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Choice]는 우리의 언어로 기록하고, 우리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진짜’ 20대 이야기를 다룹니다.

곽범, 박명수 왕홍 체험  [유튜브 채널 ‘때때때 TTT’ , ‘할명수’ 캡쳐]
곽범, 박명수 왕홍 체험 [유튜브 채널 ‘때때때 TTT’ , ‘할명수’ 캡쳐]

[헤럴드랩]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예전과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지 않나요?”

서울 마포구 홍대 대로변에는 훠궈집 간판이 걸려있고, 그 옆에 새로 문을 연 밀크티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습니다.

유튜브를 켜면 중국 상하이와 충칭을 다녀온 여행 유튜버들의 브이로그(VLOG·개인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가 나오고, 인스타그램 탐색 탭에는 ‘왕홍(중국 인플루언서) 메이크업을 한 연예인의 릴스가 뜨는데요.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전개의 숏폼(짧은 영상) 로맨스 드라마가 광고로 끼어들기까지 하고요.

몇 년 전까지는 “중국 감성은 과하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꾸 눈이 가는 감성이 돼버렸습니다.

중티 견제하는 중남 쇼츠 [유튜브 채널 ‘여단오’ 캡쳐]
중티 견제하는 중남 쇼츠 [유튜브 채널 ‘여단오’ 캡쳐]

‘중티’라는 단어는 기존에 중국풍의 과하고 촌스러운 느낌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통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20대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 단어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변화의 계기에는 커플 유튜버 ‘여단오’가 있었습니다.

‘여단오’ 채널의 한국인 여자친구 단오는 중국인 남자친구인 여루가 중국 스타일 옷을 사려하거나 촌스러운 취향을 고집할 때마다 “중티 난다”는 말로 그를 설득했는데요.

여루는 ‘중티’라는 단어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중티’를 인정하고 ‘중티’를 의식합니다.

금귀걸이를 차보고는 여자친구의 “너무 중티나”라는 한마디에 “그럼 안되지”라는 말을 하며 바로 금귀걸이를 내려놓는데요.

“아 중티. 중국인한테 중티 난 다 하고 그걸 또 수긍하고 바로 포기하는 게 웃기네”라는 댓글이 달릴 만큼 이 커플의 ‘중티’ 콘텐츠는 밈으로 소비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퍼져나간 ‘중티’는 이제 하나의 개성으로 자리잡혀 패션계와 연예계에서는 긍정적인 단어로 쓰이기 시작합니다.

[유튜브 ‘중티 장하오’ 검색어 결과 캡쳐(왼쪽), 인스타그램 ‘중티다스’ 검색어 캡쳐]
[유튜브 ‘중티 장하오’ 검색어 결과 캡쳐(왼쪽), 인스타그램 ‘중티다스’ 검색어 캡쳐]

‘중티 레전드 장하오’, ‘중티다스’ 등의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중티’는 이제 힙하고, 가성비 있고, 화려하고, 참신한 하나의 감성으로 통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이 ‘중티’ 감성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걸까요.

2024년 11월부터 중국 여행이 무비자로 전환되면서 많은 한국인이 더 간소화된 절차로 중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해 1~8월에만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198만명이 넘었는데요. 전년도 대비 40.6%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국의 물가가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다는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상하이, 충칭으로 떠나는 젊은이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중국 여행에서 이색적인 관광 상품을 경험한 한국인 여행객들의 브이로그가 SNS에 퍼지면서 도우인 메이크업, 왕홍 메이크업, 테무 속눈썹 추천 등 C뷰티 콘텐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잡히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왕홍 메이크업이 있었는데요.

왕홍 메이크업은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개인 방송에서 하는 메이크업으로 화장 전후의 차이가 극명한 것이 특징이에요.

두꺼운 베이스와 분홍빛의 강렬한 색조로 화장한 후 중국식 전통 의상을 입고 관광지에서 스냅샷까지 찍는 과정이 하나의 문화 체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인스타그램 릴스와 틱톡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게 됩니다.

박명수, 곽범 등 연예인들의 왕홍 메이크업 전후 사진까지 빠르게 공유되면서 이제는 중국 여행에서 꼭 해봐야 할 코스로 굳어졌습니다.

플라워노즈 성수 팝업 [플라워노즈 인스타그램 캡쳐]
플라워노즈 성수 팝업 [플라워노즈 인스타그램 캡쳐]

중국 여행 콘텐츠를 통해 중국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 뷰티 제품을 향한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는데요.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중시하는 한국 메이크업과는 달리 무결점의 광택이 없는 피부 표현과 반짝이가 강조된 도우인 메이크업이 10~20대 사이에서 메이크업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중국 뷰티 제품을 직접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났어요.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하면 같은 제품도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직구 수요가 많아졌어요.

이런 흐름 속에서 여러 중국 메이크업 브랜드가 인기에 힘입어 한국 온라인몰에 입점하게 되는데요.

플라워노즈는 무신사와 시코르에, 쥬디돌은 쿠팡에 입점하게 됐습니다. 플라워노즈의 경우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고, 시코르 매장 입점까지 하며 중국 화장품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어요.

과거에는 품질 면에서 많은 의혹이 있어 중국 화장품이 한국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중국 메이크업 브랜드가 한국 OEM, ODM 업체와 손을 잡고 생산하면서 그 의혹도 잠재웠어요.

