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美NBC 대담

“美 경기침체보다 더 나쁜 일 발생 우려”

통화질서 붕괴 가능성도 언급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왼쪽)가 13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인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오르쪽)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美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 방송 화면 캡처, AP]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왼쪽)가 13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인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오르쪽)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美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 방송 화면 캡처,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가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적 의견을 제시하며 글로벌 ‘관세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리오는 13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인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부채 증가가 새로운 일방적 세계 질서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경기 침체보다 더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리오는 이날 대담에서 수입품 관세, 재정적자 확대, ‘기존 권력에 도전하는 신흥 세력’의 결합을 “상당히, 매우 파괴적인 변화”라고 규정하면서 “미 행정부는 의사결정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를 자세히 설명해달라는 사회자 질의에 “통화질서 붕괴, 우리가 알고 있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방식이 아닌 내부 갈등, 세계 경제에 매우 혼란을 주는 국제 분쟁, 경우에 따라선 군사적 충돌” 등을 언급했다.

달리오는 최근 미국 부채의 ‘지속 불가능해 보이는’ 증가세와 미국 제조업의 쇠퇴 등 영향으로 미국이 자국에 필요한 품목 생산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키도 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줄이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NBC는 달리오의 브리지워터가 2008년의 금융 위기를 예견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브리지워터는 2007년 하반기에 “시스템에 내재한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는 메시지를 발신했고, 이후 몇 달이 지나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NBC는 덧붙였다.

달리오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관세에 맞서 대중(對中) 상호관세를 125%로 추가 인상하기 직전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글에서, ‘중국 정부의 달러 자산 매각과 재정·통화 정책 완화를 통한 달러 대비 위안화 평가절상 협상’을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구상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주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후폭풍으로 역사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친 끝에 11일(현지시간) 강세로 주간 거래를 마무리했다.

[AFP]
[AFP]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19.05포인트(1.56%) 오른 4만212.7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5.31포인트(1.81%) 오른 5363.3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37.14포인트(2.06%) 오른 1만6724.46에 각각 마감했다.

LPL 파이낸셜의 담 턴퀴스트 수석 기술적분석 전략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는 전문 용어는 아니지만 이번 주 증시 전반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는 가장 적절한 수식어로 보인다”고 말했다.

S&P 500 지수는 상호관세 정책 충격 여파로 월요일인 지난 7일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장중 한때 약세장에 진입했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90일 유예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수직 반등했으나, 백악관이 가짜뉴스라고 확인하면서 다시 하락 반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개별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현실화하자 S&P 500 지수는 하루 9.5% 폭등 마감했다. 이는 세계 2차대전 이후 미 증시 역사상 3번째로 큰 일간 상승 폭이었다.

다음 날인 10일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로 재차 하락한 미 증시는 대미 관세율을 125% 올린다는 중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관세 협상을 둘러싼 낙관론이 부상하면서 결국 험난했던 한 주간 거래를 강세로 마무리했다.

S&P 500 지수는 주간 기준으로 5.7% 올라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호관세 발표 직전인 2일 종가와 비교해선 낙폭을 5.4% 수준으로 좁혔다.

시총 1위 애플이 4.06% 상승했고, 인공지능(AI) 칩 대장주 엔비디아도 2.97% 상승 마감했다. 브로드컴(5.59%), AMD(5.30%) 등 반도체주도 5%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금 채굴업체 뉴몬트는 금값 랠리와 월가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에 힘입어 7.91% 급등했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AXS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배서크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을 괴롭히는 불확실성이 잦아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찾으면서 투자자들은 줄다리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