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과거 수십 년을 지배했던 ‘상식’이 무너지는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국제 질서를 유지해 온 정치·외교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이에 발맞춰 무역 구조와 금융 시스템도 급변 중입니다. ‘지정학(Geopolitics)’적 관점에서 돈의 흐름을 포착하고, 한 발 더 빠르게 기회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투자 전략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양국 정상 간의) ‘케미(chemistry, 조화)’에 의존했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계산(calculus)’에 따라 움직였다 봅니다. ‘브로맨스’는 끝나고, 그 자리를 관세와 상호 비난, 전략적 충격이 채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향한 공세) 화력을 높이는 만큼, 인도도 이제 과거의 감정은 내려놓고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화상을 입을 위험에 처했습니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격언이 있죠. 바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생전 발언이 그것인데요. 세계 어느 정상 사이보다 끈끈한 것처럼 친분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의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에 제대로 금이 간 모습이 대표적인 현실주의 외교관 키신저 전 장관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합니다.
사실 ‘현실주의 외교’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온 대표적 국가로 꼽혀온 곳이 인도입니다. ‘누구와도 척을 지지 않는다’는 실리주의 외교 덕분에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세계, 러시아로 대표되는 옛 공산권 및 권위주의 세계와도 척을 지지 않았었죠. 전통적인 ‘비동맹주의’ 맹주로 활동해 온 것도 이 때문이고요.
그랬던 인도가 미국과 밀착하며 서방 자유 진영으로 한층 더 다가섰단 평가가 최근엔 나왔었는데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과 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견제 기구 ‘쿼드(Quad)’에 참여한 게 대표적인 행보죠.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를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맞설 핵심 파트너로 여기며 특별히 챙겨왔습니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 당시 ‘진정한 친구’라며 서로를 부르던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지난 2월 두 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모디 총리가 백악관에 초청받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향해 ‘위대한 협상가’라고 극찬하기도 했었습니다. 양국 정상인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간의 ‘브로맨스’가 양국 간의 밀월을 가장 잘 상징하는 장면으로 꼽혀왔습니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인도, 그리고 모디 총리에 대한 ‘공개 저격’ 발언이 나올 정도로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는 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요구 조건 못 맞춘 인도
※협상 타결된 주요국 美 상호관세율
10% : 영국
15% :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19% : 인도네시아, 필리핀
20% : 베트남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인도가 지난 1일(현지시간)로 시한이 제시됐던 미국과 상호 관세 협상 타결 국가 명단에서 이름이 빠질 거라 생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애초 26%의 상호관세가 책정됐던 인도는 미국과 일찍이 관세 협상을 시작했던 만큼, 가장 먼저 합의할 것으로 예상됐던 나라였기 때문이죠.
인도와 거래는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지난달 말까지 5차에 걸쳐 미 워싱턴DC에서 협상이 진행됐지만,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의 중요한 진전이 더 이상 없었다는 게 로이터 통신의 전언이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인도는 미국의 대인도 수출 40%가량을 차지하는 산업 제품에 관세를 완전히 면제하는 방안을 제기했고, 국내 압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에 부과하는 관세도 할당량을 적용해 점차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인 에너지, 방산 분야 수입까지도 확대하겠다고 동의했다고 하네요. 인도 정부 관계자 4명과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을 인터뷰한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내용이죠.
문제는 인도가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의 무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회 요구를 완강히 거부한 지점이었습니다.
인도에 대해 2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남긴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도가 우리 친구임은 기억하세요. 하지만, 그들의 ‘①관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탓에 수년간 미국 기업이 제대로 비즈니스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②타국 대비 엄격하고 불쾌한(strenuous and obnoxious) 비관세 무역 장벽’도 문제였습니다.
권범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두 지점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작년 기준 인도의 최혜국 관세(MFN tariff)는 단순 평균 기준 16.2%로 글로벌 평균 7.5%, 중간값 7.3%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게 권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미국의 3.4%와 비교하면 4.8배에 이르고요.
