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문제, 우리 국민들한테 너무 큰 고통 줘”

작년 11월 대비 가공식품 73개 중 52개 올라

원재료 가격·환율 안정화…제품가격 반영 노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새 정부의 ‘물가와의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라면의 가격이 비싸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강력한 물가 안정책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품목별 모니터링 강화, 담합 조사, 할당관세 확대 등 가능한 방안이 총동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후 두 번째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들한테 너무 큰 고통을 준다”며 최근 생활필수품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에 나선 건 비상계엄 이후 국정 공백기를 틈타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체감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4.1% 올랐다. 전체 물가 상승률인 1.9%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특히 이 대통령이 언급한 라면은 1년 전보다 6.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배 이상을 나타냈다. 농심과 오뚜기, 팔도 등 라면업체가 잇달아 가격을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실제 개당 2000원대 안팎의 제품들도 많아졌다.

라면값만 오른 게 아니다. 비상계엄 사태 직전인 11월과 비교하면 73개 품목 중 52개 품목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동결되거나 인하된 품목은 21개 품목뿐이었다.

기업들은 원부자재, 인건비,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밀과 대두는 물론 유지류, 설탕 등의 가격이 하락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서 1350원대로 내리막을 걷는 상황에서 가격식품 인상은 ‘거꾸로’ 가는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적 혼란기를 틈타 가격 인상을 앞당기거나 인상 폭을 키운 측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연합]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연합]

전날 회의에 참석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가공식품 위주로 맥주랄지 라면 등 저희가 눌러놨던 것들이 많이 오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만큼 업계 대상 가격인상 자제 요청을 비롯해 품목 모니터링 강화, 담합 조사, 할당관세 확대,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 식품소재 구매자금 지원 등 전방위적인 물가 안정 방안이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일부 원재료의 가격과 환율이 안정화하는 추세이며, 소비자가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공식품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실질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려면 보다 면밀한 물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면·제과·제빵업체들은 지난 정부에서도 물가 안정에 동참하겠다며 가격 인하계획을 발표했지만 ‘대폭’ 상승 후 ‘찔끔’ 인하로 비판을 받았던 바 있다. 인기가 높은 상품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꼼수’도 포착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올랐던 물가가 계속 누적되면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물가를 낮추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