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의 행정이 무너지고 있다. 8억 원이 투입된 문수면 적동삼거리 교차로 개선공사는 공정은 끝나가지만 현장은 폐허에 가깝다.
폐콘크리트와 아스콘 찌꺼기가 도로에 쌓여 빗물에 흘러내리고, 오염수는 내성천으로 직행했다.
중앙선조차 없는 도로에서 주민은 매일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행정은 사실상 손을 놓았다. 이는 관리 부실이 아니라 명백한 직무 유기다.
부석사 일대는 더 참담하다.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주차장은 잡풀과 쓰레기로 덮였고, 주차선은 사라졌다.
가을 단풍과 축제를 앞두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올 시점에 보여준 영주의 민낯은 부끄러움을 넘어서 수치다.
교과서에서 배운 천년고찰을 기대한 관광객조차 실망과 분노를 쏟아냈다. 세계유산과 지역경제를 함께 갉아먹는 것은 다름 아닌 무책임한 행정이다.
영주시는 책임을 피하는 데만 몰두한다.
공사 현장은 “비가 와서 관리가 어렵다”는 시공사의 변명에 맡겨 두고, 부석사 주차장은 “부서 간 업무 분장이 복잡하다”는 핑계만 늘어놓는다.
결과적으로 시민의 안전과 관광객의 불편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행정 파산이 아니고 무엇인가.
문제의 본질은 시스템이 아니라 태도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문화, 눈앞의 민원을 외면하는 습관, 탁상 위에서만 움직이는 조직이 영주시 행정을 좀먹고 있다.
‘세계유산의 도시’라는 간판이 무슨 소용인가. 현장은 흉물로 변했고, 시민의 안전은 위태롭고, 관광객은 등을 돌리고 있다.
영주시는 더 이상 변명할 자격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긴급 점검과 강력한 책임 추궁이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행정 불신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세계유산을 지키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행정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 의무조차 외면한다면 영주는 이미 행정의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지금 영주시에 필요한 이름은 ‘세계유산의 도시’가 아니라 ‘방치된 도시’라는 오명뿐이다.
ks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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