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올바른 정보, 발 빠른 분석은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서학개미 주식회사’에서 고민과 질문의 해답을 풀어봅니다.
지난 연재에서는 인공지능(AI) 버블론에 대해 짚어봤는데요, 이번엔 ‘AI 위협론’이 미국 증시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거품’이 아닌 ‘대체’에 대한 우려입니다.
불씨를 지핀 건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가 지난 23일 발표한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AI 에이전트 도입으로 기존 기업들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결제·카드 서비스, 배달 플랫폼, 금융 서비스·자산관리, 사모펀드 등기존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보고서에 언급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도어대시 주가는 이날 각각 7.3%, 6.6% 급락했습니다.
그렇다면 AI 공포를 피해 투자자들은 어디로 향했을까요?
‘AI 공포’의 피난처, 필수소비재
시장은 AI로 인해 혼란을 겪거나 파괴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을 찾고 있다.
투자자들은 ‘AI와 거리두기’에 나섰습니다. AI가 글로벌 경제 성장의 동력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높아진 변동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손 보겠다는 판단입니다.
이철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AI 주식과 정보기술(IT) 업종의 밸류에이션를 축소하는 흐름 속에서 우호적인 업황이 기대되는 필수소비재 업종을 선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필수소비재 섹터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 들어 24일까지 0.37% 하락한 반면 S&P 500 필수소비재 지수는 15.45% 상승했습니다.
필수소비재 종목은 경기 변동기에도 주가 흐름이 안정적인 ‘방어주’로 꼽힙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수요가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FCF)을 바탕으로 높은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최근 시장 자금이 필수소비재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AI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로 인한 수익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필수소비재 기업들은 안정적인 매출과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때문이죠. AI 투자 리스크를 ‘헷지(hedge)’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크리스티 아쿨리안 아이셰어즈 투자 전략가는 “배당주는 S&P 500 대비 낮은 수익 변동성을 보이므로 AI주의 매도세 발생 시 포트폴리오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빅테크 기업의 주주환원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AI 설비투자(CAPEX) 부담이 낮아 주주환원이 꾸준히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미국 배당 ETF의 투자 매력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화장지·기저귀는 언제나 팔린다
해링턴 CEO는 “설령 사람들이 대규모로 일자리를 잃더라도, 여전히 화장지와 기저귀는 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지목한 기업은 바로 킴벌리클라크입니다.
킴벌리클라크는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개인 생활용품 제조사입니다. 하기스 기저귀와 크리넥스 티슈 등 개인용품 부문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국내에서는 유한킴벌리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죠.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가 설립한 합작회사입니다.
킴벌리클라크의 지난해 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과 순매출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올해 조정 EPS도 매출 성장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습니다.
배당 매력도 눈에 띕니다. 배당 수익률과 배당성향은 각각 연 3.42%, 연 83.09%에 달합니다.
킴벌리클라크는 지난달 분기 배당금을 1.6%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54년 연속 배당 인상, 92년 연속 배당 지급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습니다. 50년 이상 연속으로 배당을 인상한 ‘배당왕’ 기업입니다.
킴벌리클라크의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최근 한달 간 8.72% 올랐습니다. 실적 서프라이즈에 변동성 장세의 방어주·배당주 선호까지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살아난 영향입니다.
워렌버핏이 사랑한 그 주식
두번째로 살펴볼 기업은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이 사랑한 기업, 코카콜라입니다.
코카콜라는 지난 24일(현지시간) 80.72달러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필수 소비재 강세에 힘입어 대장주인 코카콜라는 신고가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24일 기준 최근 1개월 간 10.76% 올랐습니다.
버핏은 1988년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한 후 39년째 보유 중입니다. ‘좋은 기업이라면 영원히 보유한다’는 그의 투자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버핏이 ‘영원히 들고 갈’ 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경제적 해자의 유무입니다. 경제적 해자란 경쟁자들이 쉽게 침투할 수 없는 지속 가능한 우위를 뜻합니다. 그는 “훌륭한 기업은 주위에 깊은 해자를 두른 견고한 성과 같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코카콜라의 경제적 해자는 브랜드 파워입니다. 125년 넘게 쌓아온 신뢰 덕분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 없이도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고,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는 떠나지 않습니다.
최근 AI가 기존의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기술 경쟁이 격화될수록 시장 판도는 빠르게 뒤바뀌죠. 예컨대 제미나이 3.0의 등장으로 챗GPT 시장 점유율은 낮아졌습니다.
반면, 코카콜라는 125년 동안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들었고, 이러한 해자는 기술 변화만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콜라는 경기 침체기에도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 대표적인 필수소비재입니다. 덕분에 매출 변동성이 낮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버핏이 강조하는 ‘예측 가능한 사업’의 조건을 충족하죠.
기술 변화와 무관하게 오늘도 내일도 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 버핏을 39년째 붙잡아 둔 이유입니다.
코카콜라 역시 63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증가시킨 ‘배당왕’ 기업입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배당금을 연평균 5%씩 인상했습니다. 배당수익률은 연 2.53%, 배당성향은 연 67.12%입니다.
피자 한 판이 만드는 놀라운 현금 창출력
마지막으로 살펴볼 종목은 도미노피자입니다.
도미노피자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최근 한달 간 0.66% 올랐습니다. 앞서 살펴본 2개 종목보다는 낮은 주가 상승률입니다. 다만 최근 일주일 동안 8.15% 급등했는데요. 지난 23일 실적 발표 직후 7% 급등한 영향입니다.
글로벌 소매 판매가 증가한 점이 시장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172개, 해외에서 600개의 신규 매장을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쟁사 피자헛과 달리 폐점률도 낮았습니다. 도미노피자 체인점은 지난 3년간 미국 내 7186개 매장 중 단 23곳만 문을 닫았습니다.
JP모건은 “꾸준한 시장 점유율 확대와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모델이 현재 가격 수준에서 주식 매수를 정당화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미노피자의 배당수익률은 연 1.73%, 배당성향은 연 36.17%입니다. 앞서 살펴본 종목보다는 배당수익률이 낮은데요. 배당 성장률은 세 종목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도미노피자는 12년 연속 배당금을 인상했고 지난 5년간 연평균 18.36%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데이비드 해럴 모닝스타 투자매니저는 “이러한 강력한 배당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도미노피자는 2029년까지 연간 14.5%의 배당금 인상 여력을 갖고 있고 배당 성향은 4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도미노피자는 지난 18일 배당금을 15% 인상했습니다. 필수소비재의 공통적인 특징인 뛰어난 현금창출 능력으로 배당 인상 여력도 높아 보입니다. 도미노피자는 2025회계연도 잉여 연금 흐름(FCF)이 6억715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알파벳의 지난해 FCF(733억달러)의 약 109배 수준입니다.
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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