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김기덕 B주류 대반란 K팝 글로벌 신드롬 주인공 양현석·이수만·박진영 건재 관객 1억명 한국영화 황금기
사상 유례 없는 ‘황금기’였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산업은 올해 초유의 부흥기를 맞았다. ‘르네상스’라는 상투적 표현이 무색하지 않았다. K-팝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남미, 호주에 이르기까지 각 대륙을 누볐다.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조회수 역대 1위)와 아이튠스(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장악했고, 노래는 빌보드 차트를 지배(최고 2위)했으며, 브리트니 스피어스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말춤’에 열광했다.
한국영화 100년사에서 처음으로 한국영화는 1억명째 관객을 맞았고,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까지 거머쥐었다. 공연시장도 폭발했다. 올해 뮤지컬 시장 규모가 역대 최고인 관객 500만명, 매출 25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주요 지상파 방송은 ‘정치 논란’과 ‘노사 갈등’으로 여러 차례 기우뚱거렸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고 위로받았다. 박근혜 당선인을 비롯한 문재인, 안철수 등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들이 시사토론이 아닌 ‘무릎팍 도사’와 ‘힐링 캠프’ 등 오락 토크쇼에 불려 나온 것만으로도 예능 프로그램의 위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싸이로 대표되는 ‘B급’의 통쾌하고 즐거운 반란에 몸을 들썩이고, ‘광해’와 ‘건축학개론’으로 상징되는 위로에 경제위기로 팍팍해진 마음을 녹였던 한 해였다. 헤럴드경제가 매년 선정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대중문화 파워리더 빅30’은 단순히 ‘힘의 서열’이 아닌, 당대 대중문화의 기록이자 대중과 함께 울고 웃었던 이들의 존재증명이다. 황금기를 맞은 올해는 더욱 특별했다.
▶싸이와 김기덕…B급의 습격과 비주류의 ‘반란’
한국 사회의 주류가 경멸했던 단어, ‘날라리’ ‘양아치’ ‘쌈마이’(3류)로 자칭한 싸이가 세계를 뒤흔들었고 한국 영화가 내쳤던 ‘이단아’ 김기덕이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섰다. 올해 ‘대중문화 빅리더 30’에서 가장 빛나는 두 주인공은 가수 싸이와 영화감독 김기덕이었다. 둘은 모두 데뷔 이후 처음으로 대중문화 빅리더 30에 진입했다. 싸이는 가장 꼭대기에, 김기덕은 톱10(9위)에 올랐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였다.
지난 2001년 1월 데뷔 앨범 ‘Psy from psycho world’로부터 자신을 ‘싸이코’이자 ‘B급’이라고 내세운 싸이가 올해 일으킨 폭풍은 거대했다. ‘오빠는 강남스타일’을 반복하는 노랫말과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거듭하는 뮤직비디오, 쉽고 단순한 스탭의 말춤이 어우러진 앨범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인종과 성별, 노소를 불문하고 전지구촌에서 온통 난리였다. 싸이는 곧바로 한국 대중문화 ‘B급’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은 ‘비주류의 반란’이었다. 중졸, 공장생활, 해병대 출신, 미술 및 영화 독학 등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성장 과정과 청년기를 보냈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경력 18년과 그 족적인 18편의 영화는 한국영화와 겪은 불화와 갈등의 증거였다. 하지만 스스로 표현한대로 ‘열등감이 낳은 괴물’은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구원했다. 그리고 ‘피에타’로 한국영화의 ‘예술’을 구원했으며 한국사회에 통렬한 질문을 던졌다. 착취와 불평등, 이기적 욕망으로 서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 사회에 과연 구원의 가능성은 있는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이끄는 프로듀서의 힘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핵심이 스타와 콘텐츠라고 할 때 이들을 만들어내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스타와 노래, 영화, 드라마 등 작품이 꽃이고 열매이며 결과라면 뿌리는 ‘크리에이티브’, 즉 상상력을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촬영 현장과 비즈니스의 최전선에 서서 연출과 감독, 제작을 지휘하는 ‘프로듀서’의 힘이 ‘빅리더 30’의 리스트를 지배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대표 프로듀서라면 단연 CJ 이미경 부회장이 꼽힌다. 그는 매년 한국영화산업의 30%이상의 점유하는 투자배급사와 케이블TV 네트워크, 대중음악 및 공연사업 부문이 포함된 CJ E&M의 최종결정권자이자 총지휘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CJ E&M은 올해 1000만 흥행작 ‘광해’를 배출했고, tvN과 Mnet는 ‘SNL’과 ‘슈스케’ 등으로 방송ㆍ음악계를 이끌며 종편을 무색케 했다. CJ E&M의 공연사업 부문을 이끌며 뮤지컬 시장을 주도한 김병석 부문장은 10위에 올랐다.
K-팝의 글로벌 신드롬을 만들어낸 가요 프로듀서 양현석, 이수만, 박진영(12위)은 여전히 건재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성 프로듀서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15위)는 ‘건축학개론’으로 우리 사회의 복고 열풍과 40대 세대론의 불을 지폈다. 공연계의 대표 프로듀서인 PMC 송승환(13위), 신시뮤지컬 박명성(14위), 설앤컴퍼니 설도윤(24위), 에이콤인터내셔널 윤호진(26위)도 뮤지컬 시장의 폭발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힐링…스타와 함께 울고 웃다 현실의 정치와 경제에 절망한 국민들은 TV와 노래, 스크린에서 구현된 판타지 세상 속에서 스타들에게 위로 받았다. ‘힐링’은 올해 대중문화를 요약하는 주제어 중 하나였다. 유재석과 강호동, 신동엽(21위), 이경규(24위)는 바보나 낙오자 역할을 불사하며 찧고 까불며 서민들과 함께 웃었고, 성공한 스타들을 불러내 그들의 시련과 환희의 순간을 시청자들 앞으로 드러냈다. 이들 스타 뒤에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웃음을 끊임없이 만들어낸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개콘’의 서수민 PD(29위)가 있었다.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민 tvN ‘코미디 빅리그’의 이명한 PD는 26위로 신규 진입했다.
‘광해’에서 ‘성군이 된 광대’를 연기한 이병헌, ‘해를 품은 달’의 젊은 군주 김수현(15위), ‘착한 남자’이자 ‘늑대소년’이었던 송중기(11위)는 희생과 헌신, 순수, 진정성이라는 우리 시대에 잃어버린 가치를 극중 인물을 통해 보여주며 대중을 위로했다.
▶승승장구 K-팝, 욱일승천 한국영화 대중음악계에선 싸이 열풍에 밀려 여성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주춤한 대신, 개성과 음악성이 돋보인 남성 밴드 빅뱅(16위)과 버스커버스커(23위)가 순위에 올랐다. 한국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16위)과 배우 김윤석(18위), ‘범죄와의 전쟁’의 하정우(18위)는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으로서 올해 눈부신 활약을 인정받았다. TV와 영화, 뮤지컬 무대를 넘나드는 배우 조승우(26위)는 변치않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선 서울시향의 정명훈 예술감독(29위)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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