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28일 발표한 2016년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증대효과는 연간 3171억원으로 추정된다.

세법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고 제도가 안정화되면 이전보다 매년 이 정도의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분이 대부분을 차지해 이를 제외하면 이번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는 중립적이다.

발전용 유연탄으로 인한 영향을 포함해도 지난해 세법 개정안의 세수 증대효과(6000억원)에 비해 2분의 1에 불과하다. 증세도 아닌, 감세도 아닌 어정쩡한 세법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수 효과가 크거나 다수의 납세자에게 큰 영향이 있거나 형평성을 크게 개선하는 세법 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소득세수 연간 1000억원 감소=이번 개정안에 따른 연도별 세수 효과(전년 대비)는 2017년 2461억원 증가하고 2018년 5196억원 감소한다. 다시 2019년에는 4872억원 증가하는데 이어 2020년 1552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021년 이후에는 연간 518억원 가량 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세수 효과가 2018년 5000억원 가량 줄었다가 2019년 다시 늘어나는 것은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인상 때문이다.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은 내년 4월부터 인상되는데 이로 인한 세수효과는 4890억원 가량이다. 이중 4분의 3이 내년에, 4분의 1이 내후년에 반영되면서 전체세수효과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것이다.

세목별로는 소득세수는 연간 1027억원, 부가세수는 391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수는 연간 51억원 늘어나고 기타 세목은 발전용 유연탄 요인으로 인해 4538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세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조정(1000억원), 기업소득 환류세제 개선(1900억원),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조정(4900억원) 등이고, 감소 요인은 근로장려세제 확대(-1000억원), 교육비 세액공제 확대(-1100억원), 고용·투자 세제지원 대상 확대(-400억원), 출산 세액공제 확대(-300억원) 등이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이 7252억원 늘어나고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3805억원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민·중산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중위소득의 150% 이하인 경우로,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총급여 6100만원 이하를 의미한다.

중위소득은 소득을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정확하게 가운데를 차지한 소득을 말한다. 세부 계층별로는 고소득자 부담이 1천9억원 늘고 서민·중산층 부담은 2442억원 가까이 줄어든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기업별로는 대기업은 6243억원 증가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1363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대기업 세부담 증가는 대부분 발전용 유연탄 세율 조정 때문이다. 한편 외국인, 비거주자, 공익법인 등의 세 부담은 276억원 줄어들게 된다.

▶소득·법인·부가세 등 3대 세목 그대로=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3대 세목인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았다.

올해 예산안 기준 소득세 세입은 60조8000억원, 법인세는 46조원, 부가세는 58조1000억원 등으로 전체 내국세(186조9000억원)의 88%를 차지한다.

3대 세목의 세율을 건드리지 않은 것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세율인상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조세부담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세율 체계를 조정할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등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와 배치되는 법인세 인상은 할 수 없고 소득세 역시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아 건드리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가세 역시 소비와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인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증세에 유보적인 여당의 입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일각에서는 올해 세제개편 방향과 관련해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뱃세 인상이 4·13 총선 참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하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 부담을 높일 경우 정권 수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우리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 효율성 제고와함께 세입기반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증세에 따른 부담을 다음 정권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재정이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 기조, 복지지출의 급격한 증가 등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질적·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올해 세제개편이 법 통과 등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결국 증세 여부는 대선을 앞둔 내년 본격적인 수면 위로 떠올라 국민적 공감대를 묻는 과정을 거쳐 차기 정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내년에 대선 등 정치행사가 있는 만큼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면서 “큰 틀의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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