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애아 지원책 중구난방 첫아이 장려금도 5만~20만원 거주지따라 복지격차 심각
“첫 아이는 강북구에서, 둘째 아이부터는 서초구에서 낳아라(?)”
“자녀 입양은 송파구, 강동구, 마포구 등에 살 때 해라(?)”
무슨 얘긴지 읽고도 어리둥절하다. 자녀 교육뿐 아니라 아이를 낳거나 입양할 때도 특정 지역을 택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각각 복지’가 판을 치는 대한민국의 실속파 국민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정보다.
지난 대선에서 복지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진 가운데 출산, 장애, 입양 등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든 동일한 지원을 받아야 할 복지가 지역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 관계없이 어디에 살든 똑같이 누려야 하는 복지지만 거주지역에 따라 복지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 거주지역의 ‘차이’가 교육, 소득에 이어 복지의 ‘격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시 25개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시 자치구는 각기 다른 출산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원대상과 지원금액이 천차만별이다. 25개 구 중 첫아이 출산부터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지원금 규모도 5만원부터 20만원까지 제각각이다. 강북구가 가장 많은 20만원을 주고, 마포구와 서초구가 10만원, 용산구가 5만원을 준다.
둘째 자녀 이상의 출산장려금도 각기 다르다. 10만원을 주는 지역(관악구ㆍ광진구 등 5곳)부터 50만원(강남구ㆍ서초구ㆍ용산구ㆍ중랑구 등 4곳)까지 다양하다. 둘째~넷째아이 기준으로는 서초구가 50만원ㆍ100만원ㆍ5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금을 주는 반면, 성북구는 출생아 1인당 20만원을 지원해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한 발짝 차이로 애를 낳고 받는 지원금이 수백만원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경계를 맞대고 있는 관악구에선 10만~100만원(둘째~넷째)의 출산장려금을 받지만, 경계를 넘어 서초구에 거주하면 50만~500만원으로 5배 뛴다. 100만원ㆍ500만원ㆍ1000만원(둘째~넷째)의 출산지원금으로 논란이 됐던 강남구는 올해 3월 50만원ㆍ100만원ㆍ300만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국가 차원에서 입양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도 ‘지(地) 맘대로’이긴 마찬가지다. 25개 자치구 중 입양축하금 및 양육수당을 지원하는 곳은 송파구ㆍ강동구ㆍ서초구ㆍ마포구ㆍ양천구ㆍ강서구 등 일부 구에 한정된다.
장애아동도 거주지역에 따라 매달 손에 쥐는 지원금이 다르다. 18세 미만 장애아동 중 시설에 거주하는 아동은 정부로부터 장애아동수당을 받을 수 없지만, 강남구의 경우 장애아동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아동에게 장애 정도에 따라 월 7만원(중증) 또는 월 2만원(경증)의 지원금을 준다. 이 밖에 저소득층 대학생 학비 지원, 민간 어린이집 이용 아동 보육료 차액 지원, 0세아 의료비 지원 등의 복지정책도 지역에 따라 시행 여부가 갈린다.
균등지원이 이뤄져야 할 복지에 지역적 차이가 발생한 까닭으론 복지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ㆍ장기적 로드맵과 안목의 부재가 꼽힌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어느 수준까지 복지를 지원할지, 중앙정부에서 할 부분과 지방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복지가 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면밀한 검토 없이 시즌성 포퓰리즘 복지정책이 시행돼 결국 무상보육 같은 재정위기와 사회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결정은 중앙정부가 하고 책임은 지자체에 전가하는 복지매칭사업으로 지방재정이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출산, 양육, 장애인 등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복지는 국비로 일괄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선출직인 구청장들이 복지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란 목소리도 있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구청장을 선거로 뽑다 보니 표를 얻기 위해 경쟁후보 및 타 지역보다 과도한 복지혜택을 공약으로 걸고 있다”면서 “복지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요즘은 ‘구청장 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복지는 세금과 연결돼 있다. 복지 포퓰리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주는 게 좋은 게 아니다’라는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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