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경기대 주장 이정희. [사진=정종훈 기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경기대 주장 이정희. [사진=정종훈 기자]
경기대 선수단은 유니폼 왼쪽 팔에 근조 리본을 달고 뛰었다. [사진=정종훈 기자]
경기대 선수단은 유니폼 왼쪽 팔에 근조 리본을 달고 뛰었다. [사진=정종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태백)=정종훈 기자] 경기 휘슬이 울리자, 영남대 벤치에서는 환호성이 터졌고 경기대는 고개를 떨궜다. 희비가 엇갈렸다. ‘제47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이하 추계연맹전)’의 길었던 17일 여정은 지난 29일 영남대가 경기대를 4-1로 완파하면서 막을 내렸다. 경기대의 마음을 대변하듯 하늘에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취재진은 경기대 정광민 감독을 향했다. 경기대 정 감독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지난 28일,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정 감독의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정 감독은 “아버지께서 마지막에 좋은 선물을 주고 가셨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경기대 선수단 전원은 유니폼 왼팔에 근조(謹弔) 리본을 달고 뛰었다. 주장 이정희는 “감독님께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사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준우승 트로피를 높게 들어 올리는 경기대 주장 이정희. [사진=정종훈 기자]
준우승 트로피를 높게 들어 올리는 경기대 주장 이정희. [사진=정종훈 기자]

정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단을 모아 박수로 격려했다. “웃자 웃어! 우리 잘했잖아? 고개 숙이지 말고, 저기 봐! 우리 트로피도 있어!”

경기대 4학년 선수들끼리 사진 촬영에 나섰다. [사진=정종훈 기자]
경기대 4학년 선수들끼리 사진 촬영에 나섰다. [사진=정종훈 기자]

경기대 축구부가 수도권 대학임에도 많이 알려져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올해 U리그 4권역에 속해 8개 팀 중 7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다. 게다가 같은 운동부인 경기대 배구부는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둬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고 수업 도중 한 교수는 “팀 성적은 왜 그러니? 프로는 갈 것 같아?”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선수단을 자극하기도 했다. 선수단은 패배의식에 젖어있을 법 했다. 보통 한 대학에 등록된 선수가 30명 안팎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경기대가 등록한 선수는 총 24명. 그중에서도 2명은 부상으로 잔디를 밟지 못했다. 또 4학년 명재강은 리그 도중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서도 팀을 위해 출전했다. 선수단은 짧은 토너먼트 일정상 이틀 또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수비와 역습에 치중하며 체력 소모가 더 심한 팀이기 때문에 결승 진출이 더 놀라웠다.1991년 창단 후 전국대회 첫 결승행, 게다가 수년 전에는 불미스러운 일로 팀이 해체 논의까지 됐던 팀이기에 의미는 더 크게 다가왔다. 본인들도 예상치 못했고, 파죽지세로 결승전까지 올라와 당연히 우승 욕심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정 감독은 아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결과가 아쉽지 않다. 친구들이 대견하고,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이다. 이 친구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먼 영국 땅에서 이뤄진 레스터 시티와 같은 ‘신데렐라 동화’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비단 축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날의 추억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들은 패배했지만 패배하지 않았다.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