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AI 로봇 장비 수요 겨냥
발리서 ‘한-아세안 마리타임 위크’ 개최
조선소·해운사 등 80여개사 수출 상담
인니 조선소와 소형 선박 기술협력 MOU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내 조선·해양 기자재 기업들이 아세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박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친환경 선박과 인공지능(AI)·로봇 기반 장비 수요가 커지면서 중소·중견 기자재 업체에도 새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28일부터 이틀 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026 한-아세안 마리타임 위크’를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행사에는 국내 조선·해양 기자재 기업 40여곳과 아세안 주요 조선소·해운사·엔지니어링 기업 등 40여곳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 기업의 아세안 진출을 지원하고, 현지 발주처와의 공급망 협력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조선업은 선박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자재 기업 입장에서는 완성 선박 수주 흐름을 실제 부품·장비 수출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선박 탄소배출 규제 강화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친환경 추진 장치, 고효율 기자재, 디지털 운항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 공급망 재편까지 겹치면서 동남아 생산·정비 거점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아세안은 조선·해양 인프라 개발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다. 중소형 선박 건조와 수리·개조 수요가 많고, 각국 정부도 자국 해양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반면 선박 기자재 국산화율은 아직 높지 않아 해외 기술과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에는 중소형 조선소 250여곳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 수라바야무역관에 따르면 현지 선박 기자재 수입 의존도는 70%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내 기업이 현지 조선소와 협력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이번 행사는 코트라와 경남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한-인니 해양플랜트 협력센터, 한국해양대학교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아세안 측에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등 5개국의 조선·해양플랜트 발주처와 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행사 기간에는 한-인니 양국 프로젝트 협의회, 1대1 비즈니스 상담회, 신기술·제품 전시회, 아세안 조선·해양플랜트 세미나 등이 진행됐다. 국내 기업들은 친환경 기자재, 선박 현대화 기술, AI 기반 장비, 해양플랜트 관련 제품을 소개하며 현지 기업과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말레이시아 해양중공업(MMHE), 인도네시아 국영 조선소 PT PAL, 베트남 원양해운공사(VOSCO) 등도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친환경 에너지, 선박 개조, AI 로봇 장비, 조선·해양 인프라 개발, 기자재 조달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협약도 이뤄졌다. 국내 참가기업인 세호마린솔루션즈는 인도네시아 조선소 PT DPL와 친환경 연료 추진 소형 선박 및 무인수상정 개발 기술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친환경 선박뿐 아니라 무인화·자동화 기술에 대한 현지 관심이 확인된 셈이다.
MOU 체결식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관계자는 “이번 MOU를 시작으로 양사가 창출해 낼 기술적 시너지가 매우 기대된다.”고 전했다.
코트라는 이번 상담회를 계기로 아세안 조선·해양 시장에서 국내 중소·중견 기자재 기업의 수출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완성 선박 중심의 수출 성과를 기자재와 유지보수, 개조, 디지털 선박 기술 협력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김관묵 코트라 부사장 겸 경제안보통상협력본부장은 “아세안 시장이 해양 인프라 개발 및 중소형 선박 건조 수요 증가로 새로운 조선해양 기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현지 조선소, 해운사들의 한국 기업 협력 수요가 확인된 만큼 코트라도 K-조선해양 중소중견기업의 아세안 시장 진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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