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모습.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0ededb8339a1434784deb10e43972024_P1.jpg)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굉장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A great day in Saudi Arabi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첫 공식 순방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아랍 세계의 ‘맹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였습니다. 지난 1기 행정부부터 남다른 ‘브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미국 밖으로 직접 찾아가 처음 정상 외교를 펼치게 된 주인공이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으로 역사적인 복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The president looks forward to embarking on his historic return to the Middle East.)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0.PAP20250510034901009_P1.jpg)
이번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로 이어진 중동 방문은 ①거액 외자 유치 성과 ②중동 안보 현안 적극 관여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존재감을 부각하겠단 의도로 기획됐단 평가를 받는데요.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을 극진히 영접하며 그의 중동 외교 무대 복귀를 가장 빛나게 한 ‘1등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단 평가를 받습니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엔 ‘특급 의전’ 제공한 사우디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을 하늘 위에서부터 극진히 환대했는데요.
![13일(현지시간) 사우디 공군의 F-15 전투기가 3대씩 트럼프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 양옆을 근접 호위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3.PAP20250513142001009_P1.jpg)
착륙 30분 전부터 사우디 공군의 F-15 전투기가 3대씩 트럼프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 양옆을 근접 호위 비행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에스코트해 주고, 트럼프 대통령을 든든하게 지켜줘서 우리 모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PA]](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223.PEP20250223018601009_P1.jpg)
에어포스원이 착륙한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는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고요. 공항엔 최고위 인사를 맞이할 때 사용하는 보라색 카펫이 깔렸습니다.
공항에서 왕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차량 ‘더 비스트’가 아라비아 말들의 에스코트를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차량 ‘더 비스트’가 13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아라비아 말들의 에스코트를 받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4.PUP20250513017401009_P1.jpg)
황금빛 장식과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대리석 바닥과 푸른색 벽면 등으로 꾸며진 사우디 왕궁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성대한 환영식이 열렸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군악대의 사열을 받기도 했습니다.
![13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이 착륙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가 직접 나와 비행기에서 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3.PRU20250513231601009_P1.jpg)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측에서 준비한 아랍 커피를 마시지 않은 것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죠. 사우디에선 극진한 환대의 의미로 손님에게 커피를 내는 전통이 있는데요. 평소 커피를 피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시지 않고 잔을 내려놓는 장면이 방송 화면으로 나오자 벌어진 해프닝이죠.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조의 발상지인 리야드 근교 디리야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동행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알 투라이프(Al-turaif) 지구를 소개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우디 왕조의 발상지인 리야드 근교 디리야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동행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알 투라이프(Al-turaif) 지구를 소개하고 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4.PAP20250514052201009_P1.jpg)
오랜 ‘햄버거 사랑’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언론인 취재 지원센터 ‘미디어 오아시스’ 앞에 ‘이동식 맥도날드’를 투입하는 세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후 맥도날드 햄버거부터 먹었다고 하고요, 지난 대선 당시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내 한 맥도날드 매장을 찾아 감자튀김을 만들고 드라이브스루에서 직접 주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에 맞춰 리야드 그린홀에 2500명 이상의 국내외 언론인을 수용할 취재지원센터 ‘미디어 오아시스’를 꾸리면서 함께 도입한 ‘이동식 맥도날드’ 푸드트럭. 아랍어와 영어로 된 맥도날드 간판이 보인다. [SNS ‘엑스(X)’ 캡처]](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44d483fdf11f4680a09477573a1f4caa_P1.gif)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우디의 환대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방문 때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죠.
바이든 전 대통령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며 오랫동안 양국 관계는 껄끄러웠는데요. 관계 회복을 위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격이 낮은 칼리드 알파이살 메카주 주지사를 공항으로 내보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죠.
바이든 전 대통령이 왕궁에 도착했을 때도 빈살만 왕세자와 악수 대신 ‘주먹 인사’만 나눈 것도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고요.
