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올바른 정보, 발 빠른 분석은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서학개미 주식회사’에서 고민과 질문의 해답을 풀어봅니다.

지난해 11월 월가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한 ‘AI 버블론’. 마치 유령처럼 꺼질만 하면 다시 살아나는 논쟁입니다. 도대체 ‘AI 버블론’은 왜 생겨나는걸까요? 그리고 핵심 쟁점은 무엇이며,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고민해야 할까요.

AI 허니문은 끝났다. 2026년은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다.

에드리언 콕스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

지난달 20일 도이치뱅크가 발간한 보고서 제목입니다. 이들의 결론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은 획기적일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빅테크 4사(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의 올해 AI 관련 자본지출(Capex)은 6500억~7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지난해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규모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빅테크 4사의 투자 규모에 대해 “19세기 미국 철도망 건설, 전후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연방정부 투자, 혹은 뉴딜 시대의 경기부양 프로그램과 비교해야 할 정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통 큰 AI 투자, 시장은 왜 불안한가

이러한 막대한 투자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기도 합니다. 시장의 우려는 수익성입니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계속 의구심을 던집니다.

인프라 투자는 즉각 비용으로 반영되는 반면 AI를 통한 매출과 이익 창출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속도 차도 불안감을 가중시킵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선점을 위한 치킨 게임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은 가파른 투자 증가가 실질적인 영업이익(EPS) 성장으로 연결되는지 엄격하게 검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자금 조달 방식의 변화도 리스크 요인입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 재원을 현금이 아닌 부채로 전환 중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테크들은 미래의 부채까지 동원해 ‘AI 시대 입장권’을 사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메타 데이터센터. [게티이미지닷컴]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메타 데이터센터. [게티이미지닷컴]

기업들은 ‘장부에 잡히지 않는 부채’도 활용하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사례가 메타의 ‘하이페리온(Hyperion)’ 데이터센터 투자입니다. 메타는 사모펀드 블루아울과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약 3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추진했습니다. 270억달러는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대출로 조달했고, 30억달러는 블루아울의 자기자본을 투입했습니다.

메타가 직접 300억달러를 빌렸다면 부채가 재무제표에 잡혀 신용등급 부담이 뒤따랐을 겁니다. SPV를 앞세워 AI 인프라를 확보하고 부채를 ‘장부 밖’으로 옮긴 이유죠.

국제결제은행(BIS)은 “AI 투자 규모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의 원천을 영업 현금흐름에서 부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모 대출의 역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BIS는 AI 투자 증가가 연 50~300%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AI 기업들의 사모대출 미상환 잔액이 3000억~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스파게티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

AI 생태계의 ‘순환 구조’도 버블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토드 카스타뇨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AI 기업들의 순환 투자의 위험성을 설명하고자 직접 그린 차트를 제시했습니다. AI 기업들의 자금 흐름이 뒤엉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습을 도식으로 구현했죠. 월가에서는 이를 ‘스파게티 차트’라고 부릅니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데이비드 칸은 “현재 AI 생태계에는 순환성이 존재한다”며 “전략적 투자가 서로의 성장 서사를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룸버그]
[블룸버그]

문제는 순환 구조가 AI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이를 2000년대 닷컴버블 당시 확산됐던 ‘벤더 파이낸싱’의 재현 가능성과 겹쳐 보고 있습니다. 벤더 파이낸싱은 물건을 파는 기업이 고객의 구매 자금까지 대신 마련해주는 방식입니다. 즉, 기업에 고객한테 물건을 구매할 돈까지 주는 식이죠.

예컨대 엔비디아는 오픈AI에 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오픈AI는 엔비디아로부터 받은 투자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구매하고, 엔비디아는 이를 판매 매출로 인식합니다.

지분 구조도 얽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 AI의 27%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오픈AI는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의 최대 고객 중 하나입니다. 자금과 수요, 매출이 서로를 떠받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된 셈이죠.

카스타뇨 애널리스트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거래 구조는 AI 수요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AI의 성공을 둘러싼 리스크를 키운다”고 말했습니다.

AI 버블론 이후, 주가는 어디로 향했나

[게티이미지닷컴]
[게티이미지닷컴]

버블론이 재점화된 이후 주요 AI 기업들의 주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근 3개월 간(2025년 11월 11일~2026년 2월 10일) 엔비디아는 –2.39%, 아마존은 –16.92%, 마이크로소프트는 –18.76% 하락했습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도 –26.94% 급락했습니다.

