되게 된다. 일부 조항에 위헌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국회에서 일부조항의 개정이나 시행령개정 등 보완작업을 거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지나치게 적용범위가 넓어 헌재 위헌소송이 진행중이며,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민들은 수개월째 항의시위를 하는 등 거센 반발을 불렀다. 민간인인 사립교직원과 언론인이 포함되는 것이 사립학교 교육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핵심쟁점이다. 또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이 모호하고 식사 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상한액수가 법률이 아닌 정부가 임의대로 처벌할 여지를 남겨두는 시행령에 명시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직무와 관련해 배우자가 상한액을 넘는 식사를 대접받거나 금품을 받으면 자진신고 해야 한다는 점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법이 시행될 경우 당장 일선기관의 준비상황이 미흡한 점도 걸리는 부분이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정부 유관기관 등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정부기관은 1400여 곳에 대해 지난 6월말까지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를 처리할 조직과 담당자(청탁방지담당관)을 지정해 보고하도록 요청했으나 여기에 응한 곳은 100곳에도 못 미치고 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각 기관은 신고 접수 후 조사를 거쳐 과태료까지 직접 결정해 통보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김영란법 시행령안에 대해 각 부처별로 식사, 경조사, 선물의 가액기준 상향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농림부는 법 적용대상에 농축산물을 제외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적용대상별로 식사 5만ㆍ선물10만ㆍ경조사 20만원 이상은 돼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산업부는 식사 5만원ㆍ선물 10만원, 기재부는 식사ㆍ선물 7만원, 중기청은 식사ㆍ선물 8만원, 해수부는 식사 8만원ㆍ선물 10만원으로 각각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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