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넷플릭스를 켜고, 주말에는 영화를 보고, 아이돌 신곡이 나오면 무대를 찾아봅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을 콘텐츠에 씁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돈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왕 보는 거, 놀면서 돈도 벌 순 없을까?’

돈 되는 ㅇㅅㅇ’는 OTT(ㅇ), 스크린(ㅅ), 엔터(ㅇ) 산업을 작품 리뷰가 아닌 투자 관점으로 접근 해봅니다. 콘텐츠가 소비재를 넘어 자산이 되는 길을 추적합니다. 재밌게 즐기되, 숫자는 냉정하게.

‘돈되는 ㅇㅅㅇ’ 마스코트. [chatGPT로 제작]
‘돈되는 ㅇㅅㅇ’ 마스코트. [chat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관객 수와 매출 규모가 화제가 됩니다. 넷플릭스는 분기마다 가입자 증감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흥행 뉴스는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흥행 뉴스가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연·음반·MD 매출은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이 서로 다르고, OTT 플랫폼의 가입자 증가는 단기 실적보다 기업 가치에 대한 기대치에 먼저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같은 호재라도 주가에 찍히는 경로와 속도는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OTT·스크린·엔터 산업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수익이 쌓이는 구조와 주가에 반영되는 방식은 분명히 갈립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흥행은 성공했는데 주가는 왜 조용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뜨면 끝?…투자하려면 봐야 할 숫자, 따로 있다

OTT 산업에서는 제작사보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큽니다. 제작사는 작품을 만들지만, 플랫폼은 가입자를 보유합니다. 이 가입자는 월 구독료라는 반복 수익으로 전환되고, 이는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합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은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글로벌 흥행작이지만, 이 작품 한 편이 넷플릭스의 가치를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본 것은 흥행 자체가 아니라 가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그리고 이탈률이 어떻게 변했는지였습니다.

즉, OTT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 콘텐츠가 화제가 됐는지보다도 ‘이 콘텐츠가 가입자를 붙잡았나, 그리고 얼마나 오래 머물게 했나’입니다. 넷플릭스의 기업 가치는 단일 히트작보다 구독 기반 모델과 이용자 유지 능력에서 평가받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트레일러. [넷플릭스 유튜브]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트레일러. [넷플릭스 유튜브]

스크린 산업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천만 관객 영화가 등장해도 주가에 반영되는 시점, 강도가 달라집니다. 극장은 관객 수가 예상 범위에 들어오면 추가적인 실적 상향 여지는 제한적이고, 배급사는 정산이 분기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실적 가시성이 떨어집니다. 제작사는 선판매 구조로 수익이 이미 고정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흥행과 기업 가치 사이에는 언제나 정산과 반영의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엔터 산업은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특정 아티스트의 활동 여부, 투어 일정, 계약 이슈는 곧바로 실적 추정치와 주가 기대에 반영됩니다. 반대로 공백이나 변수 발생 시에는 실적 불확실성도 함께 커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IP(지식재산권)입니다. IP란 음원, 그룹명, 캐릭터, 세계관처럼 반복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기업 가치는 이 IP가 회사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귀속돼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속여 지분을 팔게 한 의혹을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속여 지분을 팔게 한 의혹을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국내 엔터 산업은 이 IP 수익이 특정 아티스트나 팀에 집중된 구조가 많은 편입니다. 이른바 ‘사람 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구조적으로 반영되는 산업입니다. 간판 아티스트의 구설수나 열애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한 방에 주가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잘 나갈 때 얼마나 벌까만 볼 수 없습니다. 안 풀릴 때 얼마나 흔들릴지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OTT·스크린·엔터주, 잘 모르면 ETF?”…안 따지고 사면 ‘딴 종목’이 더 많다

OTT·스크린·엔터 업종 투자가 쉽지 않다면 당장 떠오르는 건 요즘 대세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ETF 투자는 표면적으로는 간편한 선택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국내 엔터·미디어 ETF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엔터주 투자’라는 기대와는 다른 그림이 펼쳐집니다. 엔터·미디어 섹터에서는 구성 종목의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른 리스크를 안게 됩니다. 상품 수가 많지 않고 상장 기업 풀이 좁다 보니 구조적 제약이 존재합니다.

국내 엔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는 최대 2000억원대 규모로 자금 유입이 제한돼 있다.
국내 엔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는 최대 2000억원대 규모로 자금 유입이 제한돼 있다.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2017년 상장)와 TIGER 미디어컨텐츠(2015년 상장)는 상장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순자산은 수백억~1000억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도체나 미국지수 ETF가 수조 원대로 커진 것과 비교하면 자금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해집니다.

