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김현경 기자] “나 너무 힘들어”
여느 때처럼 아이와 씨름을 벌이던 어느날 남편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이 도화선이 돼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육아휴직을 내고 오롯이 혼자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던 중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폭발해버린 겁니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당황하고, 저는 또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이 서운해서 더 속상하고, 그렇게 한참을 울었습니다.
[사진=123RF]
아이를 키우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한계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다다라서 더이상 현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외부의 도움이 전혀 없이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독박육아맘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저에게는 그 시기가 아이의 돌 무렵이었습니다. 1년간 아이에게만 집중하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고 몸은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는 종합병원이 됐습니다.
첫째고 잘 모르다 보니 아이를 본다는 것 자체가 엄청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옷 하나 입히고 뭐 하나 먹이는 데도 행여나 뭐가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는 초보 중에 초보였습니다.
이유식을 시작하고서는 난생 처음 사보는 재료로 난생 처음 해보는 요리를 해가며 온갖 정성을 쏟았습니다.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감기라도 걸렸을 땐 내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많은 것을 내려놨습니다. 아이에게 안 먹이던 것도 이것저것 줘보고, 아이가 넘어져서 다치거나 감기에 걸려도 괜찮다고 달랠 만큼 조금은 담대해졌습니다. 몸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마음은 좀더 편하게 먹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를 한계로 몰아붙인 것은 저를 둘러싼 상황도 있었지만 제 자신이기도 했습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최고로 잘해줘야 한다’, ‘아이가 아기인 것은 한때니 이때만이라도 집중해야 한다’, ‘금방 클테니 내가 조금만 참고 희생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없는 힘까지 쏟아부었습니다. 힘이 닿는 대로만 하면 되는데 오버를 하고 과로를 했던 겁니다.
철인이 아닌 이상 오버와 과로는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없었고, 저는 지쳐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방전됐습니다.
주변을 보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초보맘들이 같은 경험을 합니다. 고작 1년 차이 육아 선배지만 그런 초보맘들을 볼 때면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육아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입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를 케어한다고 생각하면 20년을 아이를 업고 달려야 합니다.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필요합니다. 초반에 전력 질주하다간 완주를 하기도 전에 쓰러질 수 있습니다.
엄마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정성만으로도 아이는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엄마가 잠시 숨을 돌린다고 아이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만 날이 아니고 내일도 모레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좀더 느긋하게 가다보면 육아가 조금이나마 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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