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80% ‘브라질산’ 닭고기 공급 차질

정부·업계, 국산 공급 확대·수입국 다변화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치킨가게 모습. [연합]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치킨가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브라질 양계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중단되면서 치킨값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7일 브라질산 종란, 식용란, 초생추(병아리), 가금육 및 가금 생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공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브라질산 닭고기는 15만8000톤으로 전체 수입량(18만3600톤)의 86.1%를 차지한다. 작년 국내 닭고기 소비량 80만1600톤 중 브라질산은 20%가량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일 닭고기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주요 닭고기 수입·유통업체, 관련 협회 등과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재고물량 방출 등 협조를 요청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닭고기 주요 수입업체들은 2~3개월 사용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

한국육계협회도 닭고기 수급 불안에 대비해 국내 육계업체에 닭고기 공급량 확대 협조를 구했다. 농식품부는 64주령 이상인 종계 생산 기한을 당분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육계협회는 종계 사육수수 증가에 따라 닭고기 공급량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육계시장 1위 업체인 하림은 이달과 다음 달 육계 공급량을 작년 동기보다 5% 이상 더 늘리기로 했다. 또 닭고기 수요가 증가하는 7~8월에는 공급을 작년 동기보다 10%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치킨 판매점에서 점주가 냉장고에서를 열어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
서울 시내 치킨 판매점에서 점주가 냉장고에서를 열어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으로 수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치킨 등 관련 식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브라질산 닭고기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맘스터치, 지코바, 노랑통닭 등이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 중이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전략적으로 안전 재고를 확보해 당장의 수급 이슈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태국산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산 닭고기는 타 국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경쟁력이 가장 높다”며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제품 가격도 인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급식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급식업체 한 관계자는 “비교적 저렴한 구내식당에서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선 닭고기 음식을 줄이고 대체 메뉴를 편성하는 등 식단을 조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산 닭고기의 수입 대체국가로는 태국, 중국, 미국, 덴마크 등이 꼽힌다. 정부는 해당 국가 닭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