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외이사 1회 회의 보수 ‘529만원’

이사회 안건 반대표는 ‘0건’…‘거수기’ 역할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 반기사업보고서 분석결과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올해 상반기 4대 지주 5대 은행 사외이사의 평균보수는 3043만원으로, 회의(이사회)당 평균 529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급여를 받는 만큼,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자의 감시 역할을 해야 하지만 ‘반대’ 표를 던진 안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

보수는 높은 반면, 역할은 ‘거수기’에 불과해 사외이사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년만에 근로자 1년치 연봉 번 사외이사= 회의당 평균 급여 ‘529만원’. 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4대 지주(신한ㆍKBㆍ하나ㆍNH농협)와 5대 은행(신한ㆍKBㆍKEB하나ㆍ우리ㆍIBK기업)의 반기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4대 금융지주 중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KB금융으로 1인당 보수가 3700만원에 달했다.

이어 ▷하나금융(3100만원)▷NH농협금융(3000만원)▷신한금융(2700만원) 순이었다.

반년만에 근로자 1년치 연봉(3281만원, 2015년 기준)을 받았지만 개최 회의건수는 채 10번이 안됐다. 4~7번 사이었다.

회의당 가장 높은 급여를 받은 곳은 하나금융이었다. 이사회 개최 횟수가 4회인점을 감안하면 1회의 당 사외이사 1인당 775만원의 급여를 받은 셈이다.

그 뒤로 ▷KB금융(7번 개최, 529만원)▷신한금융(6번 개최, 450만원)▷NH농협금융(7회 개최, 429만원) 순이었다.

5대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사외이사 보수와 회의 당 보수가 가장 높았다. 1인당 5300만원으로 조사 대상 금융사 중 가장 높았다. 이외 은행들은 절반 수준이었다. 업계 1위 신한은행이 2700만원, KEB하나은행 3000만원이었다. 공기업인 IBK기업은행은 가장 낮은 1500만원이었고 반(半)정부은행인 우리은행은 2300만원으로 낮은 축에 속했다.

KB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회의당 757만원, IBK기업은행 사외이사들은 214만원을 받아 조사 대상 은행 중 최고ㆍ최저 회의 보수비를 기록했다.

▶반대표는 0건…거수기 여전=사외이사들의 거수기 역할은 여전했다.

조사 대상 금융사의 사외이사들은 단 한 차례도 이사회 안건에 반대 표를 던지지 않았다. 인수합병, 경영진선임, 유상증자방안 등 경영진이 상정한 모든 안건에 ‘찬성’했다.

1998년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대주주(오너)의 전횡을 방지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감독 및 조언하는 역할을 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독립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기업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연봉만 많이 받는 ‘경영진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논란이 일자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며 금융사들은 금융관련 전문가들로 채웠지만 거수기 역할은 여전한 상황이다. KBㆍ하나ㆍ신한ㆍNH농협 등 금융사들은 지난 3월 만기가 끝난 사외이사들은 대다수 연임시켰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관계가 이렇게 좋았던 시절이 없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에 경영진이나 오너가 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외이사제도의 취지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대주주를 제외하고 소수주주들에게 추천권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격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회 위원의 분리선출, 사외이사에 대한 정보공개 및 사후 책임강화 등 다양한 개선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