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매일 지면을 장식하는 혼란한 대선 정국, 유럽발 금융위기와 전세계적 불황, 위기의식, 자극적인 사건 등은 많은 사람들을 긴장케하고 피로하게 만들었다. 일상에 치이고 삶에 지칠 무렵, 사람들은 문화에서 그 탈출구를 찾았다. 2012년은 ‘힐링’이란 키워드가 문화 전반을 장식한 한 해였다.
▶(방송)예능 토크쇼의 진화, 마음까지 후련해지는 그들의 이야기=예능프로그램이 대놓고 ‘힐링’을 찾았다. SBS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힐링캠프)’는 MC들과 출연자들의 고민상담과 진솔한 토크로 시청자마저 대리만족을 얻는다. 단순히 출연자들의 신변잡기에만 그치지 않고 그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힐링캠프’는 출연자들의 마음에 쌓인 묵은 때를 씻는 세족식을 통과의례처럼 거행하고 마인드 힐링 전문가가 마음을 진단하며 힘이 나는 영양식을 먹으며 100명의 청춘남녀에게 솔직한 답변을 듣는다. 하이라이트는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만남을 주제로 한 진심토크.
‘힐링캠프’는 한 해의 시작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시작했다. 1월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며 방송에서 비키니 사진까지 공개됐다. 이어 대선주자로 꼽혔던 문재인, 안철수도 힐링캠프를 찾았다. 이외에 “내 자신이 치유됐다”던 소설가 박범신, 하반기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싸이, 안철수의 멘토 법륜스님 등 사회 전반 굵직굵직한 이슈메이커들이 힐링캠프에 줄줄이 출연했다.
이외에도 KBS의 ‘이야기쇼 두드림’은 ‘멘토링 토크쇼’를 지향하며 야심차게 문을 열었다. 나승연, 김조광수, 영화감독 김기덕, 혜민스님, 손숙 등 명사들의 특강이 이어졌다. EBS 다큐프라임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엄마가 달라졌어요’, ‘남편이 달라졌어요’를 통해 시청자가 직접 참여해 멘토링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그들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영화)과거를 곱씹으면 그게 바로 치유=올 한해 영화계는 유난히 과거에 매달렸다. 옛 추억을 통해 지금의 아픈 현실을 잠시 잊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자는 사람들의 열망이 담겨있었기 때문일지도.
최근 개봉한 ‘남영동 1985’와 ‘26년’은 한국 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낸 모든이들을 어루만지는 작품이다. ‘남영동 1985’은 故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를 바탕으로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잔혹한 고문과 안타까웠던 현대사를 그렸다. 고문 피해자들의 경험담을 직접 듣기도 했던 정지영 감독은 그들과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며 ‘남영동 1985’를 만들었다.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겪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영화는 가상으로나마 26년 이후 학살의 주범을 단죄하며 당시의 피해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그보다 더 앞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대선을 앞둔 국민들에게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적 군주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했고 상상속의 인물상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달랬다.
이외에 사회 약자층인 장애인 부부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 가족의 죽음과 이별을 다룬 ‘해로’와 봄, 눈’ 등도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다.
▶(공연)공연계도 치유가 필요해, ‘힐링’이 타이틀인 작품들=하반기 공연계는 가을을 맞아 중년 여성을 위한 힐링 ‘붐’이 일어났다. ‘가족’, ‘엄마’는 모든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감동요소. 고두심 주연의 ‘여섯 번 여섯 주의 댄스레슨’과 강부자, 전미선의 ‘친정엄마와 2박 3일’은 우리 어머니들을 위한 치유 연극이었다. 이외에 박완서 작가의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역시 잔잔한 감동을 줬고 힐링음악극 ‘빵’은 자신의 꿈과 미래를 잊고 일상에 지친 중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각종 음악축제가 이어진 가운데 ‘조이올팍페스티벌’은 이루마, 폴포츠 등의 공연과 함께 김홍신, 개그맨 김준현 등 멘토들이 힐링 메시지를 전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도서)조용히 마음달랠 수 있는 건 책=힐링은 책으로도 이어졌다.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는 종합 베스트셀로 5위에 올랐고, 법륜 스님의 청춘 멘토링 ‘방황해도 괜찮아’ 역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3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2012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 두 번째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출간했고 이외에도 와타나베 가즈코의 ‘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 등도 큰 인기를 몰았다.
▶(음악)대중음악에도 강세는 힐링=각종 음원차트의 상위권 음악들도 ‘힐링’을 내세웠다. 자극적이고 거센 음악에 비해 미니멀하고 세련된 감성의 곡들이 사람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다. 이승기의 ‘되돌리다’와 ‘숲’, 윤건과 로이킴의 ‘힐링이 필요해, 나얼의 ‘바람기억’, 정원영의 ‘걸음걸이주의보’ 등이 힐링음악으로 마음의 안식과 감동을 줬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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