![조 바이든(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7월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2대 도시 지다에서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fa263e518bd943529a6f7a10d83ca16a_P1.jpg)
천문학적 규모 투자 선물 보따리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을 계기로 1조달러(약 1400조원)가 넘는 경제 관련 합의를 발표하길 원한다고 참모들에게 밝혔다.
화려하고 성대한 손님 대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귀에 걸리도록 한 사우디의 ‘선물 보따리’는 바로 천문학적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에너지, 국방, 자원 등 광범위한 산업 섹터에 대한 투자 계획 등이 총망라된 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4.PAP20250514004601009_P1.jpg)
트럼프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는 순방 첫날인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에너지, 국방, 자원 등 광범위한 산업 섹터에 대한 투자 계획 등이 총망라된 협정에 서명했죠.
같은 날 개최한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가 함께 참석하기도 했고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무려 6000억달러(약 835조원) 수준입니다.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 1년 예산인 656조6000억원보다도 27.17%나 더 큰 규모죠.
![13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킹 압둘아지즈 인터내셔널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4.PAP20250514021901009_P1.jpg)
우선 미국 12개 방산 업체가 1420억달러(약 198조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 장비 및 서비스 판매 계약을 체결했고요. 민간 부문에서는 사우디 기업 데이터볼트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에 200억달러 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습니다.
또, 힐인터내셔널, 제이컵스, 파슨스, AECOM 등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 킹살만 국제공항 등에서 핵심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억달러의 서비스 수출을 거둘 것이라고도 전해졌습니다.
백악관은 아울러 142억달러 규모의 GE버노바 가스 터빈·에너지 솔루션 수출, 48억달러 규모의 보잉 737-8 여객기 수출도 사우디의 대미(對美) 투자 성과로 소개했습니다.
보건 분야에서는 샤메흐 IV 솔루션즈가 미국 미시간주의 공장 건설을 포함해 58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할 예정이며, 이밖에 5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투자펀드, 50억달러 규모의 항공우주 및 방위 기술 펀드, 4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스포츠 펀드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순방에서 거둔 투자 유치 성과로 언급됐죠.
미국은 사우디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수많은 일자리를 확보했습니다. 우리(미국)는 당신(빈살만 왕세자)의 위대한 조국에 계속해서 매우 잘 봉사(service)할 것입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4.PAP20250514234201009_P1.jpg)
투자금 유치 규모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지적이 NYT 등 미 언론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NYT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공개한 사우디발 사업 계약의 총액은 6000억달러의 절반 수준인 2830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단 겁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에 이미 진행 중인 사업도 일부 포함돼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6000억달러가 신규 유치인지, 아니면 기존 계약인지 등도 불분명하단 지적이죠.
사우디를 비롯해 카타르, UAE 등 중동 각국에서 펼치는 비즈니스 정상 외교를 두곤 ‘이해충돌’ 논란이 일기도 하죠.
대표적으로 트럼프 일가 소유 골프 사업체는 빈살만 왕세자와 사우디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LIV 골프대회와 연관돼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가 트럼프 일가 소유의 뉴저지주 골프장에서 PGA 챔피언십 개최를 중단한 시점에 사우디 국부펀드는 LIV 골프 리그를 출범했고요, 트럼프 일가 소유 골프장에서 4년 연속 대회를 열며 밀착을 과시 중이죠.
트럼프 일가는 사우디 국영 지분이 다수인 부동산 회사의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한데요. 트럼프 일가에 수백만달러의 브랜드 사용료 등을 안겨주는 ▷UAE 두바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및 타워 ▷카타르 도하 트럼프 골프장 ▷사우디 제다 트럼프 타워 ▷오만 무스카트 트럼프 호텔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들이죠.
