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같은 이야기 담은 소설 <사고>
공항을 17킬로미터 앞둔 지점, 한 대의 택시가 급작스럽게 차도를 이탈했다. 도로 아래로 추락하는 차 안에는 한 쌍의 남녀와 택시기사가 있었다. 남녀는 사망하고 택시기사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목격자들 진술에 따르면 이 차량은 아무런 조짐 없이 갑자기 도로 아래로 추락했다고 한다. 택시 기사의 과실일까.<사고>(문학동네.2012) 내용이다. 소설 도입부부터 ‘사고’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곳곳에 사건의 증거들만 흩뿌린 채 전말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사고 당일 자욱하게 낀 안개처럼 암울하고 비극적 분위기를 연출하며 뭔지 모를 불안감을 조성한다.
두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 교통사고는 택시 기사가 깨어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깨어난 택시 기사는 오로지 같은 대답만 되뇌었다. “두 사람은 서로 힘겹게 키스를 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 눈을 팔다 사고를 당한 걸까. 하지만 목격자의 진술이나 수사 결과에서도 택시의 결함은 보이지 않는다. 택시 기사의 과실로 생각하려 해도 이 사건의 의혹은 점차 커져간다.
수사 결과 이 탑승객들은 알바니아인으로 남자는 유럽회의에서 서부 발칸반도문제를 담당하는 분석가다. 여자는 오스트리아 고고학 연구소의 연구생이다. 호텔을 나섰다는 정황으로 보아서는 이들이 연인관계로 보인다.
하지만 발견된 증거는 사건을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남자의 메모에 적힌 ‘조건’이나 ‘콜걸’이라는 단어와 여자의 일기 속 ‘죽음 이후의 만남’ 등의 표현은 온갖 추측을 부른다. 급기야 정치적 살해 의혹이 제기된 것.
책 속의 미스터리함은 정체불명의 사건 조사원이 등장하면서 윤곽이 드러난다. 열정적인 끈기로 모든 정보를 조합하며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알바니아인으로 밝혀진 남녀는 10여 년 동안 연인관계였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지속적이지 않았으며 남자의 행방은 묘연한 부분이 너무 많다. 이들은 정말 정치적으로 살해 되었을까.
책은 한 남녀의 사랑을 중심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의 퍼즐 조각을 맞춰나간다. 작품을 읽으며 만나는 고전의 비유는 이야기를 극적으로 이끌어간다.
이를테면 남자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돈키호테>의 등장인물 안셀모와 카밀라, 그리고 로타리오 이야기를 직접 인용하거나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하는 대목이 그렇다. 책은 이처럼 퍼즐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맛이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알바니아의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으로 그는 알바니아의 독재정권이 무너지기 직전인 1990년 프랑스로 망명하여 지금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품 전반에는 그의 경험과 시각이 담겨 있다. 사랑을 담은 작품이지만 알바니아의 시대상이 엿보인다.
[북데일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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