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감사원의 지적을 무시하고 K2전차의 엔진 등 중요 부품을 독일산 수입품으로 사용하기로 재차 결정했다. 우려되는 것은 군 당국이 최근 대형 사건에서 번번이 상황 오판을 반복하고 있고, 이를 아무도 바로잡아 주지 못하고 있으며, 군이 스스로 책임지려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전 국민을 황당하게 만든 노크 귀순 사건, 합참의장의 국정감사 위증 논란, 성급하게 추진하다 차기 정부로 떠넘긴 차세대전투기 사업에다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탐지하지 못하고 “오늘 쏠지 몰랐다”는 국방장관의 발언과 “북측에 기만당했다”는 대변인의 발언 등 국방부가 상황을 오판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두 번이 아니다.
옛말에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했지만, 요즘 군은 실수를 해도 너무 자주 해 ‘거듭되는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말로 바꿔 써야 할 판이다. 그러나 정부 내에 이런 국방부에 따끔한 질책을 가하는 상부기관은커녕 군 문제와 결부되지 않으려는 책임 회피 분위기가 횡행하고 있고, 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
K2전차는 우리 육군의 차세대 전차로 개발됐으나, 중요 부품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쳐 수년째 ‘개발 중’이다. 문제의 핵심은 엔진과 변속기 기능을 한데 묶어놓은 ‘파워팩’이라는 부품의 성능에 있다.
K2전차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한 군 당국은 핵심 부품인 파워팩에 대해 지난 4월 독일산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독일산 수입품의 성능이 수준 이하였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감사해 지난달 15일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군 당국이 지난 4월 파워팩 결정 당시 독일산을 선정하기로 결론을 내려놓고 국산과 독일산 중 독일산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산과 수입산 파워팩을 놓고 다시 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으나 군 당국은 감사결과 통보 한 달 만에 다시 수입산 도입을 결정했다.
현재 검찰이 파워팩 선정과정의 특혜 의혹을 두고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군 당국이 서둘러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또 다른 상황 오판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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