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브랜드(Brand)라는 단어는 노르웨이 고어(brandr)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운다’(to burn)의 의미로, 고대 유럽에서 가축의 소유주가 자신의 가축에게 ‘낙인을 찍어’ 명시하던 데에서 파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인디밴드 슈가볼의 고창인은 “누군가에게 단순한 상표나 제품이 아닌 브랜드가 되어 기억된다는 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좋은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제품뿐 아니라 아티스트나 음악 공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가요계에 해마다 특정 시기에 특별한 이름을 내건 ‘브랜드 공연’이 늘고 있다. 메이저와 인디를 아우르며 많은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상품 가치를 내건 ‘브랜드 공연’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름’을 붙인다고 모두가 브랜드 공연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콘셉트,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인식’이 돼야 ‘브랜드 공연’이라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 공연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픽하이가 올해로 2년째 진행 중인 브랜드 공연 ‘현재상영중’은 최근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인피니트가 2년에 한 번 여름마다 선보이는 ‘그 해 여름’은 오는 3일부터 시작된다. 인디씬에서도 슈가볼의 브랜드 공연인 음주 클럽투어 ‘취한 밤들’을 비롯해, 안녕하신가영의 브랜드 공연인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여름밤’, 소란의 ‘퍼펙트 데이’는 물론 이지형의 장수 브랜드 공연 ‘더 홈’ 등이 인기다.
뮤지션 각자의 색깔과 콘셉트를 담아 독특한 구성으로 진행되는 공연이기에 팬들의 만족도가 높다. 영화(현재상영중)를 콘셉트로 무대를 꾸미는가 하면, 한 편의 연극(더 홈)을 선보이기도 하고, 음주를 동반한 공연(취한 밤들)을 진행하기도 한다.
뮤지션들이 브랜드 공연을 선호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특히 음악의 산업구조가 다르다 보니 메이저와 인디 쪽의 브랜드 공연에 대한 인식은 상반된다.
에픽하이나 인피니트는 대형 공연장을 채우고도 남을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들임에도 해마다 특정 시기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어 소극장 공연을 연다.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수익률 면에서는 대형공연보다 현저히 저조한 공연”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관객들을 위한 공연”이라는 점에 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에픽하이 타블로는 “큰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선 좋을 수 있지만, 관객에겐 소극장 만한 공연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관객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인피니트가 소극장에서 ‘브랜드 공연’을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단독 콘서트와는 달리 어쿠스틱 편곡을 선보인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울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들과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고 싶고, 더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싶어 적합한 크기의 공연장을 골라 진행하고 있다”라며 “해마다 개최하긴 어려운 점이 있어 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팬들에게 주는 선물과 같다”고 말했다.
인디 뮤지션에게 ‘브랜드 공연’은 뮤지션의 노출과 인식 효과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슈가볼은 올해로 4년째 브랜드공연인 음주 클럽투어 ‘취한 밤들’을 진행, 4회 연속 티켓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심지어 서울을 비롯해 전주, 부산 , 대전, 대구, 강릉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다.
슈가볼 고창인은 “자본에서 독립한 인디뮤지션의 경우 노래건 공연이건 콘텐츠가 노출돼 인식되고 소비까지 오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노출과 인식을 넘어 좋은 이미지의 브랜드로 관객들의 마음에 새겨지면 해마다 홍보를 치열하게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믿고 보는 ‘러브마크’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면 신뢰가 쌓인다. 인디 뮤지션에겐 상당한 강점이다. 가수 이지형의 브랜드 공연 역시 ‘믿고 보는 공연’의 대명사로 자리잡아 벌써 9년째 진행됐다. 음악극 형식의 브랜드공연인 ‘더 홈’은 이지형을 비롯한 게스트들이 연극 속 주인공이 돼 한 무대에 선다.
해마다 늦가을 시작하는 공연은 연극처럼 한달 내내 진행하면서도 전석 매진을 기록, 대학로 일대의 연극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소속사 해피로봇 관계자는 “이지형의 경우 다른 아티스트가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다는 실험적인 도전정신으로 다양한 브랜드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며 “브랜드 공연은 다음 해엔 또 어떤 공연을 할지 기대감을 높인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기준과 기대치는 다르지만 메이저든 인디든 브랜드 공연의 가치로는 공통된 답변이 나온다. “뮤지션으로서 지속적으로 사랑받기 위한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메이저의 가수들에게 브랜드 공연은 단독콘서트에서는 보기 힘든 특별한 팬서비스나 별책부록, 보너스 같은 느낌이라면 인디에서는 그들의 이름과 노래를 알릴 수 있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며 “서로 추구하는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브랜드 공연’은 신뢰를 쌓아 공연형 아티스트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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