미국 측이 문제로 삼고 있는 인도의 비관세 무역 장벽은 모두 인도 측이 완강하게 양보를 거부했다 알려진 농업/유제품 부문입니다. ▷인도 식품안전기준청(FSSAI)이 종자, 곡물, 채소 등 24개 품목 수입 시 비유전자조작식품 증명서를 요구한다는 점 ▷유제품 수입 시 가축류에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았으며, 치즈 제조 시 동물성 효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통합 검역증명서(VHC) 제출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美 “러 원유 사지 마”에 제 갈 길 가는 印
미국과 인도 양국 간의 문제에만 국한됐다면 관세 협상은 보다 쉽게 실마리가 풀렸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인도가 러시아와 경제·군사적 교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관세 부과 이유로 꼽았다는 것이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인명 살상 행위를 멈추길 모두 바라고 있는 이때도 인도는 중국과 함께 러시아 에너지의 가장 큰 구매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항상 많은 종류의 러시아산(産) 무기를 구매해 오기도 했었고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루가 지난 지난달 7월 31일(현지시간)엔 “인도가 러시아와 뭘 하든 상관없다. 그들은 망한 자국 경제를 함께 망가뜨릴 수 있다”며 강한 어조로 비꼬기까지 했죠.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과장된 정보, 또는 사실에 맞지 않은 일방적 주장 등을 늘어놓으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가는 전략을 자주 사용해 왔는데요. 이번만큼은 ‘팩트(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합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인도 무기 수입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점유한 국가는 36%의 러시아라는 게 권범석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2025 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에너지 수입액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44.5%로 단일 국가 중 가장 큰 상황이란 분석도 내놓았고요.
권범석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부분 사실에 근거한다는 점은 미국과 인도 간의 무역 협상이 쉽사리 결론짓기 어려운 상황임을 증명한다”고 봤습니다.
인도 역시 ‘강대강(强對强)’으로 맞부딪치고 있다는 점도 미국과 인도 간의 관세 협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죠.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트집 삼아 인도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크게 올리겠다고 협박한 것은 부당하며 지나칩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불가피한 일이라 주장하고 있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로 오던 전통적 공급 물량이 유럽으로 가면서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자이스왈 대변인은 “인도가 미국과 EU의 표적이 되어왔다”면서 “미국은 계속 러시아로부터 원자력 산업을 위한 육불화우라늄과 전기차 산업을 위한 팔라듐, 비료와 화학물질을 수입하고 있다”고도 강변했죠. 인도의 국익과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란 겁니다.
러시아 원유, 석유제품, 천연가스를 구매한 국가에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은 결국 현실화했는데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7일(현지시간)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부터 발효된 25%의 세율에 더해, 인도산 제품엔 21일 후 부턴 25%가 가산된 50%의 세율이 적용된다는 의미죠.
오히려 모디 총리와 인도 정부는 러시아 원유 구매 의지를 더 다지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모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후 연설에서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경제 자립’을 촉구하고 나섰고요. 인도 정부 관계자가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러시아 원유를 구매할 권리’에 대한 브리핑을 열었다고 영국 시사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최고 50% 세율을 부과하는 조치가 발표된 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모디 총리는 “우리는 농민의 복지가 최우선”이라며 “인도는 농민, 유제품 산업, 어민 복지를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인도의 이 같은 반발심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디 총리의 불편한 심기가 담겨 있단 평가도 나오는데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 모디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 겉으론 환대받았지만, 비공개 회담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미국산 무기 구매를 강요당하는 등 상대국 정상으로서 존중받지 못했다 지적했습니다.
그렇게 자랑하던 ‘절친 트럼프’가 인도에 보답한 방식이 이것(25% 관세율)입니까.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모디 총리는 국익과 외교 자율성을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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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는 경제적 협박, 인도에 불공정한 무역 협정을 강요하려는 시도입니다.
미국이 인도에 상호관세율 25%를 부과했을 때만 해도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비판은 모디 총리를 향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25% 추가 관세율 부과 이후엔 표적지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으로 바뀐 모습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의 외부 적 공격 앞에선 여야 구분 없이 인도는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죠.