미 정가와 시민단체에서는 트럼프 브랜드를 내세운 사업들을 주시하면서 이해충돌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는데요. 특히 트럼프 일가의 이익은 현직 대통령의 가족뿐만 아니라 대통령 본인의 이익과도 연결돼 있다면서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빈살만이 오랜 시간 공들인 선물은 ‘유가’
사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직접 방문하기 전부터, 더 정확하게는 사우디를 2기 행정부 첫 순방지로 결정하기 전부터 ‘맞춤형’ 선물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사하고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를 러시아와 함께 이끄는 사우디의 대규모 석유 ‘증산’ 정책이었습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41204.PRU20241204012001009_P1.jpg)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자국민을 향해 내놓은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휘발유 가격을 내리겠다’는 것인데요. 미국 대선에선 휘발유 가격을 상승시킨 대통령은 선거에서 반드시 패한다는 게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여질 정돕니다.
이런 ‘절친’ 트럼프 대통령을 도우며 환심을 사겠다는 걸 전략으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삼았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 높은 주장으로 받아들여지죠.
지난해까지 하루 220만배럴의 추가 자발적 감산을 이행한 사우디 등 8개 OPEC+ 주도국은 4월부터 하루 13만8000배럴씩 18개월간 점진적으로 감산량을 줄여나간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5월엔 원유 생산량을 하루 41만1000배럴 늘린 데 이어, 오는 6월에도 추가로 증산량을 41만1000배럴 늘리기로 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온라인 회의를 통해 내려진 6월 추가 증산 결정의 중심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코앞에 두고 있던 사우디가 서 있고요.
실제로 국제 유가는 올해 들어 급격한 속도로 하락했습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219.PRU20250219080701009_P1.jpg)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배럴당 61.82달러를 기록했는데요. 71.25달러로 시작했던 연초와 비교하면 13.24% 하락한 수준입니다.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기록한 연중 최고가(80.59달러)와 비교했을 때는 넉 달 만에 무려 23.29%나 떨어졌습니다. 이달 초반엔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 격화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저유가 기조가 이어진 것도 있지만, 사우디를 중심으로 뭉친 산유국 OPEC+의 대규모 증산 방침도 국제 유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오죠.
석유 매량장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2위, 생산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면서 석유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지닌 사우디로선 국제 유가 하락은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409.PRU20250409150901009_P1.jpg)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5% 하락한 약 260억달러(약 36조원)를 기록했는데요. 214억달러(약 30조원)로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1년 전 배럴당 83달러 수준에 판매됐던 원유가 올해 1분기엔 평균 76.30달러에 판매된 게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아람코의 배당금은 작년 4분기 310억달러(약 43조원)에서 올해 1분기 214억달러(약 30조원)로 30%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게 사우디 정부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란 점이죠. 사우디 정부와 사우디 국부펀드는 아람코 지분의 97% 이상을 공동 보유 중인데요. 그만큼 사우디는 아람코 배당금에 크게 의지해왔고, 지난해 석유를 통한 수입이 사우디 정부 전체 수입의 62%를 차지했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사우디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가량 확대된 33억달러(약 5조원)를 기록했다고도 해요.
올해 말 브렌트유의 가격 전망을 기존 배럴당 69달러에서 62달러로 하향 조정합니다. 사우디의 올해 재정적자는 300억달러에서 최대 75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 경고합니다.
유가 하락은 가뜩이나 돈 들어갈 데 많은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입니다.
초대형 건설 사업으론 미래형 스마트 시티 조성을 위한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가 있고요. 2030년 엑스포(EXPO)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등 초대형 이벤트도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2029년엔 무려 동계 아시안게임(AG)이 네옴 시티 프로젝트 내 트로제나(Trojena) 지역에서 열릴 계획이기도 합니다.
![네옴 트로제나 상상도. [네옴 홈페이지 캡처]](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316fe644aa944be4848e0fcb544723d6_P1.jpg)
사우디 경제를 변혁하고, 석유 중심의 수입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빈살만 왕세자 중심으로 박차를 가하는 ‘비전2030’ 프로젝트 전반이 돈 문제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유가 급락은 재정 적자와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전망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빈살만의 퍼주기? 더 큰 그림 위한 포석!
손해만 보는 것이라면 사우디도 분명 그냥 두고만 보진 않았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안긴 선물들을 하나씩 뜯어본다면,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에게도 모두 ‘윈-윈(win-win)’이라는 분석이 나오죠.
