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향 수출 46% 현대차·기아 매도세
주주환원 실망·CET1 하락 우려 금융주도
‘관세 무풍’ 방산, 전력난·SMR 원전주 매수
![[게티이미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a3c4aecf9bfc4658a899a1ad73c85d5c_P1.jpg)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변국과 관세 갈등을 일으킨 이달 초부터 외국인은 수출주 자동차와 밸류업 수혜주 금융업종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반면 안정적 수주에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방산주와 소형모듈원자로(SMR) 호재를 업은 원전주는 사들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부터 전날까지 11일거래일 간 국내 증시를 6928억원 순매도했다. 관세 갈등을 일으킨 이후 증시가 처음 개장한 지난 3일 하루 새 9690억원을 팔아치우며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후 이른바 ‘관세 내성’이 길러지며 변동폭은 줄었지만 ‘팔자세’는 지속됐다.
외국인은 트럼프 관세 전쟁 이후 가장 많이 판 종목은 현대차(-4057억원)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한 이후 전날 증시에서 809억원을 순매도했다. 현실화할 경우 지난해 미국 수출 비중이 46%에 달하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감소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하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도 이달 1148억원 순매도(전체 6위)를 기록했다.

금융주 순매도세도 두드러졌다. KB금융(-3864억원)과 신한지주(-1123억원)은 각각 순매도 2위와 7위에 올랐다. 대규모 주주환원책에도 불구 기대치보다 낮은 실망감과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락 우려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상반기 52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예상치(1조원)보다 낮았다. 안전한 자본이 리스크에 비해 얼마나 충분한지를 보여주는 CET1도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각 전 분기 대비 0.08%p, 0.14%p 떨어진 13.51%, 13.05%를 기록했다.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2%보다 높지만 강달러에 따른 추가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수혜 종목으로 꼽히는 방산주 매수세는 이어졌다. 현대로템(1772억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11억원)는 이달 외국인 순매수 2위, 5위에 올랐다. 방산은 관세 갈등 무풍지대로 꼽히며 올들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수출 호조 속 매출도 견조하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으로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으로 시작하는 자국 우선주의 기치에서 방산업은 수혜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따른 전력공급 부족과 SMR 호재를 업은 두산에너빌리티도 순매수 4위(1262억원)를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대안으로 꼽히면서 AI 테마주에 포함된 데 이어 조선주에 탑승하는 흐름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하면서 선박에도 적용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뉴스케일(Nuscale), 엑스에너지(X-energy), 테라파워(Terra power) 이외 다른 SMR 업체와의 주기기 공급 계약도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다른 3.5세대 SMR의 주기 공급 계약이 체결될 경우, 보다 빠른 속도로 수주잔고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