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건으로 교육제도 개혁 요구가 불거진 인도에서 결국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교육부 장관 사퇴 다음날인 27일(현지시간) 시험 제도 전면 개편을 약속하며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 애썼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영상 성명을 올리고 “(의대 입학) 시험 제도는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험의 신뢰성을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고위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험 제도를 개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Z세대 온라인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의 시위로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전 장관이 지난 25일 사임한 다음달 모디 총리가 공개적으로 밝힌 첫 입장이다. 이 영상 성명에서 모디 총리가 프라단 전 장관에 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바퀴벌레국민당을 위시한 국민적 요구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인도에서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고, 총리가 교육제도 개혁을 약속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의대 입시 비리’에서부터 시작했다.
교육열이 높은 인도에서도 의대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의대 지망생들이 입학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NEET라는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 올해도 인도 전역 고사장 5000여곳에서 수험생 220만5000명이 NEET에 응시했다. 그러나 지난 5월 NEET 시험이 실시되기 전 문제가 유출돼 텔레그램에서 문제를 거래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정황이 불거졌고, 결국 교육 당국은 지난달 재시험을 결정했다.
문제 유출 사건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이후 재시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수험생 1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초유의 입시 비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야당과 국민들을 중심으로 교육제도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이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자,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은 실업 상태인 젊은이들이 사회 탓을 한다는 식으로 비꼬며 바퀴벌레에 비유했다.
이에 시위대는 아예 집단 명칭을 ‘바퀴벌레국민당(CJP)’이라 지칭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인도 Z세대는 CJP에 크게 호응했고, CJP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2000만명을 넘을 정도가 됐다. 지난 20일에는 시위대 수천명이 뉴델리 의회로 행진을 시도했고, 동부 서벵골주(州)와 남부 텔랑가나주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CJP를 중심으로 한 교육부 장관 퇴진 운동은 결국 프라단 장관을 끌어내렸다. 모디 총리는 의대 입시 문제 유출에 대한 후속 조치로, 시험지 유출을 막을 새로운 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이 강화되면 가해자 처벌도 엄중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가 교육제도 개혁을 위해 구성한다는 고위급 태스크포스(TF)는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 인포시스의 공동 창업자인 난단 닐레카니 전 회장이 이끌 예정이다. 닐레카니 전 회장은 ‘방갈로르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인도 IT 업계의 거물로, 생체인식 디지털 신분증인 ‘아다르’를 출시한 인물이다. 인포시스는 1999년 인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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