① 산유국 맹주 지위 강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등 OPEC+의 증산 결정이 감산 만으론 유가를 더 높일 수 없다는 걸 인정한 신호라고 분석했는데요. 사우디로선 오히려 유가 급락을 감수하고 증산이란 카드를 꺼내 들어 점유율 경쟁에 나서는 게 더 나은 상황이란 판단이 섰다는 겁니다.
실제로 사우디는 ‘공급 폭탄’을 통해 글로벌 원유 시장을 이미 초토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도 합니다. 총생산 단가가 배럴당 10달러 정도로 주요 산유국 중 가장 낮은 사우디로선 증산 ‘치킨게임’을 산유국 간에 벌여 유가가 극단적으로 하락해도 마지막으로 살아남을 수 있단 자신감 덕분에 도박을 피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고요.
4월 두 번째 증산 결정은 식전주(aperitif, 아페리티프)에 불과합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3bb1c819feb249eb8a35b0df6793091f_P1.jpg)
증산 방침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OPEC+ 회원국 내 ‘기강 잡기’에 나섰단 지적도 있는데요. OPEC+가 감산에 나서 고(高)유가를 부양했던 당시에도 만성적으로 생산 할당량을 초과해 온 얌체 국가가 있었는데요. 이라크와 카자흐스탄이 대표적입니다. OPEC+ 내 말썽꾸러기들이 단체 행동 대신 개인적으로 움직인다면 극단적 저유가 시대를 통해 해당 국가의 수익 폭을 최소화해 실질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죠.
② AI 등 첨단 미래 먹거리 사업 강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통해 탈(脫)석유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사우디 전략의 핵심 축에는 AI 산업이 놓여 있습니다. 사우디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핵심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고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순방 기간에 맞춰 첨단 AI 칩 공급, 데이터센터,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등과 관련한 각종 파트너십이 진행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사우디 현지 기업 휴메인에 최신 AI 칩인 GB300 블랙웰 칩을 1만8000개 공급한다고 발표한 엔비디아죠. 이 칩들은 사우디 내 500㎿(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엔비디아의 ‘라이벌’ AMD도 휴메인과 100억달러 규모의 협업 프로젝트를 발표했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한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3.PEP20250513189601009_P1.jpg)
지난 7일(현지시간) 바이든 전 행정부가 추진했던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한 것도 이런 움직임에 속도를 더했는데요. AI 반도체 수출국을 3개 그룹(동맹국·제한국·적대국)으로 나눠 수입할 수 있는 AI 반도체 물량을 제한하는 게 골자였던 ‘AI 확산 프레임워크’에선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은 중국과 함께 ‘적대국’으로 묶여왔습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순방에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대거 자리해 중동 자본을 향해 구애를 보여준 점도 사우디가 거둔 큰 성과로 꼽힙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루스 포랏 구글 회장 겸 최고 투자 담당자(CI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벤 호로위츠,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우버 공동설립자 트래비스 캘러닉, 게임 기업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CEO가 주요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 수년간 AI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중동을 잇달아 방문해 온 빅테크 CEO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절호의 기회’였던 겁니다.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투자 자금을 끌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론 사우디의 이익이 미국보다 훨씬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미국 기업들이) AI 반도체 등과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면서 대가를 너무 적게 받는다든지, 권위주의 국가에 심각하게 의존함으로써 국가 안보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③ 안보 강화
사우디는 1420억달러어치 미국 무기를 구매함으로써 ▷공군 현대화 및 우주 능력 ▷공중 및 미사일 방어 ▷해상 및 연안 보안 ▷국경 보안 및 지상군 현대화 ▷정보 및 통신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5개 분야에서 안보 역량을 강화하게 되는데요.
전문가들이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지점은 사우디가 이번 투자를 계기로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를 손에 넣을 수 있는지입니다. 사우디는 수년 전부터 해당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해 미국과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죠.
