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유예 끝 내년 1월 시행…250만원 초과분 20% 과세

매매·렌딩·스테이킹까지 ‘기타소득’…“거래 실질 따라 재분류해야”

국내 거래소와 해외·개인지갑 간 자료 격차…손실 이월공제도 허용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습 [연합]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번 돈과 직접 코인을 사고팔아 얻은 돈은 모두 가상자산 가격 변동으로 생긴 수익이지만,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소득의 이름이 다르게 붙을 수 있다. 해외에서 허용되는 가상자산 현물 ETF의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으로 분류되는 반면 직접 코인을 사고팔아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상자산 투자 방식이 매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테이킹’이다. 스테이킹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겨 거래 검증 등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추가 코인을 보상으로 받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 보상은 이자나 배당처럼 봐야 할까, 아니면 가상자산을 통해 얻은 기타소득으로 봐야 할까.

8일 재정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 시점보다 소득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가 더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무엇에 얼마를 내나

챗GPT를 활용해 제작
챗GPT를 활용해 제작

가상자산소득 과세제도는 2020년 12월 도입됐다.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20%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식이다.

연간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뒤 기본공제 250만원을 적용하고, 남은 금액에 세금을 매긴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 소득에서 공제하는 손실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과세는 2027년 거래분부터 적용된다. 실제 신고·납부는 2027년 한 해 거래 손익을 합산해 2028년 5월 이뤄진다. 당초 시행 시점은 2022년이었다. 그러나 취득가액 검증과 거래자료 확보 등 과세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2023년으로 한 차례 미뤄졌다. 이후 가상자산 시장 불안과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 필요성을 이유로 2025년으로 다시 연기됐다.

2024년에는 국제적인 거래정보 교환이 2027년부터 시작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행 시점을 다시 2027년으로 늦췄다. 세 차례나 시행을 미룬 과세가 다시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다양한 거래 유형을 현행 과세체계가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도 현행 과세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는 전문가 의견이 잇따랐다. 토론회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 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이 매매뿐 아니라 채굴·스테이킹·렌딩·유동성 공급 등 복잡한 가상자산 거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을 사고팔아 얻은 매매차익과 코인을 빌려주고 받은 대가, 블록체인 검증 작업에 참여하고 받은 보상은 경제적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 이를 모두 기타소득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넣어 과세하려는 것이다.

기타소득에는 복권 당첨금이나 일시적 상금 등이 포함된다. 가상자산 매매차익까지 기타소득으로 일괄 분류하면 가상자산 투자를 복권이나 일시적 행운과 같은 방식으로 취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교수는 매매차익은 양도소득, 렌딩 수익은 이자소득처럼 실제 거래의 성격에 따라 소득을 나누는 ‘가상자산투자소득세’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회계기준을 세법에 기계적으로 가져온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회계기준 해석 과정에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임시 분류한 뒤, 세법이 이를 충분한 검토 없이 기타소득이라는 잔여 범주로 옮겼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등 가상자산의 성격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자산의 이름만 보고 과세하는 방식으로는 거래 실질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과세 시행 전 소득 분류부터 정비해야

거래 유형별 기준이 없는 문제는 에어드롭과 하드포크, 스테이킹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에어드롭은 가상자산 보유자에게 새로운 토큰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하드포크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분리되면서 새로운 토큰이 생기는 거래다. 스테이킹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검증 작업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가상자산을 받는 방식이다.

토큰을 받은 순간을 과세 시점으로 볼지, 실제로 팔아 현금화한 때를 기준으로 할지 정하기 어렵다. 무상으로 받은 토큰의 취득가액을 얼마로 계산할지도 문제다.

과세자료 확보도 쉽지 않다. 정부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자료 제출, 해외 가상자산계좌 신고, 국세청의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등을 통해 거래자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제 공조도 추진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인 CARF에 따라 우리나라와 일본 등 46개국은 2027년부터 거래정보를 교환한다. 2028년에는 싱가포르·홍콩 등 29개국이 참여하고, 미국은 2029년부터 정보교환을 시작한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와 해외거래소·개인지갑 이용자 사이에는 과세자료 확보 가능성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내역은 과세당국에 체계적으로 제공되는 반면, 해외거래소나 개인지갑을 통한 거래는 포착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거래소를 통한 거래나 개인 간 거래도 마찬가지다. 거래 중개기관이 없거나 자료 제출 의무가 명확하지 않으면 과세당국이 거래 사실과 소득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 같은 경제적 소득을 얻었더라도 거래 장소에 따라 세금을 낼 가능성이 달라진다면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손실 이월공제도 쟁점이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커 한 해에는 큰 손실을 보고 다음 해에는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과세안에선 한 해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공제할 수 없다.

미국·영국·호주 등은 가상자산 손실의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도 2026년 과세제도를 개편해 3년간 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키로 했다. 손실 이월공제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기간에 걸친 실제 소득과 납세자의 담세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한 장치라는 반론이 나온다.

반면 가상자산 과세 찬성론은 근로소득·사업소득과의 형평성을 강조한다.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에서 얻은 이익에 법인세를 내는데, 개인의 가상자산소득만 과세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정부는 예정대로 2027년 과세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에서는 가상자산소득세를 폐지하거나 시행 시점을 늦추는 법안이 제출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과세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시행 시점을 2030년 1월로 늦추는 법안을 냈다. 가상자산 과세 폐지 청원에는 5만명이 동의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담은 법률은 2024년 시행됐다. 하지만 발행·유통·공시 등 디지털자산 전반을 다룰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향후 가상자산의 증권성 인정 여부나 새로운 거래 유형에 따라 과세체계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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