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 금천구 가산동에 소규모 상가를 소유한 김 모(58) 씨는 최근 임대간판을 새로 내걸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던 내부 구조를 활용하려 했지만 몇 주 째 문의가 없었던 탓이다. 그는 카페나 음식점을 차리기 쉽게 내부를 비우고 월세를 낮췄다. 김 씨는 “불황에 패션ㆍ의류업보다 카페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서울시 점포 10곳 중 2곳이 여전히 폐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패션ㆍ의류업종의 쇠퇴가 지역별 폐업신고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른바 ‘패션거리’로 명성을 크게 얻었던 금천구와 양천구가 대표적이다. 해당 지역은 각각 폐업신고율과 3년간 개업 대비 폐업신고율에서 1위를 기록했다.
10일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평균 폐업신고율은 2.12%로 나타났다. 10곳이 개업할 때 2곳이 문을 닫았다. 세부적으로는 금천구의 폐업신고율이 3.7%로 가장 높았다. 강동구(2.6%), 양천ㆍ강남구(2.5%), 도봉구(2.4%)가 뒤를 이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점포증감률이다. 24개 자치구는 점포 수가 줄었지만, 금천구(10%)는 ‘나홀로’ 늘었다. 폐업하는 점포보다 개업하는 점포가 많다는 의미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다른 지역보다 점포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점포 밀집 지역일수록 창업 위험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금천구 현지 관계자들은 높은 폐업신고율에 대해 경기침체를 이유로 꼽았다. 의류ㆍ소품 등 패션에 관련된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금천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인터넷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겼고, 불황으로 수익이 줄면서 의류ㆍ패션소품 매장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유행에 편승하지 못한 로드샵과 경쟁이 심해진 동종업소들 폐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섬유, 봉제산업이 발달했던 금천구는 지난 2001년 마리오아울렛 입점과 함께 ‘패션타운’으로 성장하며 몸집을 키웠다. 직접 판매하는 소규모 점포도 크게 늘었지만, 옷과 패션잡화를 도소매하는 업자도 많았다.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의류 도소매업과 패션잡화점들은 가산동에 집중됐다.
나 홀로 점포 수가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장 수는 그대로인데 주인만 많이 바뀌었다. 업종 변경은 흔하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공구상가나 아파트형 공장이 불황으로 예전만큼 잘되는 편이 아닌 데다 소비규모가 크지 않은 탓”이라며 “업종 변경은 아파트나 주택가에 밀집된 상가 건물들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3년간 개업 대비 폐업신고율 1위를 기록한 양천구(22.7%)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른바 ‘패션의 명소’로 불렸던 로데오거리 쇠퇴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화려한 런웨이는 사라진 지 오래다. 로데오거리에서 2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 모(47) 씨는 “패션거리보다 주점들이 모인 골목이 더 인기”라며 “음식점과 주점도 저렴하고 깨끗한 곳이 잘 된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줄면서 의류업종에서 카페, 스크린골프 등 업종 변경이 많았다”면서 “패션이 사라지고 유흥문화가 빈자리를 채우면서 문화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금천구나 양천구 모두 유동인구가 적어지고 소비가 줄면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지하철 출구 앞 등 일부 상가만 웃고 있다”며 “개업을 고려한다면 시세보다 싼 점포보다 입지 평가를 철저하게 거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25개 지자체의 평균 폐업 기간은 2년7개월로 나타났다. 폐업 기간이 가장 짧은 지역은 강동구(2.4년)였다. 종로구는 3.2년으로 폐업 기간이 가장 길었다. 점포 운영 기간 증가는 공실률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종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분기 2.77%로 지난해 4분기(5.92%)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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