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불법체류자로 붙잡혀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번 일로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시켜서 그들(미국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속 초기에 강경했던 입장과 달리 대미 투자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트럼프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8일 국회에 출석해 “구금 근로자들이 자진 출국하더라도 미국 재입국에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대강의 합의가 (미 측과) 이뤄졌다”고 했다. 이에 따라 10일(현지시간)쯤 우리 근로자들이 귀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 투자의 첨병으로 파견돼 땀 흘리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근로자들이 케이블 타이나 쇠사슬에 묶인 채 끌려가는 장면은 충격적이고 황당했다. 한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 투자를 미국으로 유치했다고 자랑하더니, 정작 현지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달려온 인력을 탄압하는 모순된 현실과 부닥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태는 트럼프의 요구에 따라 미국 투자를 고려하던 해외 기업들에 새로운 위험 요인을 주입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두 가지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 단속’과 ‘미국 제조업 재건’이 충돌한 불똥이 우리 근로자들을 덮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 재건에 한국의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트럼프가 “그것(인재를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합법적으로 인재를 데려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한국에 전문직 비자 쿼터 등을 할당해 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국 H-1B 전문직 취업 비자의 경우 연간 8만5000개가 발급되지만, 한국에는 별도 쿼터가 없어 약 2000명 내외만 승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호주는 연간 1만500명, 싱가포르는 연간 5400명의 해당 비자 쿼터를 갖고 있다. 호주 인구는 우리 절반 수준이고, 싱가포르 인구는 600만에 불과하다.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때 H-1B 비자 혜택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지자 결집이라는 정치적 수요가 커질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불법 체류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이어갈 태세다. 차제에 우리 인력의 미국 파견에 대한 합법적 경로를 공고히 하지 않으면 구금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해묵은 비자 문자를 이참에 해결한다면 전화위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