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기조연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성공하고 싶으면 좋아하는 일에 도전을

일단 시작했으면 성공할 때까지 달려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에서 기업 경영철학 등을 강연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에서 기업 경영철학 등을 강연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각자의 꿈은 다르겠지만, 여러분의 모든 꿈이 성공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좋아서, 미쳐서 끝을 볼 때까지 추진해 가세요. 가다가 어려움에 부딪히면, 연락하세요. 우리 함께 전 세계 시장을 두들겨봅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9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헤럴드미디어그룹 주최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 무대에 올랐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창업 시기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여정을 솔직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전해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서 회장은 KAIST 학생 및 기업·정부 관계자, 일반 관객 등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5시간 동안 진행된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에서 유일한 단독 기조연설을 맡았다. 서 회장은 준비한 원고를 접어두고 학생들과 현장과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연설을 이끌었다.

서 회장은 “KAIST에는 큰 아들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가 박사과정에 입학할 때 이후 두 번째로 방문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카이스트의 열기를 오늘 다시 느꼈다”고도 했다. 현장에는 서 회장의 동생 서정수 셀트리온 부회장과 아들 서진석 대표도 자리했다.

그는 “자고 일어나면 기술이 바뀌어있는 빠른 세상에서 ‘내가 뭐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과,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을까, 실패하면 어떻게 할까, 내가 선택한 전공은 먹고살 만한가 등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고민은 ‘졸업하면 과연 행복할까’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사업가들도 똑같은 고민을 매일 한다”며 실패와 좌절을 딛고 성공한 경험담을 전했다. 서 회장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 이후 서른두살의 나이에 대우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발탁돼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성공한 샐러리맨’의 삶은 얼마 가지 않았다. 대우그룹 해체로 하루 아침에 ‘백수’가 됐기 때문이었다. 그의 나이 마흔다섯의 일이다.

서 회장은 동료 5명과 함께 2000년 회사를 창업해 오늘날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을 이끌었다. 함께 바이오산업에 뛰어든 동료들을 포함해 당시 생물학 전공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기로 하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 아무도 없는 미국으로 갔다”며 “한 가지 확실했던 건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전 세계에 있는 현존하는 모든 약의 그래프를 그리며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세계적인 석학을 찾아 조언을 듣고, 한국이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그렇게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렘시마’(한국·유럽 제품명)로 한국과 유럽에서 최초로 ‘시밀러’ 간판을 따냈고, 2016년 ‘인플렉트라’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허가받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렘시마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조268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국산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하는 새 역사를 썼다.

서 회장은 성공하고 싶으면 좋아하는 일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절벽 끝까지 밀어붙일 정도로 절박해야 하고, 무슨 일이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절박한 사람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여러분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루에 열 번 이상씩 성공의 다짐을 하라”며 “일단 시작하면 성공할 때까지 끝내지 말고 달려라”라고 했다.

그는 “행복과 불행은 손등과 손바닥 같은 것”이라며 “손등을 보면 행복하고 바닥을 보면 불행한데, 그것은 여러분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벽에 일어나 노트를 펴놓고 넘겨보면서 좋아할 수 있을 것을 찾아라”라며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그것에 흠뻑 빠져서 미쳐서 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연이 끝난 후 관객석에서 한 KAIST 학생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번쩍 들었다. 패기 넘치는 학생의 용기에 서 회장은 환하게 웃으며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학생의 질문은 ‘설득의 기술’이었다.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주고 설득했느냐는 것.

서 회장은 어려운 약학, 의학 분야를 독학한 비법을 공개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중에서 전공과 맞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혼자서 파고들어라”라고도 했다.

이어서 서 회장이 명함을 꺼내 직접 사인을 한 후 학생에게 건네고 따뜻하게 안아주자 현장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행사 MC를 맡은 방송인 박경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오늘 이 학생은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전=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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