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이어 징검다리 재선…실용행정 기치
1호 공약 ‘온통대전 2.0’ 지역·민생경제 회복
대형투자 재점검·관행성 예산 조정해 효율화
지속가능 사업 계승·보완…행정 연속성 확보
‘대전 빵 축제’ 새 대표 관광 콘텐츠 집중 육성
트램 공사 지연 송구…사업 투명성 강화할 것
민선 9기 지방정부가 1일 출범했다. 시도, 시군구 등 전국 지방정부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새로운 변화와 그 속에서 생성되는 ‘혁신과 번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지방선거를 통해 대부분 지자체장이 교체된 상황에서는 연속되는 행정을 기대하기 보다는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지역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장우 전 대전시장과 ‘리턴매치’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허태정 대전시장은 대전 유성구청장(재선) 출신으로, 민선 7기 대전시장을 역임했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가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성향과 과거 행적으로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행정보다는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실용행정을 펼칠 것이라는 추측이 대전시청 안팎에서 지배적으로 나온다.
다만 ‘민선 8기’ 4년의 공백기를 거치며 대전시정을 지켜보며 고심했던 행정철학이 얼마나 단단해지고 실용적으로 변화했는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헤럴드경제는 민선 9기 출발점에 선 허 시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대전 발전의 밑그림과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행복한 시민’이란 시정 표어에 담긴 향후 4년의 이정표를 들여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직후 재정 위기 극복이 민선 9기 첫 과제라고 밝혔다. 취임 전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진단한 대전시 재정 상황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재정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인수위에서 재정을 점검해 보니 현재 대전시 재정은 한마디로 가계에 비유하면 월급은 줄었는데 씀씀이는 그대로 두고, 부족한 돈을 계속 빚으로 메워온 상황과 비슷하다. 실제로 지방채가 크게 늘고 재정 여건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금 재정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재정 정상화를 이야기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빚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앞으로 대형 투자사업은 사업성과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행사성·관행성 예산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겠다. 산하 공사·공단과 출연·위탁기관도 기능과 역할을 다시 살펴 행정 효율을 높여 나가겠다. 다만 재정 정상화를 긴축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절약이 목적이 아니라 낭비를 줄여 꼭 필요한 곳에 더 투자하기 위한 것이다. 민선 9기는 재정을 바로 세우고, 그 재정을 시민의 삶을 지키는 데 가장 먼저 쓰는 시정을 만들어 가겠다.
-1호 공약인 ‘온통대전 2.0’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화폐 부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캐시백 중심 모델과 어떻게 다른가.
▶시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시민들의 삶이었고, 시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민생의 회복이라고 생각했다. ‘온통대전‘은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지역경제를 지켜낸 소중한 정책 자산이었다. 이제는 단순한 캐시백 중심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온통대전 2.0이 나아갈 방향이다. 온통대전 2.0은 시민 편의와 소상공인 지원 강화에 중점을 둔다. 안정적 캐시백 운영 기반 위에서 골목상권, 전통시장, 청년 창업기업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분야에 혜택이 집중되도록 설계하겠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여럿 포진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대전의 강점이다. ‘국가 메가 프로젝트’와 시너지는 물론 미래성장동력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동감한다. 대전은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기술 역량을 갖춘 도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을 비롯한 출연연, 연구기관, 혁신기업이 집적돼 있고,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국방, 우주항공, 양자기술 등 미래산업을 이끌 수 있는 기반도 이미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국가 전략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앞으로 대전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동안 대전의 강점을 국가 프로젝트와 연결하기 위한 선제적인 전략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전이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어떤 분야에서 국가적 역할을 맡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과 준비가 더 빨랐어야 했다. 이제는 정부 정책을 기다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대전이 먼저 국가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AI, 첨단반도체, 바이오, 국방기술 등 대전의 강점을 바탕으로 ‘메가 프로젝트’를 선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책사업과 국가 공모사업을 선점하겠다. 특히 연구개발에 머물지 않고 기술사업화, 기업 투자, 좋은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지는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 연구실의 기술이 기업의 성장으로, 기업의 성장이 시민의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대전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충청권과 초광역 협력을 강화하면서 대전이 대한민국 AI·과학기술 혁신의 중심도시이자 국가 메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지난해 사업비만 100억원이나 됐던 ‘대전 0시 축제’를 전격 폐지하고, ‘보문산 프로젝트’ ‘오월드 재창조’ 등 민선 8기 때 사업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민선 9기 시정이 대형 사업을 재검토하는 이유는 사업 자체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 대전시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모든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결국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투자할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인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인지, 대전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인지, 시민 공감대를 충분히 얻고 있는 사업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 이미 예산이 투입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추진하는 것도 책임 있는 행정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시민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다. 