印 경제 타격은 불가피…주가 ‘뚝’
미국이 인도에 매긴 관세율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입니다. 당장 섬유, 자동차 제조 등의 부문에서 인도의 경쟁자인 베트남(20%)과 필리핀·인도네시아(19%)의 관세율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이죠. 그만큼 상품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발(發) 고율 관세 사태가 현실화했다는 점을 가정한 연구 기관들의 분석 결과도 인도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는 수준인데요.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로 인도 국내총생산(GDP)이 0.3~0.5%포인트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용평가사 ICRA도 인도의 2025/2026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2%에서 6.0%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ICRA 측은 “인도 내 수출 업체들이 미국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 부담이 낮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고요.
앞서 블룸버그는 25% 상호관세만으로도 인도의 대미 수출이 30%가량 감소하고, GDP의 0.6%가 줄어든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추가된 25% 관세는 수출 감소 폭을 60%까지 늘리고 GDP 손실도 0.9%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죠.
프란줄 반다리 HSBC 수석 연구원은 미국의 대(對)인도 추가 관세 부과가 성장력을 저해하는 것을 넘어 외국인 직접투자(FDI) 등 자본 유입까지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의견도 이와 비슷합니다.
인도 상공부는 25% 관세율을 기반으로 7~9월 수출의 약 10%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미국-인도 정부와 세계무역기구(WTO) 연례 무역통계 등에 따르면 인도의 전체 수출액 중 대미 수출 비율은 약 17~18% 정도입니다.
인도 정부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데요.
수출 수요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도록 14억6000만명의 인도 국민을 대상으로 국산 제품 소비 장려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도 상공부에선 보석과 귀금속·섬유 등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죠. 지난 2월 예산에 배정된 수출 진흥 계획 자금(225억루피, 약 350억원)도 조기 집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하방 압력은 인도 증시를 강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 ‘니프티(Nifty) 50’ 지수는 최근 한 달간 4.34% 하락했습니다. 뭄바이증권거래소(BSE)의 ‘센섹스(SENSEX)’ 지수도 같은 기간 4.32% 떨어졌습니다.
최악의 국면?…“美印 모두 파국 원치 않아”
로이터 통신은 인도가 최근 수년간 중국을 태평양 지역에서 견제하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였지만, 관세 협상과 러시아와 무역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으로 전락했다고 짚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1998년 인도의 핵실험에 대응해 제재를 부과한 이후 지금 양국 관계가 가장 악화한 수준이라고도 진단했고요.
20년 넘게 노력해 얻은 미국과 인도 간의 외교 성과를 무너뜨릴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인도로선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10개 신흥 경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 차원의 협력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미국의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러시아에 손을 내미는 것이죠. 모디 총리가 이달 31일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7년 만에 방문하고,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은 것도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현재 모습만 봤을 때는 상황이 최악의 국면으로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인도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역시도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며 극한 대립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인도 정부는 지금의 문제를 억제하고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인도는 미국과 무역 협상을 계속하길 원할 것입니다.
인도가 (미국의) 러시아 제재와 같은 구조적 요인을 분명히 고려해 트럼프 미 행정부와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5% 관세율에 100% 징벌적 관세까지 미국이 인도를 상대로 추가 적용한 것은 오는 2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6차 미국-인도 무역 회담을 앞두고 압박을 더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현재도 양국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 하고요.
권범석 연구원은 인도의 대미 관세율이 크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지난달 확정된 인도-영국 자유무역협정(FTA)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데요. 여기서 인도 정부는 영국산 위스키/진에 대한 관세를 150%에서 40%로 인하했고, 대형/고급 자동차의 경우 110% 관세를 5년에 걸쳐 10%로 인하키로 했습니다. 두 품목 모두 미국의 주요 관심 품목이란 점에서 미국-인도 간 무역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게 권범석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러시아산 무기와 에너지 수입을 축소할 가능성도 높다고 권범석 연구원은 보는데요.
