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을 뛰어넘는 ‘깜작 성장’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23일 1분기 실질 GDP가 전기대비 1.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당초 한은은 반도체을 앞세운 수출 호조, 지난해 4분기 역성장(-0.3%)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올 1분기 성장률이 0.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월말 발발한 중동전쟁 여파로 경제 활동이 위축돼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를 뚫고 예상치의 두 배에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역시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탄 반도체가 일등공신이었다. K반도체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에만 각각 57조원, 37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한국 기업사에 남을 최대 기록을 썼다. 반도체가 주도한 수출은 전분기보다 5.1% 늘었고, 반도체 설비 등을 포함한 설비투자는 4.8% 급증했다. 반면 민간 소비는 전분기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정부 소비는 0.1% 늘었다. 지난해 4분기 3.5% 급감했던 건설 투자는 2.8% 증가로 전환했다.
1분기 실적은 좋았지만 정부와 한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 2%로 나아가려면 뚫어야할 난관이 많다. 우선 반도체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1분기 한국의 수출은 전분기 대비 13% 늘어난 2192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중 약 40%가 반도체였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 부문의 수출은 오히려 1% 정도 감소했다. 중동전쟁 여파가 2분기부터 본격화하는데 따른 대비도 ‘발등의 불’이다. 한은의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보다 7.8포인트 하락해 1년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종전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한경협 600대 기업 BSI 조사)도 4, 5월 두 달 연속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로 물가는 오르는데 소비와 기업투자 부진으로 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신호다.
경제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 하락하는 ‘저성장’ 탈피가 한국경제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성장(잠재성장률 3% 달성)에 방점을 찍은 것은 잘한 일이다. 미국 관세 정책, 중동 전쟁 같은 돌발적인 충격에 대응하면서도 그 중심에는 성장 전략이 있어야 한다.
위기속에 기회가 있다는 격언은 중동전쟁에도 유효하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중동 건설특수로 성장의 기회로 반전시켰듯이 오늘의 위기 역시 방산과 원전 등의 신수종 산업을 키우고 에너지 확보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응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AI 대전환시대 승기를 잡은 K반도체는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혁신 생태계를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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