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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학생들과 올해 첫 공식 간담회를 갖는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부 제공]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학생들과 올해 첫 공식 간담회를 갖는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학생들과 올해 첫 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교육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의대 모집 인원 동결을 발표했지만, 강경파 의대생들의 수업거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온건파’ 의대생들의 복귀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대학가 역시 “4월 말까지 기다리면 의대생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대한의료정책학교 간담회’를 통해 약 10여명의 의대생을 만나 의학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의학교육 정상화 방안, 24·25학번이 동시에 교육받는 ‘더블링’ 관련된 논의, 향후 의대생 교육 지원계획, 의학교육 발전방안 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주호-의대생 첫 간담회 “의학교육 정상화, 24·25학번 교육 방안 논의”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더블링과 관련해 교육부가 어떤 대책을 가졌는지, 학생들은 어떤 애로가 있는지 듣고 아이디어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제안한 대한의료정책학교는 정부 의료 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 등 젊은 의사 10여명이 직접 의료 정책의 대안을 내고자 세운 조직이다. 의료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대안 제시 능력을 갖춘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한의료정책학교에는 투쟁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아닌 정부와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온건파 의대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는 이번 간담회의 경우 내년도 의대 모집 증원 결정을 1년 만에 철회하고 의대생들의 유급 도래 시점이 집중된 시기에 진행되기 때문에 의대생들의 마음을 돌릴 계기로 여기고 있다. 구체적인 시기는 학교마다 다르지만 의대생의 경우 수업의 4분의 1 이상 불참하게 되면 유급 처분이 내려지기에 통상 4월 말이 유급 시점이다.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 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 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정부 ‘온건파’ 의대생 설득 집중…“4월 말 절반 이상 돌아온다” 기대

정부의 계산은 이렇다. 강경파도 온건파도 아닌 ‘회색지대’에 있는 의대생들에게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고 설득하면 절반이 넘는 의대생들은 돌아올 것을 본다. ‘한 몸’으로 움직이는 의대 교육 특성상 절반 이상의 의대생이 돌아오게 되면 나머지 강경파 의대생도 어쩔 수없이 수업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난 17일 ‘의대모집인원 결정 간담회’에서 “(모집인원이 동결되면) 4월 이내에는 50% 이상 돌아올 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간담회에서는 “정부가 먼저 물꼬를 터주면, 복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추가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동시에 정부와 대학은 “올해에는 학사유연화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과 1학년 수업을 듣지 않은 24·25학번이 올해에도 유급될 경우 내년에는 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올해도 의료 인력이 배출되지 않으면 2년 연속 의사가 배출되지 않게 된다.

다만 간담회가 이 부총리가 올해 공식석상에서 의대생들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임에도, 강경파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참여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개최된 전국의사총궐기에서 “의료시스템이나 현장의 의견에 대한 고려 없이, 탁상에서만 노는 문과 관료들의 태만과 무능력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
광주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

의대생 수업 복귀 흐름 적어…입학정원 동결 고등교육법 시행령 입법 예고

의대생들의 복귀도 뚜렷한 변화가 없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의대 정원을 발표했다고 해서 의대생들이 이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진 않다”며 “학생들이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으니 안도하는 느낌이지 (수업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까진 아직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대학 총장이 2026학년도에 한해 의대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입학정원 3058명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이날부터 5월 2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모집인원 3058명을 반영한 내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5월 31일까지 변경해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17일 정부가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 “대학의 장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의 범위 안에서 학생들의 입학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기관이나 단체·개인은 5월 2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의견을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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