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수가 스크린을 통해 로맨틱가이로 돌아왔다. 그동안 브라운관에서는 주로 여배우와 멜로라인을 형성했지만 스크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작품인 ‘초능력자’, ‘고지전’ 역시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가 영화 ‘반창꼬’를 통해 한효주와 감성 어린 로맨스를 선보이는 것. 이번 영화에서 고수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가슴 속 상처를 품은 강일로 분해 절절한 감성 연기로 여성 관객들을 설레게 만든다.
다소 뻔한 스토리의 영화지만 ‘반창꼬’가 관객들에게 각광 받는 것은 바로 고수와 한효주의 조합 때문이다. 결혼 후 첫 복귀작인 ‘반창꼬’ 속 고수의 연기는‘피아노’(2001), ‘순수의 시대’(2002),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10)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고수는 누구보다 강일의 심리를 잘 이해했다. 사고로 트라우마를 갖게 된 강일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 어려움보다는 이해가 앞섰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을 한 강일의 입장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미수를 처음부터 받아들이기는 힘들죠. 저라도 그럴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미수에게 겉으로는 까칠하게 굴었던 거죠.”
극중 강일이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신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물들인다. 고수가 가장 잊지 못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강일의 눈물이 터져 버리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시나리오 볼 때 이 장면이 너무 슬펐어요.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그랬겠어요. 촬영할 때 어땠냐고요? 힘들었죠.(웃음) 밤에 촬영을 시작해서 아침까지 쭉 그 장면만 촬영했어요. 새벽 내내 울기만 한 거죠.”
극중 호흡을 맞춘 한효주와는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연기로서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고수는 한효주에 대해 “현장에서 누구보다 강한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라고 평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효주를 처음 봤는데, 역시 연기자는 작품을 해야 친해지는 것 같아요. 효주는 워낙 성격이 좋은 편이에요.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봤죠. 실제 성격도 밝아서 미수 캐릭터랑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미수는 문을 두드리는 입장이고 강일이는 문을 잠근 타입이잖아요. 실제 캐릭터처럼 즐겁게 연기했어요. 효주 성격이 너무 좋아서, 저도 장난으로 막 ‘까불지마’ 이런 말장난도 치곤 했죠.”
그렇다면 메가폰을 잡은 정기훈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참 좋은 분이셨어요. 워낙 오랜 시간 조감독으로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셨기 때문에 굉장히 편안하게 잘 대해주셨죠. 따로 뭐 디렉션도 요구하지 않으셨어요. 또 같이 일했던 연기자들도 너무 합이 잘 맞고, 정말 따뜻한 현장이었죠.”
일주일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경쟁작 ‘타워’(감독 김지훈) 역시 주인공으로 소방관이 등장한다. 재미삼아 설경구와 비교를 하니 고수는 쑥스러운 듯 손을 내저어 보였다.
“직업은 비슷하지만, 우리 영화는 사람의 이야기에요. 제목 안에 쏙 들어가 있잖아요. ‘반창꼬’라고.(웃음) 보통 제복을 입으면 사람의 내용이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영화는 순전히 사람들의 이야기라 참 따뜻한 것 같아요.”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누구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고수였다. 묵묵히 본업인 연기에만 충실한 이 배우에게 강일처럼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고수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는 것 아니겠냐”며 말을 이어갔다.
“누구나 다 가슴 속에 상처는 지니고 있잖아요. 성장통이나 뭐 그런 거요. 저 같은 경우는 그 상처가 오랫동안 아물지 않은 채 방치됐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어느 정도 극복하는 방법도 생기더라고요.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누구에게 고민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이겨냈던 것 같아요.”
조각같은 외모 때문에 고수에게 붙여진 별명이 바로 ‘고비드’다. 잘생긴 외모가 연기 생활에 있어 오히려 독이 된 적은 없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웃음) 그냥 작품할 때는 인물의 내면에만 충실하죠. ‘속’이 보이는 연기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번 ‘반창꼬’에서는 특히나 더 그랬어요. 캐릭터가 강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표현돼야 했죠.”
어느 덧 고수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오랜 연기생활과 결혼이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에도 변화를 가져왔을지 궁금했다.
“딱히 제가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정해놓은 기준은 없어요. 그래도 데뷔 초보다는 아무래도 더 폭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현존하는 선배 배우들이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장에 처한 상황에 따라 대본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표현할 때도 변하게 되더라고요. 경험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연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와 경험이죠.”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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