알파벳과 메타는 각각 9.36%, 6.96%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과거엔 AI 투자 발표만으로 주가가 ‘고공행진’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른 기류입니다. 투자 규모와 현금 흐름, 실적 등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도할 정도로 자본지출을 확대했던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익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알려진 이후 시장은 수익성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11월 이후 미국 증시는 보합권 등락에 그치며 업종, 종목 압축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AI 버블, 정말 터질까

[게티이미지닷컴]
[게티이미지닷컴]

여기까지 본다면, AI 버블론은 유의미한 의구심일 수 있습니다. 이에 맞춰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게 2000년대 ‘닷컴 버블’입니다. 국내외 증권가는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현재 AI 국면은 2000년대 닷컴버블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닷컴버블 당시 기업들은 트래픽, 아이디어 등 허상을 기반으로 상호 자금 조달을 하며 표면적인 매출과 수요를 확대했다”면서 “현재는 AI 기업들의 명확한 수익화가 확인 가능하고, 자금 조달 구조 역시 칩·서비스·인프라 임대료 등 실제 수익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씨티(Citi)는 “AI 도입 가속화로 클라우드 매출과 수주 잔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높은 수익률이 Capex 확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AI 수요는 단순한 기대를 넘어 계약으로 확인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수주 잔고는 합산 1조1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닷컴 버블 정점 당시 주요 기업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0배를 상회했던 것과 달리 주요 AI 선도 기업들의 멀티플은 25배~40배 사이로 형성되어 있다”며 “실적 성장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투자 전 점검해야 할 것은 현금흐름

종합 정리하면, ‘AI 버블론은 과거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 기대감만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실체가 있는 성장세이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중요한 건 단순한 ‘투자 규모’가 아닙니다.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표가 카펙스입니다. 간단히 말해, 기업이 장기 성장을 위해 사용하는 투자자금을 뜻합니다. 미래 생산능력이나 경쟁력을 높이고자 투자하는 지출이죠.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클수록 기업의 미래 수요나 신사업 확대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AI 관련 기업을 선별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버는 돈으로 카펙스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을 솎아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구글은 올 카펙스를 1750~1850억달러로 확대했으나 순현금 구조와 높은 신용등급 덕분에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임해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5개 분기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카펙스 비율은 알파벳이 65%로 가장 낮았다”며 “향후 카펙스가 예상보다 크더라도 재무 부담이 비교적 작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알파벳은 미 달러화 채권 발행에 착수했습니다. 월가는 최근 금리 변동성 속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평가합니다.

아마존의 경우 올 카펙스로 2000억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예상 영업현금흐름(약 1780억달러)을 초과하는 수준입니다. 시장은 현금 소진(Cash Burn)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투자 셈법은 ‘AI 조력자’

영국 런던에 위치한 글로벌 스위치 도클랜즈 데이터센터 캠퍼스의 한 설치 현장에서 액체 냉각 서버가 운영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닷컴]
영국 런던에 위치한 글로벌 스위치 도클랜즈 데이터센터 캠퍼스의 한 설치 현장에서 액체 냉각 서버가 운영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닷컴]

투자 전략은 이른바 ‘AI 금광’에서 ‘삽과 곡괭이’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AI 확산 속도와 무관하게 반도체·전력 인프라 등은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JP모건은 ‘2026 전망 보고서’에서 AI 기술의 ‘조력자’에 주목하라고 조언했습니다.

크리스틴 렘카 JP모건 자산운용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이들 기업은 AI에 필요한 연산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투입요소(전력, 반도체, 연결성, 냉각 시스템, 원자재)를 공급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전력과 반도체가 가장 눈에 띄는 기회 영역이지만 변압기, 네트워크 장비, 광섬유 및 해저 케이블, 액체 냉각 시스템에서도 흥미로운 투자 기회를 발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건설 등은 치열한 AI 투자 경쟁의 수혜를 계속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흐름을 19세기 ‘골드러시’에 빗대 설명합니다. 당시 금을 캐던 광부보다 곡괭이와 삽을 팔던 상인들이 더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습니다. AI 경쟁에서도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최근 3개월 간 샌디스크 주가는 99.44% 치솟았습니다.

데이터센터용 발전 장비를 판매하는 캐터필러는 20.20%,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을 판매하는 트레인 테크놀로지는 9.44% 올랐습니다. 알파벳(9.35%)의 수익률을 웃돕니다.

독자 제안 보내기


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