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무역법 301조 첫 관세 발표

韓정부 “과잉생산 합산해도 15% 견지해야”

방미 산업장관 “한미 무역 합의 준수” 요청

美도 “기존 양국 합의 존중한다” 뜻 재확인

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10~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23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에 부과했다. 한국에는 사실상 1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사진은 24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들이 적재되는 모습.  인천=윤창빈 기자
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10~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23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에 부과했다. 한국에는 사실상 1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사진은 24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들이 적재되는 모습. 인천=윤창빈 기자

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강제노동 관세’를 한국에 12.5%로 최종 확정하면서 이제 관심은 조만간 발표될 ‘과잉생산 301조’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과잉생산 관세까지 합쳐도 지난해 한미 무역합의에서 확보한 15% 관세 상한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고, 미국도 기존 합의를 존중한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부는 24일 “미국 측에 강제노동 301조 및 과잉생산 301조 관세가 총 15%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점을 중심으로 한미 간 무역 합의 준수를 요청했다”며 “미국 측도 기존 무역 합의가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각국과 체결한 무역합의는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청와대도 이날 “한미 양국은 관세합의가 준수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과잉생산 301조 등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양국이 합의한 15%가 지켜질 수 있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약속하는 대신 미국이 예고했던 25%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정부는 새로운 301조 관세가 도입되더라도 한국의 최종 관세 부담이 이 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강제노동 관세(12.5%)와 조만간 부과가 예상되는 과잉생산 관세의 합이 15%를 넘으면 무역 합의보다 불리해지는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강제노동 관세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3월 개시한 두 건의 301조 조사 가운데 하나다. USTR은 당시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과 정부 지원에 따른 구조적 과잉생산을 각각 조사 대상으로 삼았으며 한국은 두 조사 모두 대상국에 포함됐다.

이날 발표된 강제노동 관세에서 한국은 일본·스위스와 함께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포함해 12.5%의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유럽연합(EU)·대만 등 2개 경제권은 10%로 설정됐고 캐나다·멕시코·영국·인도 등 17개국은 기존 MFN 관세에 10%가 추가된다. 중국·브라질 등 나머지 38개국은 기존 MFN 관세에 301조 관세 12.5%를 더한 관세를 적용받는다.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품목은 이번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 10% 글로벌 관세를 종료하면서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관세 체계의 첫 단계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후속 조치인 과잉생산 301조 조사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과잉생산 관세는 정부 지원에 의해 생산 설비와 실제 생산이 과잉되는 것에 대해 물리는 관세다.

한국 앞에 주어진 과제는 미국의 공세적인 관세 정책을 어떻게 방어하느냐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도는 여러 차례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강제노동 301조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됨으로써 상호관세 위법 판결 및 122조 관세 만료 이후 미국 측의 관세 조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다”며 “다만 과잉생산 분야 301조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정부는 향후 조사 과정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미국을 상대로 15% 관세 유지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방미 중인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차지호, 국민의힘 배준영·조정훈 의원은 이날 워싱턴DC 인근의 한 식당에서 특파원단 간담회를 열고 이번 방미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의원단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에릭 슈미트(공화·미주리), 스티브 데인스(공화·몬태나), 앤디 김(민주·뉴저지), 토드 영(공화·인디애나), 마크 켈리(민주·애리조나) 상원의원과 메리 게이 스캔런(펜실베이니아), 데이브 민(민주·캘리포니아), 브래드 슈나이더(민주·일리노이), 마크 앨퍼드(공화·미주리), 데렉 슈미트(공화·캔자스), 밥 온더(공화·캔자스) 하원의원을 만났다.

배 의원은 “오늘 한국에 12.5% 관세가 부과됐는데, 우리가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데 당초 25% 관세를 15%로 낮추려고 애썼던 만큼 추가적인 관세 부담은 없을 것이란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관세 마지노선은 15%이고, 여기에서 더 밀린다면 굉장히 빨간 불”이라며 “우리는 이런 의견을 전달했고, 미국은 ‘보자’며 말을 아끼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원단은 쿠팡과 관련한 미국 의회의 분위기도 전했다. 조 의원은 “한 의원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이) 조지아 사태에 대한 보복이냐’는 이야기도 했다”며 “로비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미 관계에서 쿠팡이 굉장히 큰 암초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대응을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연결 짓는 미국 의원도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신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우발적 발언이었는데, 의원들의 인식이 그 정도까지 비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차 의원은 “쿠팡이 의회에 전달하는 내용이 편향된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정보를 접하며 생각에 왜곡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