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올바른 정보, 발 빠른 분석은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서학개미 주식회사’에서 고민과 질문의 해답을 풀어봅니다.

뉴욕증권거래소. [AP]
뉴욕증권거래소. [AP]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를 끌어올리며 국내 증시를 달구고 있는데요. 더 뜨거운 곳은 뉴욕 증시입니다. 엔비디아를 넘어 마이크론·샌디스크·인텔까지 상승 궤도에 올라타면서 ‘메모리 반도체 장세’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USB 회사로 기억되던 샌디스크는 1년 새 3000% 넘게 뛰었고, ‘왕의 몰락’이라 불리던 인텔도 400% 넘게 폭등했습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지난 11일 종가 기준 49.42%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 상승률(11.99%)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인데요. 코스피 상승률(38.41%)보다도 가파릅니다.

특히 최근에는 매그니피센트7(M7)보다 메모리 반도체주들의 상승 탄력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마이크론·샌디스크·인텔 등이 매그니피센트7(M7) 못지않은 시장 관심을 받으며 뉴욕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주의 폭발력이 국내 반도체 투톱보다 높은데요. 마이크론은 89.10%, 샌디스크는 81.69%, 인텔은 107.5% 급등했는데요. 같은 기간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 상승률(78.68%)을 웃돌았습니다. 삼성전자 상승률(35.44%)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미국 반도체주로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전날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인텔을 4억6959만달러어치 순매수했는데요. 해외주식 단일 종목 기준 순매수 1위입니다.

샌디스크에도 2억501만달러어치의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도 2억8676만달러가 유입됐는데요. 국내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을 넘어 미국 반도체 업황에 강한 베팅을 하고 있는 셈이죠.

반도체가 뉴욕증시를 삼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올라탔습니다. 지난달 24일에는 1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수 출범 이후 32년 만의 최장 상승 기록을 새로 썼는데요. 한동안 제기됐던 ‘AI 거품론’이 잦아들고,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신뢰가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해냈습니다. AI 투자가 클라우드·광고·데이터센터 사업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빅테크들은 투자 규모를 더 키우겠다고 나섰는데요.

글로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빅테크들의 자본지출(CAPEX)이 전년 대비 67% 증가한 8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7년에는 AI 투자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조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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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 업종은 단연 반도체입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낸드(NAND)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인데요. AI 모델이 복잡해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처리해야 해 메모리 탑재량 자체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CAPEX 확대는 결국 반도체 메모리 기업의 이익 추청치 상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폭발하는 AI 수요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단기적으로 컴퓨팅 자원이 제약된 상태”라며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었다면 클라우드 매출은 더 높았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반도체 기업들은 잇따라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고 있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수요 급증이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래에서 종목별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USB 회사인 줄 알았는데…1년 새 3400% 폭등

샌디스크 본사. [샌디스크 홈페이지 갈무리]
샌디스크 본사. [샌디스크 홈페이지 갈무리]

첫 번째 주인공은 샌디스크입니다. 검은 유에스비(USB)에 빨간 로고가 박힌 저장장치 브랜드로 기억하는 독자들도 많을 텐데요. 이 익숙한 기업의 주가는 최근 1년 동안(12일 종가 기준) 무려 3416.34% 폭등했습니다. AI 시대 가장 극적인 재평가를 받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하나로 떠오른 겁니다.

샌디스크는 세계 4위 NAND 메모리 업체입니다. 생산한 NAND 칩 대부분을 소비자 전자기기와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데요.

NAND 플래시는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입니다.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고성능 컴퓨팅(HPC) 클러스터가 폭증하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SSD 용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용 SSD 수요도 함께 폭증하고 있죠.

특히 샌디스크는 NAND 개발과 제조에 집중하는 ‘순수 NAND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NAND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실적도 시장 기대를 압도했습니다. 샌디스크는 2026년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1% 급증한 59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예상치(47억3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인데요.

조정 주당순이익(EPS) 역시 23.41달러로 시장 전망치(14.66달러)를 8달러 이상 상회했습니다.

번스타인과 골드만삭스는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각각 1700달러, 1200달러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데이터센터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라며 “향후 데이터센터 부분의 매출이 동사의 중심이 되며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고객들 안달났다”…HBM 공급 부족 최대 수혜

마이크론 로고. [로이터]
마이크론 로고. [로이터]

두 번째 주인공은 마이크론입니다. 한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후발주자’로 평가받았는데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랠리의 중심에 섰습니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DRAM 시장 점유율 3위, NAND플래시 시장 점유율 5위 업체입니다. 매출 대부분이 D램에서 발생하는 만큼 최근 HBM과 서버용 D램 가격 급등의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2분기 매출액은 238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6.4%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각각 9배 가까이 뛰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시장이 주목한 건 계약 구조 변화였습니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에서 대형 고객사와 첫 5년 만기의 전략적 고객 계약(SCA)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요. 기존 장기공급계약(LTA)이 통상 1년 단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변화입니다.

AI 시대 들어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고객사들의 판단이 반영된 셈인데요.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메모리 슈퍼사이클 장기화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안달난 고객들’이라는 제목의 마이크론 분석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그는 “견조한 수요 속 제한적인 공급으로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모닝스타 역시 AI 수요 확대를 근거로 마이크론의 올해 매출 성장률이 20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왕의 귀환?…CPU 병목이 살린 인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본사. [AP]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본사. [AP]

마지막으로 살펴본 기업은 인텔입니다. 엔비디아에 밀리며 AI 시대의 ‘패배자’로 불렸는데요. GPU 중심이던 AI 인프라 경쟁이 중앙처리장치(CPU)로 확산되면서 인텔 역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GPU만으로는 AI 인프라를 완성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CPU가 AI 시스템 전체를 조율하는 핵심 제어 계층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넘어갈수록 CPU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인텔은 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 CPU 시장에서 다시 ‘공급자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적 역시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인텔의 2026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은 13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고,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예상치를 10배 넘게 웃돌았습니다. 데이터센터·AI(DCAI) 부문 매출은 50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4% 급증했습니다.

다만 과열 우려도 존재합니다. 인텔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0배를 웃도는 수준인데요. AI 시대 CPU 부활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실적보다 기대감이 더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도체주 언제 팔아야 하나”…월가가 본 위험 신호

이미 폭등한 메모리 반도체주. 지금이라도 더 사야 할지, 아니면 차익 실현에 나서야 할지. 최근 시장 참여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아직은 상승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고객 서한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과격한 움직임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반도체 랠리에 대해 “2000년대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닷컴 버블 시기와 달리 기업들의 실적과 수익성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죠.

메모리 슈퍼사이클 전망에도 월가는 고객들에 “메모리 반도체 랠리는 언제 끝나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JP모건은 최근 “메모리 모멘텀은 무엇이 멈추게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몇 가지 리스크 요인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AI 투자가 일시 중단되거나 재검토될 가능성입니다. 현재 반도체 랠리의 핵심 동력이 빅테크의 투자에 있는 만큼 투자 속도가 둔화될 경우 업황 기대감도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메모리 공급 증가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현재 시장은 HBM과 D램 공급 부족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는데요. 생산능력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기존 반도체 사이클처럼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 밖에도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 과열된 밸류에이션 부담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JP모건은 이익 성장 둔화만으로는 현재의 반도체 랠리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시장이 “메모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하느냐에 있다는 건데요. 투자 내러티브가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주시해야 하겠습니다.


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