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교역국엔 트럼프 직접 참여”

“일본과 16일 협상…동맹 이점 있을 것”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안보장관회의 신설

산업 2차관, ‘알래스카 LNG’ 출장 예정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경제부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와 다음주 무역 협상을 앞둔 베선트 장관은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로이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경제부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와 다음주 무역 협상을 앞둔 베선트 장관은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로이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다음주 한국과 무역 협상이 예정돼 있다”며 “미국과 먼저 협상하는 국가가 더 유리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심의 협상단을 꾸리고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본격적인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16일)에는 일본, 다음 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면서 “(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질문받고서는 “난 우리 동맹국들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이 있을 것이라며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어느 국가가 미국과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는 “그들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베선트 장관은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완전히 없앨 수도 있냐는 질문에 “난 나라들에 ‘당신의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오라’라고 말한다. 뭘 들고 왔는지 보고 거기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국 다수와 매우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특히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국과의 협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끝나기 전에 협상을 타결할 국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의 무역 (협정) 문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는 원칙적인 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할 것이며 거기서부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의 무역수지 개선과 무역장벽 완화 약속을 담은 간소화된 형태의 합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다음주 미국과 본격 무역협상에 나선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안덕근 장관은 다음주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전날 경제안보전략TF 회의에서 “(한미) 양국 간 협상을 위해 산업부 장관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 방미를 추진해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안 장관은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인 지난 2월과 3월 각각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장관 등 트럼프 신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미국의 관세 계획에 관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 측이 크게 관심을 두는 조선 등 양국 간 산업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협상 결과 도출에 급하게 매달리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더 유리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안보장관회의를 신설키로 했다. 경제안보장관회의는 경제안보 복합문제에 대응해 경제부처와 안보부처간 공조를 강화하기 의해 신설한 회의체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 정상 간 통화와 통상교섭본부장 방미를 통해 확인한 미국 측 관심사항을 중심으로, 대미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부처별 역할분담 체계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그동안 예견됐던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232조 조사 개시에 대해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미국 측에 의견을 개진하고 우리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협의키로 했다.

또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사업성 검토 등을 위해 조만간 현지 출장에 나선다. 최 차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 초청 강연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돼 오다가 지연된 사업”이라며 “현재 한미 양국 간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해 곧 알래스카 출장을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베선트 장관은 미 국채시장 매도세에 대해 “국채시장 대응을 위한 충분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 정부가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대신 베선트 장관은 금리 급등과 채권 매도세에 대해 “주로 레버리지 축소에 따른 결과”라며 “주요 원인이 외국 정부라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베선트 장관은 2026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인터뷰를 올 가을부터 논의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정목희·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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