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전에 없던 기발한 창의력…대본ㆍ연출ㆍ연기의 완벽한 조화 ★★★★ 이세진=공포도, 멜로도, 코믹도 가능한 이유는 ‘웹툰’이라서 ★★★ 이은지=군계일학…웹툰X드라마 ‘보는 재미’ 살렸다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안방극장에 ‘요망한 드라마’가 등장했다. 배우 이종석 한효주 주연의 MBC 수목드라마 ‘W(더블유)’. 현실 불가능한 판타지를 구현한 드라마는 방송 3회차에 동시간대 수목극 1위에 올랐다. 제2의 ‘태양의 후예’를 꿈꿨던 막강한 경쟁작 ‘함부로 애틋하게’(KBS2)는 ‘W’의 등장에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추락했다.
‘W’는 MBC 내부에서 전사적으로 뛰어든 드라마다. 홍보국, 드라마국, 편성국에 SNS팀은 물론 외주 홍보사까지 가세했다. 방영 초읽기에 들어선 한 달 전부터 “이렇게 좋은 대본이 왔는데 어떻게든 잘 살려보자”며 각 국에서 의기투합했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고, 한국 드라마 사상 전에 없던 기발한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웹툰을 소재로 했을 뿐 웹툰 원작의 리메이크 드라마도 아니다. 전에 없던 창의력에 ‘W’는 ‘웹툰 원작’설이 돌 정도였다. 드라마는 ‘복합장르’의 힘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동시간대 존재하는 두 개의 현실 세계를 오간다는 판타지를 큰 줄기로, 미스터리와 스릴러, 멜로에 코믹까지 얹었다. 각 장르가 유기적으로 자리하자 스토리는 설득력이 높아졌다.
‘W’는 사람에 의해 창조된 웹툰 세계가 실재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기 절정의 웹툰 ‘W’의 작가 오성무(김의성)는 자신이 창조한 ‘W’의 세계와 그 곳의 주인공 강철이 작가의 의지를 벗어나 살아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피조물을 죽이려 한다. 아버지를 찾으려다 난데없이 웹툰 속으로 빨려들어간 여주인공 오연주는 그 세계의 주인공인 강철(이종석)을 죽음의 위기에서 살려낸다. 현실과 웹툰 세계의 도킹이 시작된 배경이다. 사실 판타지 드라마는 공감대가 약하다. 최근 안방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조차 ‘현실 가능한’ 스토리를 품어야 흥행을 담보한다는 공식이 자리잡았다. ‘W’는 그러나 액자식 구성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연출의 묘를 발휘했다. 두 세계를 동등한 크기로 보여주는 구성을 취하는 것으로 허무맹랑한 ‘판타지’에 대한 이질감을 덜어냈다.
1회의 첫 장면. 강철의 올림픽 무대가 출발이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금메달을 따낸 강철의 성공기를 먼저 보여주더니 이내 주인공을 역경 속에 몰아넣는다. 잔혹한 가족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덧씌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한강 다리에서 자살하는 장면까지 속사포로 전개가 이어졌다. 그 뒤에야 현실 속 인물인 여주인공 오연주(한효주)가 등장, 이 모든 것이 ‘웹툰’이라고 설명한다. ‘W’의 구성이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 안에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를 모두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등한 크기로 만든 두 개의 현실, 굳이 웹툰 세계를 먼저 등장시켜 시청자로 하여금 ‘판타지’에 대한 거부감을 덜게한 것은 이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신의 한 수’였다.
4회까지 진행된 현재, 두 개의 현실을 오가며 스펙타클한 전개를 이어갔던 드라마는 고작 5회를 앞두고 대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대해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라고 입을 모은다. 강철은 4회 말미 자신이 ‘가공된 인물’이라는 점을 알게 되며 진짜 현실세계로 도킹한다. 다소 복잡할 수 있는 구성은 제작진의 친절한 설명으로 시청자의 유입율을 높이고 있다. ‘W’ 관계자는 “드라마가 다소 어려워 중간 유입이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적어도 4회~6회까지는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는 판단에 집약본 형식의 ‘복습의 세계’라는 7분 짜리 콘텐츠를 만들어 페이스북과 네이버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약과 압축의 달인들인 MBC ‘출발 비디오 여행’ 팀이 제작한 고퀄리티 집약본이다.
탄탄한 대본을 받아든 배우들의 연기력도 출중하다. 배우 이종석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인생 캐릭터’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종석은 사실 판타지 물의 단골손님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천재적인 두뇌의 사연 많은 기자(피노키오)도 이종석의 몫이었다. ‘W’ 속 캐릭터는 도민준 교수(별에서 온 그대)에 버금가는 능력자다. 누구나 흠모하는 웹툰 속 주인공이기에 가능한 설정이었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종석은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유달리 신경썼다”는 비주얼뿐 아니라 연기 역시 일취월장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작품을 같이 하며 이종석이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내면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느낀다”며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도 뛰어나고,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보인다. 매회 연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복 차림의 고교생이 어울렸던 이종석은 이 드라마를 계기로 부쩍 소년의 티를 벗었다. 이종석에겐 새로운 무기 하나가 더해진 셈이다.
여주인공 한효주는 오랜만의 안방복귀에도 이질감이 없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에 “이게 말이 돼”를 연발하며 속 터지기 직전의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한효주의 코믹 감성은 이 드라마에서 의외의 볼거리다. 그러면서도 한효주의 표정과 눈빛이 풍기는 정갈함은 다소 들 뜰 수 있는 캐릭터를 차분하게 눌러준다.
웹툰 소재를 취한 탓에 제작진은 특별한 인물에게 SOS를 청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다. 제작진에 따르면 드라마 속 웹툰작가 오성무의 캐릭터와 그의 작업방식, 집착증, 생활환경과 패턴 등은 윤태호 작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유사점을 찾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두 세계를 넘나드는 ‘W’ 속 남자주인공 강철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두고 ‘맥락이 없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다. 오연주의 난데없는 등장도, ‘도킹의 법칙’을 알아낸 탓에 튀어나온 키스신도 ‘맥락 없기’는 매한가지다. 자신이 ‘만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야 ‘맥락’을 발견한다. ‘맥락이 없다’는 대사는 이 드라마 속 최고의 반전이다. ‘W’의 스토리 만큼은 기막힌 맥락을 갖췄기 때문이다. 대본은 이미 11회까지 나왔다. 앞서 2회 말미 예고된 강철의 대사(‘당신 누구야’)는 드라마의 방향을 쥐고 있는 ‘키’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자유의지를 가진 뒤 존재의 이유를 찾게 된 피조물, “내가 만든 세계이기에 (강철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니”라는 세계관까지. 드라마가 품은 심오한 메시지는 ‘W’의 화룡점정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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