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검증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

신약개발 투자시간·비용 등 절감

폐암치료제 ‘렉라자’ 성공 롤모델로

기술도입도 ‘지분인수→특정기술만’

유한양행의 한 연구원이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국내 첫 블록버스터 신약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의 한 연구원이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국내 첫 블록버스터 신약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제약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성공 사례인 ‘유한양행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신약으로 주목받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단점을 줄이고자 검증된 기술을 가진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게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유한양행은 10년 전부터 혁신 신약 개발을 목표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전임상 단계에서 도입해 자체 임상을 진행,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아 국산 신약 31호로 기록했다.

2018년에는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에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권을 12억5500만달러(약 1조8000억원)에 넘겨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효과를 입증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이 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 병용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승인을 받았다. 국산 개발 항암제가FDA 승인을 받은 것은 렉라자가 처음이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으로부터 6000만달러(870억여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을 받았다.

이는 매출에도 반영됐다. 유한양행은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2조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유한양행이 최초다.

기술력이 있으나 자본이 필요한 바이오텍으로부터 후보 물질을 라이선스 인(기술도입)해 임상 1~2상까지 자체 개발하고,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해 글로벌 임상 3단 단계에서 2차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까다로운 해외 승인 절차와 마케팅에 부담을 줄이는 유한양행 모델이 탄생했다.

유한양행은 바이오텍에 전략적투자자(SI)로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4월 300억원을 투자, 신약 개발기업 프로젠의 지분 38.9%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엔 지분 인수보다는 특정 기술만 기술도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바이오텍에서 기초연구로 확장하며 진화하고 있다. 2022년부터 기초연구에 특화된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인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YIP)’을 운영 중이다.

국내 대학·공공연구기관 소속 기초과학 연구자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과제를 선정해 과제별로 1억원 규모를 투자해 검증연구를 지원한다.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에 따라 유한양행은 혁신 신약 R&D 기술을 확보하고 후속 연구를 협력해 나간다. 제1회 YIP에서는 총 18개, 제2회 YIP에서는 총 17개 연구과제를 지원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지분 인수를 통한 기술도입을 했었지만 현재는 특정 기술만 라이선스 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기초연구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