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역시 최대 화두로 ‘AI’가 등장

불교·개신교·이슬람교 등 입장차 커

‘종교 지도자 대체’ 보다 ‘도구’ 우세

‘취향의 발견’은 나도 몰랐던 나의 문화적 취향을 알려주는 코너입니다.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면 의외로 도움이 되는 문화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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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앞에서 로봇 스님들이 ‘2026 연등회’ 연등행렬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앞에서 로봇 스님들이 ‘2026 연등회’ 연등행렬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지난 1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6 연등회’에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형형색색의 연등도, 자비로운 미소의 스님도 아니었습니다. 선두에서 연등행렬을 이끈 ‘로봇 스님’이었습니다. 얼굴은 다르지만 진짜 스님처럼 장삼을 입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환호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드는 가운데, 종교계에서도 ‘AI’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AI라는 첨단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지, 종교 내부에서 어느 정도로 활용할지 등을 두고 고민에 빠진 건데요.

전통과 영성을 중시하는 종교계가 AI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행정 지원 같은 실무적 보조부터, 로봇 스님 같은 파격적 시도까지 다양합니다. 이번 ‘취향의 발견’에서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종교별로 다른 AI에 대한 시각을 살펴보려 합니다.

“도구는 되지만 목사는 안 돼”…논쟁 뜨거운 기독교

먼저 개신교계에선 생성형 AI를 이미 설교 준비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성경 구절의 역사적 배경 등 자료를 수집하거나 문장을 수정하는 등 보조 역할로 사용됩니다.

교인들의 출석률, 지역사회 인구 통계 등의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맞춤형 목회 전략을 세우기도 합니다. 또 주보 작성, 공문서 작성, 홍보 콘텐츠 제작 같은 행정 업무를 효율화하는 데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엔 AI를 목회 비서로 활용해 사역 효율을 끌어올리고, 목회자는 본연의 사명인 말씀과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AI 혁신목회연구소’가 출범하기도 했어요.

신도들이 성경을 묵상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답변해 주는 AI 챗봇도 활성화돼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초원(Chowon)’, ‘그레이스톡(GraceTalk)’ 등의 개신교 AI 플랫폼에서 신앙 상담과 성경 이해를 지원하는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러한 플랫폼은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이처럼 개신교계에서 AI는 목회와 신앙생활을 돕는 보조적 역할로 이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AI 목사’에 대해선 논쟁이 뜨겁습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히 행정을 돕는 수준을 넘어 설교문 자체를 작성하거나 가상 공간에서 예배 인도까지 시도되면서 대두된 이슈인데요.

지난 2023년 독일에서 열린 개신교 대회에서는 챗GPT가 생성한 ‘AI 목사’가 스크린에 등장해 진행한 AI 예배가 열렸습니다. AI 목사는 40분 동안 설교, 기도 등 예배를 이끌었는데요. 300명이 넘는 신도들이 참여한 예배에서 AI 목사는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에 집중하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개신교계에서는 AI 목사에 대해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결코 목사의 직분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개신교 신학에서는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온 ‘성육신’이 핵심 개념이고, 목회 역시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아 낸 인간인 목사가 성도들과 고통을 나누며 위로하는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육신과 영혼이 없는 AI는 신도들과 진정한 공감을 할 수 없고, 영성과 은혜를 담아낼 수 없기에 진짜 목사가 될 수는 없는 거죠.

AI가 정통 신학이 아닌 왜곡된 교리나 이단 사상을 학습했을 경우, 신도들에게 성경을 잘못 해석해 주거나 편향된 신앙관을 심어줄 위험도 있습니다.

때문에 개신교계에서는 AI를 어떻게 건강하고 윤리적인 도구로 통제하며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교단과 신학대학에서 ‘AI 목회 윤리 지침’을 제정하거나 준비하고 있어요.

개신교 앱 이미지. [123RF]
개신교 앱 이미지. [123RF]

‘로봇 스님’에 수계…AI에 개방적인 불교

‘천년의 역사’를 가진 불교는 주요 종교 중에서 AI에 가장 개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로봇 스님’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한국 불교의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I에게 법명을 주고 진정한 불자로 인정하는 수계식을 진행했습니다. 수계를 한 로봇의 법명은 ‘가비‘(迦悲)’였으며, 이 밖에도 도반 로봇 ‘석자’, ‘모희’, ‘니사’에게 법명을 수여했습니다.

승복을 입은 가비는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예, 귀의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생명을 존중하고 해지치 않는 것’,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않는 것’ 등 ‘로봇 오계’도 부여됐습니다. 이들은 연등 행렬에 참가하기도 했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석가모니’와 ‘자비희사(慈悲喜捨)’에서 글자를 따서 로봇 스님의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어요.

앞서 3월에는 동국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국내 최초 AI 로봇 스님 ‘혜안’이 대중에 공개됐습니다. 혜안 스님은 인터넷 연결 없이 자체 AI로 질문 의도를 분석하고 검증된 불교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탑재했어요. 사람을 인식하면 먼저 다가가 합장 인사를 건네고, 불교 교리를 한국어와 영어로 설명합니다. 현재는 선(禪) 기반 ‘마음돌봄’ 기능까지 개발 중이에요.

