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경제 규모 세계 11위. 국민 행복 순위 47위.’
지난해 우리나라가 거둔 성적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1위로 외형적으로는 경제대국으로 불러도 될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속내용을 뜯어보면 과연 이런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은 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해 1인당 GDP는 2만8338달러로 세계 28위였다. 또 유엔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지난해 세계 4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 2014년에 비하면 6계단 하락한 것으로, 올해 조사에서는 58위로 11계단 주저앉았다.
국가 경제는 세계 11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국민은 그만큼 부를 가져가지 못했고 행복도는 되려 뒷걸음질 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GDP 통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짙어지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GDP 한계론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그는 최근 주요 연구기관장 등 경제전문가들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GDP 전망이 새로 발표될 때마다 관심이 매우 높은데 사실 GDP 0.1∼0.2%포인트 차이가 과연 어느 정도 의미를 갖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의 GDP 통계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GDP 통계의 추정방법을 보완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생활수준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GDP 회의론의 기저에는 경제 발전 패러다임의 변화가 깔려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면서 기존의 GDP 산출법으로는 새로운 형태로 이뤄지는 경제활동의 산물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가계의 입장을 보다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2.6%의 저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가계소득은 그보다 낮은 1.6%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데 불과했다.
국민들은 경제 성장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2분기 GDP는 375조401억원(계절조정계열 기준)으로 전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이는 지난 1분기 성장률 0.5%보다 0.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올 2분기의 작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2%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기가 2분기 바닥을 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가계 대출 증가와 물가 상승, 기업구조조정 한파 등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계 소득과 재산 분배 수준에 따라 행복 수준이 달라지는 만큼 이런 점들을 GDP 통계에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사실 한은은 이런 점들 때문에 몇년 전부터 GDP 한계 극복을 위한 대안을 고민해왔다.
국민소득총괄팀 중심으로 관련 검토를 통해 중장기 단계별 추진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 4월에는 ‘GDP를 넘어서’(Beyond GDP)라는 주제로 국제소득및부학회(IARIW)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이곳에서 나온 관련 논의 내용을 활용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GDP 보완을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나 팀, 단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박사급 전문인력 충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은은 이를 위해 해외에서 전개되는 GDP 한계론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08년 프랑스에서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중심으로 GDP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구성됐다.
2012년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는 경제적인 부뿐만 아니라 자연 자본까지 국가의 자본자산으로 인정한 ‘포괄적 부’(IWI)라는 지표가 등장했다.
그 외에도 노드하우스, 토빈 교수가 제시한 경제후생지표(MEW), 댈리, 코브가 창안한 지속가능경제복지지수(ISEW) 등 GDP를 대체하기 위한 지표들이 나와있다.
국내에서는 통계청 주도로 GDP 대체 지수 개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은 2014년 별도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 삶의 질 지표’를 내놨다. 객관적인 생활조건과 시민들의 인식ㆍ평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물질ㆍ비물질 12개 영역과 81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통계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삶의 질 지표를 보완ㆍ개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은과 통계청 사이에 GDP 통계 작성 권한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GDP 통계 작성을 한은이 담당하고 있지만, 통계청은 앞으로 통계당국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GDP 통계를 통계청장에서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통계청 삶의 질 지표는 물론 국제기구, 개별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GDP 보완 작업을 모두 들여다볼 계획”이라면서 “계획대로 GDP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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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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