중국 메이크업 브랜드는 온라인 채널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며 높은 제품력을 기반으로 국내 메이크업 브랜드와 경쟁 중인데요.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독특한 패키지와 색채에 있어요. 중국 메이크업 제품은 색조가 진하며, 패키징에 공을 많이 들인 제품들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플라워노즈는 공주풍 케이스와 정교한 음각 디자인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며 감성 소비를 원하는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그 결과 무신사 아이 메이크업 부문 1위를 기록하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브 장원영 라이브방송 [유튜브 채널 ‘Taco-KPOP-Life’ 캡쳐]
아이브 장원영 라이브방송 [유튜브 채널 ‘Taco-KPOP-Life’ 캡쳐]

헤이티(HEYTEA), 미쉐빙청(MIXUE), 차백도(ChaPanda), 아운티제니(AUNTEA JENNY) 등 중국 밀크티 브랜드는 이미 서울 주요 번화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에 곧 패왕차희(CHAGEE)까지 합류할 예정인데요.

패왕차희는 아이브 장원영이 한 입 마시고 “이게 뭐야? 이거 짱맛있어! 다이브 잠깐만 나 파파고 좀 켜야겠어”라고 반응한 영상이 퍼지면서 ‘장원영 밀크티’로 불리기 시작한 브랜드예요.

강남, 신촌, 용산아이파크몰에 지점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벌써 매장 가림막에 50% 할인 QR을 부착하는 프리 론칭 이벤트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오픈 전부터 메뉴 추천 글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예요.

차백도 홍대 1호점 [사진=노승민]
차백도 홍대 1호점 [사진=노승민]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중국 밀크티 브랜드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걸까요.

배경에는 중국 내수 시장의 포화 상태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중국 내에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살아남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거예요.

그중에서도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가 있는데요.

한국 소비자는 요구 수준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특성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앞둔 브랜드들의 ‘시험대’로 통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통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중국 밀크티 브랜드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셈이죠.

아운티제니 신촌점  [사진=노승민]
아운티제니 신촌점 [사진=노승민]

그렇다면 왜 요즘 20대는 줄을 서서라도 중국식 밀크티를 마시려는 걸까요.

현재 국내 밀크티 시장은 대부분 대만식 밀크티에서 출발해 파우더와 시럽으로 음료를 만드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중국 밀크티 브랜드들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어요.

진짜 찻잎을 우린 차, 신선한 과일, 곡물 토핑 등 재료 자체의 퀄리티를 앞세우며 기존 밀크티와는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 거죠.

브랜드마다 전략도 뚜렷합니다.

헤이티는 인공 첨가물 없는 건강한 음료 이미지를, 차백도는 과일티 중심의 메뉴 구성으로 가볍고 건강한 느낌을 내세웠는데요.

미쉐빙청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가성비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아운티제니는 타피오카 펄 대신 찹쌀 토핑을 얹은 시그니처 밀크티로 색다른 식감을 선보였어요.

곧 한국에 들어오는 패왕차희는 중국 전통차를 재해석한 프리미엄 브랜딩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어요.

건강한 재료에 브랜드별로 확실한 개성까지 갖춘 중국식 밀크티는 식단 관리에 관심이 많고 경험 중심의 소비를 즐기는 20대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훠궈먹GO 홍대점  [사진=노승민]
훠궈먹GO 홍대점 [사진=노승민]

용가훠궈를 시작으로 1인 회전 훠궈가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 주요 도심 곳곳에 관련 매장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어요.

테이블마다 개별 인덕션이 깔려 있고, 원하는 탕을 고른 뒤 돌아가는 레일에서 먹고 싶은 재료만 골라 담으면 돼요.

지정된 가격을 한 번만 내면 수십 가지 재료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고, 꿔바로우 같은 사이드 메뉴와 디저트, 음료까지 포함돼 있어요.

재료를 따로 주문해야 하고 소스바도 유료인 기존 훠궈집과 비교하면 가격 이점이 확실한 구조예요.

여기에 1인 훠궈만의 결정적인 장점이 하나 더 있어요.

혼자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인데요. 남의 식사 속도에 맞출 필요 없이 원하는 재료만 골라 자신만의 속도로 즐길 수 있어요.

1인 가구가 많고 혼밥 문화에 익숙한 20대의 생활양식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죠.

그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용가회전훠궈 강남점의 일평균 웨이팅은 1872명으로, 캐치테이블 전국 웨이팅 1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조블라 홍대점의 버터떡  [사진=노승민]
조블라 홍대점의 버터떡 [사진=노승민]

상하이에서 시작된 버터떡이 지난달부터 한국 SNS를 뜨겁게 달궜어요.

중국 전통 간식 ‘황요넨가오’에서 유래한 것으로,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섞은 반죽에 우유를 첨가해 만든 디저트인데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진한 버터 향이 특징입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말에 한 차례 소비되고 현지인들의 발길이 끊긴 디저트였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달랐어요.

3월 첫째 주부터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만드는 방법과 맛집 콘텐츠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확산의 배경에는 ‘식감’이 있었어요. 겉바속쫄의 대비 감은 식감이 중요한 요즘 20대 디저트 트렌드의 핵심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하나에 25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 없이 손이 가게 만들었어요.

다만, 디저트 트렌드의 주기가 짧아진 만큼 버터떡의 열기도 빠르게 식었는데요.

아직 맛보지 못했다면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이마트24, 노티드를 비롯한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버터떡을 제품화해 출시할 예정입니다.

근처 편의점과 카페를 눈여겨보세요.

By 노승민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