구성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는 엔터 기획사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같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 비중이 높아 순수 콘텐츠 흥행보다 광고·트래픽 환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구조입니다. 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 게임 기업도 함께 편입돼 있습니다. ‘엔터 ETF’를 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플랫폼·게임 업황에 투자하고 있는 셈입니다.

TIGER 미디어컨텐츠는 방송·드라마 제작사와 종합 콘텐츠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상장 미디어 기업 풀이 크지 않아 상위 종목 집중도가 높은 편입니다. 산업 전반을 고르게 담기보다는 몇몇 핵심 기업의 실적에 수익률이 좌우되는 구조입니다.

2024년 상장한 ACE KPOP포커스는 하이브·SM·JYP·와이지 등 주요 기획사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K팝 업황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선택지일 수 있지만, 분산 투자라기보다 ‘업황 베팅’에 가깝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플랫폼이 꿀꺽…콘텐츠 흥행만 보면 안 되는 이유

PwC가 지난해 발표한 ‘5개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산업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에서 광고 매출과 연결 서비스 기반 수익이 소비자 직접 지출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wC는 이를 ‘수익의 중심 이동’으로 정의합니다. 개별 콘텐츠를 구매하는 소비보다, 플랫폼·광고·데이터·연결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콘텐츠를 보는 사람보다, 그 사람을 둘러싼 데이터와 광고가 더 큰 돈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광고 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경기 변동에 민감해지지만 콘텐츠 흥행에 좌우되는 정도는 줄어듭니다.

이 변화는 OTT·스크린·엔터 산업의 희비를 갈라놓습니다. 플랫폼은 가입자와 체류 시간을 자산으로 축적하지만, 단일 콘텐츠나 공연은 흥행 이후의 반복 수익을 구조적으로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흥행의 크기보다 수익이 ‘어디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가 기업 평가의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TF 해체하면 알짜株가 보인다…히트작 뒤의 권력, ‘반복수익’

글로벌 ETF가 담는 종목을 보면, 자본은 개별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광고·유통 통제권을 가진 기업에 먼저 베팅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엔터주 전용 ETF’가 크게 형성돼 있지는 않지만, 대신 커뮤니케이션·미디어 섹터 ETF 안에 엔터 산업의 핵심 기업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XLC, VOX, IYZ 등을 보면 메타와 알파벳 비중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여기에 넷플릭스, 디즈니, 컴캐스트, 통신사들이 더해집니다.

실제 ETF 구성을 통해 확인해볼까요. XLC의 경우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비중의 약 75%를 차지합니다. 이들 10개 기업에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티모바일, 일렉트로닉 아츠 등 다양한 기업이 포함돼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약 25%는 4% 미만 종목들이 분산돼 있다는 뜻입니다. 소수 플랫폼 비중이 높지만, 동시에 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구조입니다.

이들 기업은 단순 제작사가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유통, 가입자 또는 네트워크를 통해 ‘반복 수익’을 구조적으로 축적하는 기업입니다. 흥행작 한 편의 성패보다 가입자 유지율, 광고 매출, 콘텐츠 라이브러리 가치가 기업 평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합니다.

음악과 공연 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글로벌 ETF에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 워너 뮤직 그룹, 라이브네이션, 스포티파이 등이 함께 담깁니다. 음원 IP에서 발생하는 로열티, 글로벌 투어 유통망, 구독 기반 스트리밍 모델이 반복 수익의 근간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영역에서는 알파벳(유튜브), 메타, 로블록스, 일렉트로닉 아츠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 기업은 콘텐츠를 단발성 소비로 끝내지 않습니다. 플랫폼 체류 시간과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인앱결제·구독 모델을 결합해 장기적 현금흐름을 만듭니다.

결국 글로벌 자본이 바라보는 엔터 산업의 핵심은 ‘히트작’이 아니라 ‘통제권’입니다.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 장기 IP를 축적한 스튜디오, 글로벌 유통망을 장악한 공연 기업이 중심에 놓입니다. 자본은 화제성보다 반복 가능성을, 단기 매출보다 구조를 평가합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에스파. [에스파 인스타그램]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에스파. [에스파 인스타그램]

‘돈 되는 ㅇㅅㅇ’는 글로벌 ETF의 시선으로 국내외 OTT·스크린·엔터 종목을 분석합니다. 콘텐츠의 흥행 뒤에서 그 성적표가 어떻게 기대치로 바뀌고, 주가로 연결되는지 그 경로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이어지는 회차들은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가장 익숙한 국내 엔터사부터 시작합니다. 최근 매출 1조원을 돌파한 SM엔터테인먼트의 실적 구조, BTS 월드투어 500만명 가정이 하이브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