실제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 국영 정유사 인도석유공사(IOC)가 최근 미국·캐나다·중동에서 입찰을 통해 9월 인도분 원유 총 700만 배럴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소보다 구매량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부분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란 소식통의 설명도 덧붙였고요.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IOC, 바라트석유공사(BPCL), 힌두스탄석유공사(HPCL) 등 인도 국영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범석 연구원은 “과도한 러시아 방산 의존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점과 러시아제 무기의 품질 문제 등으로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 비중을 이미 줄이고 있다”면서 “서방 진영과 안보 협력이 증대되는 것도 러시아산 무기 수입 감소의 주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핵심 변수는 농산물·유제품과 관련한 무역 장벽 철폐 여부가 될 것이란 게 권범석 연구원의 판단입니다. 인도 인구의 68.9%가 농촌에 거주 중이며, 이들 대부분이 소규모 토지 소유주인 만큼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은 이들의 투표권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권범석 연구원은 “지난 수십년간 농산물/유제품 관련 사안에 대해 인도는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 비우호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면서 “2026년 정원 3분의 1이 선출되는 상원의원 선거와 서벵골, 타밀 나두 등 주요 주(州)의 주의회 선거도 예정됐단 점에서 정치적 셈법에 더해 무역 장벽 철폐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죠.
다른 기류도 느껴지고 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인도가 농업과 유제품 분야에서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인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관세發 인플레, 금리 인하 막을라…“리쇼어링 관련주 주목”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포문은 분명 인도를 향하고 있지만, 그 피해는 인도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칠 것이란 경고도 나옵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에 대해 50%에 이르는 관세율을 적용함으로써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인도를 비롯한 기존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이 2차 관세 압박에 다른 공급책을 찾으면서 러시아산 원유의 시장 유입이 줄어들면, 유가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죠.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촉발해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BBC 보도의 주요 요지입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해 강한 압력을 넣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단기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보호무역주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10시 현재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91.2%에 달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세의 영향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 탓에 파월 의장을 중심으로 연준 구성원들이 금리 인하에 매우 방어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며 “상호관세가 전면 발효된 데다, 인도 대상 징벌적 추가 관세 부과 등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면 또 한 번 금리 인하 가능성은 멀어지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엔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품목별로 봤을 때 대인도 관세의 영향이 미국 시장에 어떻게 미치는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바로 ‘의약품 제재(Pharmaceutical preperations)’인데요. ‘세계의 약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로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의약품 제재 규모는 지난해 미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130억달러(약 18조원)에 이릅니다. 미국의 전체 의약품 제재 수입액 중 5.3%를 인도가 도맡고 있는 셈입니다.
인도로부터 의약품 제재를 수입해 미국 내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들로서는 관세로 인해 급등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죠.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상승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상쇄하려 할 경우 기존 대비 영업이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미 증시에 상장된 제약주 흐름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인도에 대한 50% 관세율 적용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년에서 1년 반 사이 150%로 관세율을 올린 뒤, 나중에는 250%까지 의약품 관세율을 상향할 것이라 공언한 점도 악재로 꼽힙니다.
왜 관세를 부과하느냐? 바로 미국에서 생산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인도 등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를 파악한다면 서학개미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투자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일명 ‘리쇼어링(해외 공장 국내 복귀)’에 적극적인 미 증시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관세 부과 국면에서 가장 돋보인 리쇼어링 관련주는 바로 ‘아이폰’ 제조사 애플입니다.
애플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제품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미 전역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기업이 미국 내 핵심 부품 생산을 더 늘리도록 장려할 예정이고요.
앞서 애플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대표 스마트폰 ‘아이폰’ 생산기지를 기존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 중이었습니다. 지난 5월 초 실적 발표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6월부터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아이폰은 인도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최근에 애플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앞장선 미국에서 판매할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인도에 대한 관세가 오를 경우 당장 미국 소비자들의 아이폰 구매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생산 설비를 직접 미국으로 들여오지 않더라도, 핵심 부품을 미국 내 파트너사와 애플이 생산을 시작할 것이란 애플의 결정에 만족한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과 같은 기업에 좋은 소식은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미국 내 생산을 확실히 약속한 경우 아무런 관세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관세 면제 조치는 주가에도 긍정적 재료로 활용됐습니다. 6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모처럼 전날보다 5% 이상 오르기도 했죠.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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