로봇 스님은 일본에도 있습니다. 교토대 연구팀은 지난 2월 불교 경전을 학습한 생성형 AI ‘붓다봇 플러스’를 탑재한 로봇 스님 ‘붓다로이드(Buddharoid)’를 공개했습니다. 이 로봇은 승려처럼 느린 걸음걸이와 합장을 재현하며, 인간의 고민을 듣고 경전 문구를 인용해 해설해 주죠.

이처럼 불교계는 다른 종교들보다 적극적으로 AI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로봇 스님에 대해 “불교가 옛것처럼 보이고,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것으로 인식되는데, 불교만큼 최첨단 종교가 없다. 불교의 첨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언급했어요.

불교계의 개방적인 입장은 사상과도 맞닿아 있는데요. ‘창조론’이 아니라 ‘연기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도 열린 태도로 포용합니다. 방대하고 심오한 경전을 AI가 요약해 대중에게 쉽게 전달함으로써 포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점도 있고요.

불교계 내에서도 일부 원로들은 AI 스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교리 교육, 명상 등에 길잡이 역할을 하는 현대적인 사찰의 동반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AI 챗봇 저스틴. [사진=퓨처리즘(Futurism)]
AI 챗봇 저스틴. [사진=퓨처리즘(Futurism)]

“AI에 의존 안 돼”…엄격한 천주교

개신교의 ‘AI 목사’, 불교의 ‘AI 스님’과 함께 천주교의 ‘AI 신부(사제)’ 역시 뜨거운 감자입니다.

천주교는 전 세계 교회가 바티칸 교황청의 철저한 교리와 통제를 받기 때문에 AI를 대하는 태도가 타 종교에 비해 보수적이고 엄격한 편인데요.

지난 2024년 미국에서는 AI 신부 캐릭터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천주교 비영리 단체 퓨처리즘(Futurism)이 운영하는 플랫폼 가톨릭 앤서에서 로만칼라(사제복)와 성물을 착용한 캐릭터가 나오는 AI 챗봇 ‘저스틴’을 출시한 겁니다. 사제 모습의 이 캐릭터는 대중의 질문에 천주교 교리서에 기반해 24시간 답변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출시 직후 “AI가 사제 흉내를 내며 성사를 모독한다”는 신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고, 결국 사제복을 벗고 평범한 옷을 입은 일반인 캐릭터로 수정됐습니다.

천주교 교리상으로도 AI는 사제가 되기 어렵습니다. 영혼과 육체가 없고, 인격체가 아닌 AI가 ‘성사’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출시된 천주교 AI 앱들은 신자들이 일상에서 묵주 기도를 하거나 미사 독서를 확인할 때 안내하는 기능을 합니다. 고해성사를 하기 전 자신의 죄를 성찰하는 ‘양심 성찰’ 단계에서 도움을 주는 가이드로도 사용되고 있어요.

사제들이 AI를 활용해 강론을 준비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2월 사제들에게 “강론을 작성할 때 AI에 의존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교황은 “AI로 강론을 준비하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며 “참된 강론을 한다는 것은 신앙을 나누는 것이지만 인공지능은 결코 신앙을 나눌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25일 즉위 후 처음 발표한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간성)’에서 “AI가 무장 해제돼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주교들에게 전하는 최고 권위의 사목 교서로, 가장 구속력이 강한데요. 교황은 “AI 무장 해제는 AI가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AI는 이미 우리가 몰입해 있는 환경인 동시에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 힘”이라고 말했어요.

이처럼 천주교계에서 AI는 디지털 교리 비서나 보조 도구는 될 수 있어도 영혼을 돌보는 사제는 될 수 없고, 심지어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누르(Noor)AI’ 앱. [사진=NoorAI]
‘누르(Noor)AI’ 앱. [사진=NoorAI]

율법 가이드·AI로 감시…독특한 이슬람교

이슬람교와 AI의 만남은 다른 종교와 또 다른 독특한 양상을 보이는데요. 전 세계 20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이슬람 신도)들의 일상생활 양식과 율법(샤리아)을 촘촘히 규정하는 종교이다 보니 AI가 복잡한 율법을 일상에서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가이드’로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아랍권과 동남아시아 이슬람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슬람 전용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이 붐을 이룰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기업 제트릭스AI가 중국의 오픈소스 AI 기술(딥시크)을 기반으로 개발한 무슬림 전용 AI ‘누르(Noor)AI’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누르 AI는 일상적인 상담은 물론 할랄 음식 판별, 이슬람 금융(이자 금지 율법) 자문까지 제공해요.

이슬람 명문 대학의 이맘(예배 인도자)이나 학자들의 검증을 거친 챗봇도 보편화돼 있습니다. ‘마리파’, ‘이슬람 마스터’ 같은 앱들은 코란과 하디스의 출처를 명시하도록 설계돼 있어요.

한편 이란 같은 국가에서는 지난 2023년 히잡 미착용을 감지하기 위해 AI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다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슬람교계에서도 AI가 비교적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종교적 권위가 있는 성직자와는 구분되는 ‘신앙 비서’ 내지 ‘율법 사전’으로 그 역할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종교계에선 AI를 ‘종교 지도자를 대체할 존재’가 아니라 ‘종교 활동을 돕는 도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AI는 종교계에서도 피해 갈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만 AI는 성직자 혹은 종교 자체를 대체할 수 없으며, 기술의 적절한 통제를 통해 종교 본연의 위로와 연대를 지켜 나가는 것이 종교계가 마주한 과제입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