잘된 정책은 이어가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것이 행정의 연속성이라고 생각한다. 매몰비용과 지역 상권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겠다. 당선인 시절부터 ‘시민의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노동자·소상공인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고, 타운홀 미팅에서 시민 수백 명과 시정 방향을 놓고 토론했다. 문화예술계, 지역 상인, 전문가,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업별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 정책은 행정이 결정할 수 있지만, 성공은 결국 시민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0시 축제’를 폐지한다면 대안이 있나. 최근 성심당 등으로 방문객이 늘며 대전이 이른바 ‘노잼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다.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
▶관광도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고,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가 더 중요하다. 민선 9기 관광정책도 즐기고, 뛰고, 머무는 도시를 만드는 데 방향을 두고 있다. 이런 방향에서 0시 축제는 폐지를 결정했다. 재정 여건, 시민 체감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축제 자체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문화예술계·상인·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함께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가겠다. 규모보다 경쟁력, 일회성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원칙 아래 대전만의 관광 콘텐츠를 키우고,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며 관광객이 다시 찾는 도시를 만들겠다. 그런 점에서 대전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대전 빵 축제’를 집중 육성하겠다. 대전의 제과문화는 다른 도시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단순한 먹거리 축제를 넘어 문화·관광·지역상권이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또 중요한 것은 관광객이 머무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낮에 잠시 다녀가는 도시가 아니라 야간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고 숙박·먹거리·문화공연을 연계해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겠다. 5개 자치구의 지역축제와 전통시장·문화공간도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연결해 관광이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
-전임 지방정부 정책 중 계승할 것이 있다면. 일례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굿즈가 지역기업과 협업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행정은 궁극적으로 시민을 위해서 존재한다. 그래서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도 시민에게 도움이 되느냐에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잘된 정책은 이어가고, 부족한 부분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완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꿈돌이는 특정 시기의 상징이 아니라 대전을 대표하는 소중한 도시 자산이다. 시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면 보완을 통해 그 성과는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시민의 공감을 얻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적극 계승하겠다. 다만 사업의 재정 효율성, 정책 효과는 객관적으로 점검해 시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완하겠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모든 사업은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이 2030년으로 늦춰지면서 시민 불편과 행정 불신이 커졌다. 트램 개통까지 남은 기간, 대전의 대중교통 체계는 어떻게 재편할 계획인가.
▶트램은 이미 공사가 진행된 만큼, 이제는 찬반 논쟁보다 시민과 약속을 어떻게 책임 있게 이행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공사 장기화로 시민들께서 큰 불편을 겪고 계신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이다. 개통이 늦어진 것도 문제지만, 추진 과정과 일정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면서 행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점도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는 공정 진행 상황과 일정 변경 사유를 시민들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지연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 올해 하반기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 수렴을 거쳐 현실적인 개통 일정을 시민들께 소상히 보고드릴 계획이다.
-끝으로 독자나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시 한 번 대전시정을 맡겨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민선 9기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하지만, 그만큼 기본으로 돌아가 시민의 삶을 먼저 살피는 시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앞으로 4년은 민생경제를 회복하고 재정을 정상화하는 한편 대전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선도도시이자 과학기술 혁신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이 미래를 꿈꾸고, 기업이 성장하며, 시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정리=이권형 기자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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