![F-35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3.PAP20250513152401009_P1.jpg)
미국이 사우디에 F-35 판매를 허용할 경우, 사우디는 중동 지역에서 해당 기종을 운용하는 두 번째 국가가 될 전망입니다. 현재 유일하게 F-35 기종을 운용 중인 국가는 이스라엘이죠. 다만, 미국은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국가들보다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질적 군사적 원칙(QME)’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의 ‘꿈’이 현실로 바뀌기엔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④ 외교무대서 아랍 맹주 지위 강화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시리아와 미국의 화해를 이끄는 ‘깜짝 이벤트’를 마련해 중재 외교의 진수를 보여줬단 평가를 받습니다.
중대한 기회를 주기 위해 시리아를 상대로 한 제재 중단을 지시합니다. 국가를 안정시키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성공하길 희망합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4.PUP20250514023701009_P1.jpg)
14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한 게 외교적 성과의 백미(白眉)로 꼽힙니다.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과거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를 이끌었던 인물로, 미국이 그의 목에 1000만달러(약 140억원)의 현상금을 걸 정도로 체포에 혈안이었습니다.
최근 외교 무대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요. 지난 3월 자국에서 미국-러시아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성사한 바 있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도 가장 강력한 중재자가 될 것이라 보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요.
“AI 반도체·테슬라·美 방산株 주목…유가 약세 고려 투자 신중”
사우디로 시작됐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섹터는 ‘AI 반도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를 비롯해 UAE에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이 생산한 고성능 AI 칩을 수출할 수 있도록 협정을 체결한 만큼, 관련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죠.
최근 들어 미국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AI 칩 구매 등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AI 칩 생산 업체들의 성장 곡선도 기울기가 완만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었는데요. 중동 국가들의 폭발적 수요 증가로 성장세 둔화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다는 겁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사우디에 GB300 블랙웰을 대규모 공급하기로 한 계약을 두고 “고성능 AI 칩 수요를 일부 해소하는 계기”라며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0.6%로 크지 않지만, 글로벌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각사 제공, 신동윤 기자 정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4.1e7f793a0a7642f48f4f944c16ad26eb_P1.jpg)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에 필수적인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거머쥐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주가에도 이번 소식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죠.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내 엔비디아 ‘밸류체인(공급망)’에 합류할 수 있을지가 변곡점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HBM의 D램 시장 내 비중 은 약 2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반기 내 ‘블랙웰 울트라’ 제품군을 위한 HBM3E 12단 시장 진입이 D램(RAM)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서 필수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사우디 휴메인과 함께 ‘사우디 AI 존’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될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모회사 아마존닷컴 주가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서학개미 ‘원픽(최선호주)’으로 꼽히는 테슬라 역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서 상당한 이문을 남긴 곳으로 꼽힙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사우디 내 스타링크 일부 사용 허가를 취득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로써 머스크 CEO가 소유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는 사우디 내 항공기나 선박에 위성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게 됐죠. 이 밖에도 머스크 CEO는 사우디에 테슬라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도입하겠단 계획을 언급하면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트럼프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 앞에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EPA]](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4.PEP20250514009001009_P1.jpg)
사우디에서 장기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프로젝트를 따낸 록시드마틴, 레이시온테크놀로지, 노스롭그루먼, 보잉 등 주요 ‘방산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의 증산 기조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제 유가와 관련한 투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증권가는 조언합니다.
일단 국제유가 전문가들은 전망치를 빠르게 하향 조정 중입니다.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는 배럴당 60~66달러로 전보다 낮아졌습니다. 내년엔 더 내려가서 배럴당 56달러(골드만삭스)에서 60달러(바클레이즈) 수준까지도 내다보고 있죠. 골드만삭스는 내후년은 배럴당 52달러 수준까지 내려 잡은 상황입니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불과 1년 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탓에 국제 유가가 100달러 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봤지만 완전히 틀렸던 것처럼 유가 전망은 잘 맞지 않기로 유명하다”면서도 “지정학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하강 가능성 등으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단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정유주의 경우 국내외 증시 주요 종목 모두 중단기적으론 약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와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기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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