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키즈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고 자란 세대, 또는 종영 이후에도 유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를 통해 영상을 반복 시청하며 팬덤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무도 키즈는 무한도전의 유머 코드와 유행어, 특유의 감성을 공유하는 문화적 집단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헤럴드랩] “경도 하러 오셨죠?”
최근 지역 기반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물론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 여러 소셜 커뮤니티에서 만난 2030 청년들이 실제로 모여 즐기는 놀이가 있습니다.
바로 ‘경찰과 도둑’(이하 경도)입니다.
경도는 도망 다니는 ‘도둑’과 이들을 잡는 ‘경찰’로 역할이 나뉘는 술래잡기 게임의 한 형태입니다. 경찰이 도둑을 모두 잡으면 경찰의 승리, 주어진 시간 동안 도둑이 경찰을 피해 다니는 것에 성공하면 도둑의 승리로 게임이 끝납니다.
경도 모임의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운영자 포함 2~3명으로 시작했던 놀이가 입소문을 타며 수십 명에서, 많게는 2000명까지 늘어난 방도 있습니다.
최근엔 가수 이영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도할 사람”이라는 글을 남겼고, 일주일만에 10만명이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논 디지털(None digital) 취미 생활
2026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논 디지털 취미생활’은 틱톡·릴스·쇼츠 등의 자극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고리즘 중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현실의 감각을 회복하려는 흐름에서 출발합니다.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화면을 통해 소비하는 취미가 아니라,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를 통해 직접적인 오감 체험과 자극을 느끼며 안정감과 만족감을 높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도는 별도의 장비나 기술이 필요 없고, 단순한 규칙만으로도 즉각적인 몰입을 만들어냅니다. 참가자들은 경찰, 도둑이라는 역할을 맡아 뛰고 숨고 쫓고 잡히는 과정을 반복하며,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긴장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경도 모임’은 논 디지털 취미생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 “무한도전 떠올라”
“어린 시절 하던 경찰과 놀이가 하고 싶은데 주변 친구들이 해주지 않아 속상합니다”
“초딩에서 몸만 자란 2030 모임”
“도파민 채울 어른이들 구합니다”
경도 모임 채팅방에 들어간 문구들입니다.
경도 모임이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놀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놀이 방식을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보편적인 어린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동네 놀이터에서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면서 해 질 때까지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기억, 잡힐까 봐 숨을 죽이고 웃음을 참던 순간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방과 후 시간의 자유로움, 책임에서 잠시 벗어나 있었던 시절의 감정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입니다.
경도 모임과 같이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유행한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어린 시절에 접했던 콘텐츠가 리메이크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소비되는 현상입니다.
1990~2000년대 만화, 캐릭터, 음악, TV 프로그램이 다시 유행하고, 이를 굿즈나 전시, 체험형 공간으로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 12월 5~16일 운영했던 ‘무한도전’ 2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를 그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방송되며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최근에도 ‘무도 유니버스’ 밈과 레전드 장면들이 온라인에서 꾸준히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무도키즈’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세대를 아우르는 팬층을 형성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무한도전’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팝업스토어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예능의 상징적 장면과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며, 팬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좋아하던 시기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를 재해석해 힙한 문화 트렌드로 승화시키려는 젊은 세대의 기지가 숨어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계 맺는 것에 지친 청년들…“부담 없이 즐겨”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는 인간관계에서 깊은 정서적 유대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감정 노동과 책임이 뒤따르며, 이는 불안정한 사회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MZ세대에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그 결과 이들은 깊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보다, 필요할 때 선택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약한 관계’나 목적 중심의 만남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계 인식의 변화는 ‘경도 모임’에서도 나타납니다. 이 모임은 개인의 실제 정체성이나 감정 교류보다, 경찰과 도둑이라는 역할 수행과 규칙을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에 따라 참여자들은 자신을 깊이 드러내지 않아도 타인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모임은 관계의 시작과 끝이 명확하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경찰과 도둑’ 놀이가 종료되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며, 이후의 지속적인 연락이나 관계 유지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집니다. 이는 관계가 깊어질수록 책임이 커진다고 느끼는 MZ세대의 심리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뿅망치 들고 쫒아와” 애꿎은 시민 피해 우려
경도 놀이가 확산하면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점이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00 공원에서 경도하시는 분들”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 작성자는 “00 공원에서 경도하시는 분들 부탁드린다”며 “어두워서 게임 참여자분과 일반 행인 구분을 못 하시는 분들 계신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저는 참여자가 아닌데 뿅망치 들고 쫓아와서 불편했다. 늘 러닝하던 곳인데, 뛰면 도둑인데 연기한다면서 뿅망치를 휘두르려 하셨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여자 구분하셔서 게임을 하시면 좋겠다”라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경도 모임이 위험해 보인다”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들은 “오프모임의 80%는 사이비라고 하더라”, “아까도 경도하러 갔더니 전부 다 사이비였다는 글을 봤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는 “경도 유행 이후로 모르는 사람한테 길거리에서 잡혀가도 ‘경도인가 보다’하고 넘어갈까 무섭다”라며 “범죄와 놀이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자율적 활동인 만큼 참여자들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한 경찰학과 교수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공공 장소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되면 시민의 경계 수준이 높아지고 사고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By 박희원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참고 자료>
박현영, 2026 트렌드 노트: AI시대 소비 흐름은 어디로?, 서울: 북스톤
Melissa De Witte, Why is social connection so hard for Gen Z?, Stanford Report
이소연, 2024 인간관계인식조사 어떤 인간관계를 선호하시나요? -선호하는 인간관계 형성 방식, 관계 변화, 인간관계를 통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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