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올바른 정보, 발 빠른 분석은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서학개미 주식회사’에서 고민과 질문의 해답을 풀어봅니다.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컴퓨터와 병사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12시간 동안 약 900발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강타했습니다. 마치 사이언스 픽션(SF) 소설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미국·이란 전쟁에서 벌어진 현실입니다.
이란 전쟁에서 인공지능(AI)이 활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월가의 시선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에 쏠렸습니다.
전쟁 직후인 지난 2일 팔란티어 주가는 5.82% 급등했습니다. 전쟁 이후 지난 10일까지는 10.2%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0.1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시장이 하락 압력을 받는 가운데 팔란티어는 ‘역주행’에 성공한 셈이죠.
AI가 바꾼 ‘전쟁의 속도’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란을 겨냥한 군사 작전에서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미군은 작전 개시 24시간 만에 이란 내 1000개의 목표물을 타격했습니다. AI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속도죠.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이 이번 전쟁에 활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메이븐은 위성·드론·감시장비 등 150개 이상의 수단에서 수집된 기밀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합니다. 이 시스템은 한 시간 안에 최대 1000개의 객체를 아군과 적군으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목표물 선정과 우선순위 결정은 팔란티어의 AI 운영 플랫폼 ‘AIP’가 맡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목표의 위협도와 전략적 가치 등을 계산해 공격 순서를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AI가 ‘전장의 내비게이션’ 역할하는 셈이죠.
WP는 “수 주가 걸리던 전투 계획 수립을 실시간 작전으로 바꾸며 이란의 반격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I의 투입으로 ‘킬체인’ 속도가 획기적으로 단축된 셈입니다.
전장서 증명된 AI…고평가 논란 끝낼까
전쟁 전까지 팔란티어는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팔란티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일 기준 238배입니다. ▷엔비디아(37배) ▷알파벳(28배) ▷아마존(29배) ▷오라클(30배)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죠.
‘AI 버블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논란은 거세졌습니다. 세 자릿수의 PER은 언제든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며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07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지난달 27일 137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불과 3개월 만에 33%나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계기로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팔란티어의 AI 기술력이 ‘실제 전장에서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죠.
글로벌 투자은행(IB)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지난 3일 로젠블랫은 팔란티어의 목표주가를 기존 150달러에서 200달러로 올려 잡았습니다. 중동 분쟁을 계기로 팔란티어의 정부 계약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팔란티어는 ‘방산 AI’ 기업일까요.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팔란티어가 걸어온 궤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애국 임무’ 위해 탄생한 기업…AI 기업으로 진화
2003년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과 최고경영자 알렉스 카프 등 5명은 팔란티어를 설립했습니다. 그들의 기업 철학은 ‘애국적 임무’였습니다. 창업 배경에 9·11 테러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당시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정보기관은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에 대한 정보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 사일로(Data Silos)’ 때문에 테러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데이터 사일로는 데이터가 부서·시스템·기관별로 분리돼 공유되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적시에 데이터를 연결하고 분석하는 데 실패했죠. 창업자들이 내건 ‘애국적 임무’란 테러를 예방하는 동시에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를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팔란티어는 CIA 산하 벤처 투자 기관인 인큐텔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했고, 약 10년 동안 정보기관을 위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에만 집중했죠. 그 결과 팔란티어의 플랫폼 ‘고담’은 대테러 정보 분석의 표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담은 군인과 스파이, 경찰 등이 수집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뒤 숨겨진 연결고리와 테러리스트의 네트워크를 밝혀냅니다.
정부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팔란티어는 민간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기업 내부에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분석하는 플랫폼 ‘파운드리’가 그 시작점입니다. 정부용 플랫폼에서 갈고닦은 데이터 통합 기술을 기업 환경에 이식한 셈입니다.
회사는 2023년 ‘AIP’를 출시하면서 AI 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AIP는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조직 내부 데이터와 연결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소프트웨어입니다. 보안이 민감한 정부와 기업 환경 모두에서 맞춤형 AI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이 독보적 경쟁력입니다.
예컨대 씨티은행은 고객 계좌 개설 시 신분증 등 고객 정보를 확인·검증하는 데 최대 9일이 걸렸지만, 팔란티어의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민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AI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LLM과 데이터 간의 상호 조율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AI 설루션을 제공하는 점은 향후 LLM 개발사와의 경쟁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공공기관의 데이터 문제를 풀던 회사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팔란티어는 AIP 출시를 계기로 정부와 민간 기업을 동시에 공략하는 ‘듀얼 엔진’을 본격화했고, 매출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AIP가 2024년 S&P 500 지수 편입의 발판이 됐죠.
2020년 상장 당시 165억달러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10일 기준 3607억달러에 달합니다. 5년 만에 22배 불어난 셈이죠.
폭발적인 주가 상승에 힘입어 팔란티어는 ‘서학개미’가 사랑하는 종목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팔란티어 보관금액은 58억4818만달러(약 8조5676억원)에 달합니다. 테슬라, 엔비디아, 알파벳에 이어 해외주식 보관금액 4위입니다.
역대급 실적 행진…‘127의 법칙’ 등장
팔란티어는 매 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44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57% 증가했습니다.
회사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69% 성장한 7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 국방 예산 증액과 현대화에 대한 높은 수요와 기업의 AI 도입 추세 강화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가이던스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영업이익률도 2024년 10.83%에서 지난해 31.59%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특히 ‘40의 법칙’을 통해 견조한 펀더멘털을 입증했는데요. 해당 법칙은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의 합이 40% 이상이면 건전한 성장 기업으로 평가한다는 지표입니다. 카프 CEO는 성장률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40의 법칙을 언급해 왔습니다.
지난해 4분기 팔란티어의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의 합은 127%에 달했습니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40법칙이라는 이라는 기준을 (회사가) 스스로 파괴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부 매출 의존도가 높은 점은 약점입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정부 부문 매출은 전체의 53.7%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에서 발생한 매출이 정부 부문 매출의 약 80%에 달합니다.
정부 계약은 정책 변화나 예산 조정 등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로 꼽힙니다.
AI 활용 논쟁…팔란티어도 시험대
앞서 언급한 ‘메이븐’도 변수에 직면했는데요. 메이븐에 활용되고 있는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가 미국에서 퇴출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국가안보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습니다. 앤트로픽이 자율무기나 대량 감시에 AI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자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기관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했고, 국방부는 이미 구축된 시스템에 대해서도 6개월 내 퇴출을 요구했습니다.
이 때문에 메이븐에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로이터통신은 팔란티어가 클로드를 다른 AI 모델로 교체하고 일부 소프트웨어 구조를 재구성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AI 활용을 둘러싼 윤리 논쟁도 팔란티어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꼽힙니다. 팔란티어는 AI의 군사 활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일부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달리, 민주주의 국가의 안보 강화를 위해 AI 기술이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카프 CEO는 “AI 기술은 민주주의 국가의 군사력에 적극 활용돼야 한다”며 “기술 기업이 군사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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