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월 27일 두 개의 판결을 내놨다. 먼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고 결론냈다. 헌재는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감사원이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을 벌인 것이 위헌·위법하다는 판결도 이날 발표했다. 일부 논란과 우려가 따랐다. 마 후보자 임명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감사원 감사 범위를 제한한 판결은 선관위의 부정·비위를 누가 감시할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그럼에도 서로 별건인 두 판결이 공통적으로 웅변하는 바는 있다. ‘삼권분립’이 헌법상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할 법익이라는 것이다.

최 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 건에 대한 재판은 행정·입법·사법 등 3개 권력기관이 모두 관계된 권한과 의무 다툼이었다. 앞서 국회는 정계선·마은혁·조한창 후보자를 선출했으나 최 대행은 작년 12월 31일 정·조 후보자만 임명했다. 마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류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했다. 헌재는 판결에서 국회 선출 3인에 자격·절차상 하자가 없는 이상 최 대행은 이들을 임명해 재판관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전원일치의 의견을 냈다.

헌재는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대통령 소속하에 편제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선관위의 공정성,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대통령 등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선관위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한다”며 선관위 손을 들어줬다. 이날 감사원은 2013년 이후 시행된 7개 시도선관위의 경력채용 291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청탁 및 점수·서류 조작 등 878건의 규정 위반이 있었다는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두 판결의 공통점은 행정부의 권한과 의무 범위를 명시한 것이다. 법익이 법으로써 보호되는 이익을 뜻하고 헌법은 공동체의 유지·존속을 목적으로 한다면, 두 판결은 삼권분립의 수호가 헌법상 가장 큰 법익이라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를 명심하고 불필요한 논란은 자제해야 한다. 다만 최 대행은 마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되 헌재는 대통령 탄핵 심판에선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또 선관위는 이번 판결이 “부정부패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된다”는 헌재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하고 국회는 선관위를 더 엄격히 통제할 입법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