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위법적 비상계엄에 대한 법적 단죄 절차가 매끄럽게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에 대한 암물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7%로 낮아져 석달 만에 0.4%포인트 내려갔다. 특히 JP모건은 1.3%라는 충격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에 동조하듯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지표로 삼는 MSCI ACW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세계 지수)에서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하락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트럼프 리스크’에 경제 버팀목인 수출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내수도 부진한 가운데 정정 불안 장기화 우려까지 덮치면서 잿빛 전망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IB들이 부쩍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은 비상계엄으로 시작한 국내 정세 불안이 가장 큰 이유다. 이번에 전망치(1.7→1.3%)를 0.4%포인트나 떨어뜨린 JP모건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하는 등 내수 부문의 취약성이 커졌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JP모건과 HSBC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소비자물가지수 예상치는 각각 1.7%→2%, 1.9%→2%로 오히려 높였다. 내수 부진으로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원화 가치 급락에 물가 상승 압박도 커졌다고 본 것이다. 성장은 지체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MSCI 지수에서의 한국 위상 추락은 삼성전자의 비중 축소 외에도 한국 주력 기업이 경기 민감주(화학·정유·철강 등)가 많고 인공지능(AI) 선도 경쟁에서 대만과 비교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점이 요인이 됐다.
계엄쇼크로 한국이 초유의 대통령 권한 대대행체제까지 몰린 것은 지극히 불행한 일 이나 정통 경제관료 외길을 걸어온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리더십을 맡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등 난국을 헤쳐온 그의 경험과 경륜이 한국경제의 회복탄력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최 대행도 8일부터 시작된 올해 각 부처 업무보고와 관련 “평소와는 그 절박함과 해법, 추진 속도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야 한다”며 비상한 각오를 다졌다.
한국경제의 활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최 대행을 더불어민주당이 직무유기(경호처 지휘권 미발동)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것은 위기탈출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국정의 한 축인 원내 제1당이 최 대행의 정국 수습을 도와주기보다 흔들기에 집중한다면 경제 불확실성 해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확충법 등 산업계가 호소하는 입법에 화답하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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