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민주당 내 정부조직 개편 공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제부처의 경우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이고, 이에 따른 기능 조정으로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장하는 산업·통상·에너지 중 에너지 분야를 떼어내는 방향에 논의의 무게가 실려 있다. 또 저출산 극복 등 인구 문제를 해결할 별도의 인구 전담 부서와 인공지능(AI) 산업 지원을 위한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도 논의되고 있다.

이 후보의 정부조직 개편 구상 가운데 논란이 큰 대목은 기재부에서 분리된 기획예산처를 누가 관할하느냐다. 이 후보는 28일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 뒤 “기재부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컨트롤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 저도 일부 공감한다”고 했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말을 이어받듯 바로 다음날 국회에서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고 예산편성권을 대통령실이 갖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막강한 입법권까지 가진 거대 집권당이 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꼭지점에 있는 대통령실이 예산 편성까지 직접 관할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은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의결권은 국회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예산 편성권을 갖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 대통령이나 여당의 국정 과제를 예산에 원활하게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제 부처 대신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직접 예산 편성권을 휘두르게 되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사업들이 예산에 대거 반영되는 ‘예산의 정치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는 예산 권한을 국무총리실 산하에 뒀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국가 예산 편성을 행정부 내 부처에 둬서 예산의 정치화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가뜩이나 이 후보에겐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지역 화폐 등 정치적 돈풀기를 남발한다는 비판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전쟁 속에 출범할 차기 정부가 급변하는 경제 안보 환경에 대응할 조직 구축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 모든 대선 후보가 수출과 내수의 균형적 성장을 뒷받침할 효율적 정부 구상을 밝혀야 한다. 다만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개편 규모가 너무 크면 당면한 현안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특히 통합과 성장을 내세운 이 후보의 경우, 정책 기조를 실현하려면 ‘재정의 정치화’ 같은 논란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