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병섭 ‘AI 파일럿’ 연구개발팀장

AI 파일럿, 감시·정찰·타격 수행​

KF-21 연동 편대 구성·운용 목표

2020년대 AI 파일럿 무인기 적용

독자 플랫폼 보유로 미·일과 경쟁​

공중전투체계·AAV 플랫폼 개발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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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 KF-21  [KAI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 KF-21 [KAI 제공]

“이거 진짜 비행 영상이 맞나요?”

지난달 22일 찾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5)’ 현장.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이어졌다. 국내외 방산 관계자와 관람객은 KAI 부스에서 상영되는 인공지능(AI) 파일럿 실증 영상을 보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해당 영상에는 KAI의 AI 파일럿(K-AILOT)이 탑재된 무인기가 감시·정찰·타격 명령을 받아 타깃을 파악하고 정확히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AI 파일럿이란 인공지능 기반 조종체계로, 향후 유·무인 복합전 시대를 이끌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이번 실증으로 국내 방산 기술이 AI 전투의 초입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전시 현장에서는 AI 파일럿이 탑재되는 다목적 무인기(AAP)의 실물기도 함께 공개됐다.

심병섭 KAI AI연구개발팀장
심병섭 KAI AI연구개발팀장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심병섭 KAI AI연구개발팀장은 “국내에서 실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에 AI를 탑재해 실증까지 한 사례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며 “영상이 공개된 뒤 반신반의하면서 ‘정말 비행을 한 것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고, 예상보다 반응이 컸다”고 했다. 이어 “이번 실증은 단순한 영상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비행기에서 AI가 직접 판단해 임무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AI 파일럿, 유무인 복합전 시대 이끌 핵심

KAI는 2030년 AI 파일럿이 접목된 무인기와 KF-21을 연동하는 신개념 편대 구성과 운용을 목표하고 있다. 조종사를 지원하는 보조에 불과했던 AI는 사람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파트너로 발전했다. 단순한 전장 보조 기술을 넘어 전력 운용, 의사결정, 정비·보급 등 국방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셈이다.

2023년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한 KAI는 지난해 2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1025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AI 파일럿을 비롯해 전투기 협업 무인기(MUCCA), 전투기 협업 다목적 무인항공기(SUCCA) 등 차세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개발 중이다.

심 팀장은 “조종사가 자기 기체를 조종하면서 다른 무인기까지 일일이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무인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율성이 필요하고, 그 핵심이 바로 AI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AI 파일럿은 조종사의 역할을 보조하거나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임무 효율성과 전장 대응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인기에 비행·인지 AI 기능 적용해 실증

AI 파일럿은 비행, 인지, 협업, 임무 수행 등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이번 실증에서는 목표 지점까지 자율 비행을 하고, 표적을 자동 탐지·식별하며, 위협을 회피하는 기능이 활용됐다. 심 팀장은 “비행과 인지 두 가지 AI 기능을 실제 무인기에 적용해 실증했다”며 “팀 단위 전투 기능은 현재 회사 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년간 독자적으로 준비해왔고, 지난해에는 소형 상용 무인기에 시험 적용해봤으며 올해 처음으로 고속 무인기에 시현했다”고 실증 현황을 설명했다.

AI 개발에는 KAI 자체 기술 외에도 일부 해외 기업 및 국내 스타트업 협력이 병행되고 있다. 심 팀장은 “미국의 실드AI(Shield AI)와 일부 협력하고 있지만, 전체를 맡긴 것은 아니고 카이 자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투트랙으로 개발 중”이라며 “국내에서는 젠젠AI 등 합성데이터 업체와 협력해 표적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적용 시점은 군 사업 일정과 맞물려 있다. 그는 “공군의 로우급 무인기 체계 개발에 AI 파일럿 기술 반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예상 시점이 2027년 말 시작이어서, AI 파일럿이 무인기에 본격 적용되는 시점은 2020년대 후반에서 2030년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인공지능(AI) 파일럿 실증 영상 중 한 장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인공지능(AI) 파일럿 실증 영상 중 한 장면

플랫폼 보유해 ‘선도 지위’ 유지 경쟁력

전 세계적인 AI 무인기 경쟁은 미국의 협동 전투 무인기(CCA)가 전력화하는 2028년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각국의 기술 수준과 관련해 심 팀장은 “미국이 가장 앞서 있고, 일본은 미국 기술을 도입해 준비 중”이라며 “KAI 기술 수준이 그들과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체 플랫폼을 보유해 실제 비행 실증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무기체계는 AI만으로 완성될 수 없고 비행기나 함정, 차량 등 물리적 플랫폼 기술과 결합돼야 한다. KAI의 경우 플랫폼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AI 무인전투기 분야에서 국내 선도 지위를 유지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개발 과정의 어려움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심 팀장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실제 고속 무인기에 AI를 탑재해 비행시키는 과정이었다”며 “시뮬레이션에서 작동하던 AI를 현실 비행 환경으로 옮기는 ‘심 투 리얼(Sim-to-Real)’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는 미국이 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영역이라 참고할 만한 교재나 메뉴얼이 없고, 논문을 찾아보며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듯 개발했다”고 회상했다.

AI 파일럿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서는 “현재 기준으로는 무장을 사용하는 행위, 즉 미사일 발사나 폭탄 투하는 반드시 사람이 최종 판단을 하도록 돼 있다”며 “AI는 조종사의 워크로드(업무 부담)를 줄이는 게 1차 목적이고, 대규모 정보 분석과 정찰·공격 임무를 보조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파일럿 기술, 민간산업으로 확장 가능성

AI 파일럿 기술은 군용뿐 아니라 민간 산업에도 확장 가능성이 있다. 심 팀장은 “표적 식별 기술은 공장 품질검사나 위험 감지 시스템에도 응용할 수 있고, 비행 제어 기술 역시 공장 자동화 장비 제어에 활용될 수 있다”며 “AI는 특정 무기 전용 기술이 아니라 범용 AI 기술로서 여러 산업 분야에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KAI는 AI 파일럿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축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자율비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을 그룹 전체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미래 항공우주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미래형 항공기술 개발을 통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완성 ▷신규 대형 플랫폼 개발 ▷고속중형가동헬기 국내 개발 ▷민·군 겸용 미래항공기체(AAV) 국산 플랫폼 개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우주 솔루션 개발 ▷미래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KAI는 이런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으며, 1999년 설립 이후 항공기 완제품과 부품을 개발·생산하며 국가 핵심 방위산업체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는 KF-21과 소형무장헬기(LAH) 양산·전력화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고, 국산화 개발사업과 성능개량 사업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완제기 수출 확대를 위해 전투기·훈련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글로벌 항공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부가가치 기체구조물의 신규 수주를 확대하고, 원가 경쟁력 및 생산 효율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