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눈물겨운 생존기
알바 내보낸 자리…‘가족’으로 메우는 상황
인건비 부담에 알바 신규 채용 엄두도 못내
전기료라도 아끼려 식당 문 일찌감치 닫아
월급보다 싼 셀프 계산대·키오스크 도입도
“평일 낮에는 딸이 일하고, 야간 알바는 남편으로 대체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20여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2) 씨는 최근 자영업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때 아르바이트를 6명까지도 썼지만 지난해 3명으로 줄였고, 올해는 그마저도 2명으로 감축하고 가족들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으면서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협상하고 있는 노사 제시안 격차가 ‘690원’으로 팽팽하진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버티기 경영’이 일상이 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70.3%에 달했다. 기존 인력을 줄이겠다는 응답도 52.7%로 절반을 넘었다.
내수 부진과 원재료비·임대료 부담에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가족을 투입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1220원으로 제시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족 투입하고, 사장님도 ‘투잡’ 알바 구할 판
김 씨는 “딸과 번갈아 가며 평일 주간에 일하고, 남편은 야간 타임을 담당한다”라며 “그래도 하루는 쉬어야 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채울 최소한의 아르바이트생만 고용했다”라고 말했다. 편의점은 김 씨, 김 씨의 딸, 남편 3명이 대부분 일하고 있다. 평일 오전과 오후는 김 씨와 딸이 야간에는 남편이 일을 한다. 기존에는 토요일, 일요일 둘 다 쉬면서 편의점을 운영했지만 이젠 주말도 딱 하루만 쉬고 있다. 최소한의 휴식을 위해 아르바이트생 2명은 각각 주당 12시간, 14시간만 쓰고 있다. 이렇게 인력을 줄였지만 매달 100만원 넘는 비용이 든다.
김 씨네 가족이 3명이 일하고 있지만 인건비, 임대료, 가맹수수료 등을 제하고 나면 순수익이 한 달에 3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가맹 계약이 있어 위약금 문제 때문에 쉽사리 편의점을 그만둘 수도 없다. 김 씨는 “월세가 236만원인데 어떤 달은 내기가 힘들어서 소상공인 대출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라면서 “나가서 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알아봤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10년 넘게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65) 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4명이었던 직원은 이미 2명으로 줄였고 아내까지 투입했지만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한 달에 인건비만 700만원 가까이 들면서 부담이 상당하다.
유 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본인이 더 일하고, 서빙 직원을 파트타임으로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체할 생각도 갖고 있다.
그는 “보험료나 부가가치세 등 세금까지 내고 나면 아내랑 2명이 일해도 저축하기도 쉽지 않다”라면서 “그렇다고 가격을 인상하자니 음식점의 경우 손님들은 1000원도 민감해하기 때문에 단골들이 떠날까 봐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영업시간 줄이고, ‘키오스크’로 알바 대체
현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버티기 경영’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가족이 빈자리를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이 일상이 됐다.
서울 강서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이모(35) 씨는 최근 거의 9~10시에 문을 닫고 귀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밤 12시,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했지만 최근 손님도 많이 줄어든 데다 전기료나 인건비 등 각종 유지비를 생각하면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게 나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배달앱 때문에 요즘 늦은 시간에 나와서 먹는 손님도 거의 없고, 주위에 홈플러스 본사가 있는데, 요즘 직원들 발길도 끊기면서 더욱 장사가 힘들어졌다”라며 “유지비를 생각하면 일찍 들어가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모(62)씨는 지난달 셀프 계산 키오스크를 5년 계약에 500만원을 주고 빌렸다. 박씨의 제과점에서 일하고 있는 포장·계산 아르바이트는 4명이다. 이들에게는 1명당 한 달에 약 25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5년에 500만원을 들여도 아르바이트생 1명의 두 달 치 월급밖에 안 되는 셈이다. 박 씨는 “셀프 계산대 렌트비가 5년에 500만원이어도, 2~3달이면 금액을 뽑는 셈”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시 현재의 경영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임대료와 공공요금, 원재료비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 인건비만 지속해서 오르면 고용을 줄이거나 무인화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와 함께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애리 기자
b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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